기체·버티포트·통신 상공망 등
복합 기술 융합한 미래 먹거리
韓, 2025년 상용화 목표 추진
완성차·건설사·통신사도 투입

도심항공교통(UAM: Urban Air Mobility) 기체. (출처: 게티이미지뱅) ⓒ천지일보 2024.01.01.
도심항공교통(UAM: Urban Air Mobility) 기체. (출처: 게티이미지뱅) ⓒ천지일보 2024.01.01.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과거 두 발 이동이 전부였던 인류가 기술의 발전을 거듭함에 따라 육로는 물론 바닷길도, 하늘길도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제는 버스·지하철·택시·기차·비행기·선박이 아닌 새로운 대중교통의 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바로 도심항공교통(UAM: Urban Air Mobility)의 시대다. 공상과학(SF: Science Fiction)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그 주인공이다. 비행 기체부터, 버티포트(이·착륙장), 배터리, 통신 등 복합 기술이 융합되는 산업으로 대표적 미래먹거리로 꼽히는 산업이다. 내년이면 맞이하게 될 UAM 상용화에 이목이 집중된다.

◆상상이 현실로 나타난 ‘UAM’

UAM은 수직 이착륙기(eVTOL)를 활용해 지상에서 450m 정도의 저고도 공중에서 이동하는 도심 교통 시스템으로 기체, 운항, 서비스 등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도심 교통체증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도심 교통을 지상뿐만 아니라 하늘로 확장해 새로운 미래 교통수단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핵심은 플라잉카, 항공택시로 불리는 수직이착륙 비행기다. 옥상 등의 도심 내에서 수직으로 이착륙할 수 있어 기존 여객기처럼 활주로가 필요하지 않다. 최소한의 공간만으로도 운행할 수 있으며 도로가 필요 없어 목적지까지 직선거리로 이동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UAM을 이용할 시 여의도~수서는 5분, 김포공항~잠실은 12분이 걸린다.

또한 내연기관이 아닌 연료전지와 배터리로 전기 모터를 구동하는 방식이기에 탄소 배출이 거의 없고 친환경적이다. 게다가 승객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소음(헬기 80㏈ 대비 체감 기준 20%인 63~65㏈ 수준)이 적고, 장애물이 많지 않은 공중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자율주행도 수월한 편이다.

다만 UAM은 일반 택시처럼 아무 곳에서나 타는 것은 아니고, 일종의 정류장인 수직 이착륙 비행장으로 가서 탑승해야 한다. 버티포트는 5300~5500㎡ 정도의 면적이 필요하므로 버스 정류장처럼 도심 곳곳에 건설하기가 어려워 국가마다 도시의 특성을 고려해 대형 건물의 옥상, 넓은 공원 등을 후보지로 건설이 검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오는 2035년까지 도심 내에 로봇, 자율주행 자동차, UAM 친화형 건물 1만동을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국토부의 K-UAM 로드맵에 따르면 UAM 글로벌 시장 규모는 초기 상용화 시점인 2025년 109억 달러(약 14조 8000억원)에서 2030년 615억 달러(약 83조 5000억원), 2040년에는 6090억 달러(약 826조 5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040년 전 세계 UAM 시장 규모를 국토부보다 2배 많은 1조 4740억 달러(약 2000조원)로 내다봤다.

UAM 글로벌 시장 규모.(출처: 국토교통부 K-UAM 로드맵) ⓒ천지일보 2024.01.01.
UAM 글로벌 시장 규모.(출처: 국토교통부 K-UAM 로드맵) ⓒ천지일보 2024.01.01.

◆꿈틀거리는 UAM 시장

글로벌 UAM 시장은 이미 경쟁에 돌입했다. UAM 관련 업체는 700~800곳에 달하며 이 중 기체 개발 업체는 300여곳으로 추정된다.

국가별로 보면 프랑스는 올해 개최되는 파리올림픽에 맞춰 UAM의 시범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영국은 연구혁신기구가 미래 항공 시스템 개발 및 관련 혁신 기술 도입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항공우주국과 연방항공청의 주도하에 UAM 관련 감항요건과 운용지침 등을 마련하고 실증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일본의 경우 내년 오사카 세계박람회에서 UAM 교통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중국은 국가 차원의 UAM 정책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UAM 개발 기업에 대해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11월 인천 중구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제2회 K-UAM Confex' 현장 모습(제공: 인천시)
2022년 11월 인천 중구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제2회 K-UAM Confex' 현장 모습(제공: 인천시)

◆비상 준비하는 ‘K-UAM’

우리나라도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UAM 기반 다지기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K-UAM 그랜드챌린지 실증(K-GC) 착수, 제도적 기반 마련, 산학연관 협의체 내실화와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급 연구개발(R&D) 확정 등 다양한 성과를 냈다.

전형필 국토교통부 모빌리티자동차국장은 지난해 UAM 성과에 대해 “작년은 K-UAM 상용화 기틀을 마련하고 2025년 UAM 상용화를 향해 토끼처럼 뛰어오른 도약의 한 해”라며 “올해는 상용화 기틀에 GC실증결과와 제도 완비 등 내용을 채워나가며, 용의 비상을 시작하는 한 해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해 현대자동차, 한화시스템, 대한항공, SK텔레콤 등 국내 기업들과 함께 민·관 협의체인 ‘UAM 팀 코리아’를 구성했다. 지난해 8월부터는 민관 합동으로 실증 사업인 ‘K-UAM 그랜드챌린지’를 시행하고 있다. 기체·운항·버티포트·교통관리 등 다양한 분야의 국내외 유수 기업들이 참여(1단계 협약 기준 46개 기업)해 개활지(전남 고흥 실증단지)에서 실증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수도권 하늘에서 실증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작년 10월에는 UAM 초기 상용화 생태계 조성을 위해 ‘도심항공교통 활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도심항공교통법)’을 제정했다. 본 법안은 올해 4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선(先) 실증-후(後) 제도화’를 기치로 제정돼 복잡하게 얽매인 기존 항공법령에 구애받지 않고, 규제 특례를 과감히 지원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아울러 작년 5월에는 100여개 산학연관이 참여하는 협의체인 UAM 팀코리아도 상용화 분야별로 집중 논의하는 5개 분과 및 14개 워킹그룹 체계를 신설했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도심항공모빌리티(UAM: Urban Air Mobility) 법인 슈퍼널이 CES 2024에서 처음 공개할 신형 UAM 기체의 티저 이미지를 선보이며, 슈퍼널이 그리는 미래 미래항공모빌리티(AAM: Advanced Air Mobility) 생태계 구축 전략을 CES 2024에서 제시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사진은 슈퍼널이 공개할 예정인 신형 UAM 기체 디자인 일부. (제공: 현대자동차그룹) ⓒ천지일보 2023.12.20.
현대차그룹의 미국 도심항공모빌리티(UAM: Urban Air Mobility) 법인 슈퍼널이 CES 2024에서 처음 공개할 신형 UAM 기체의 티저 이미지를 선보이며, 슈퍼널이 그리는 미래 미래항공모빌리티(AAM: Advanced Air Mobility) 생태계 구축 전략을 CES 2024에서 제시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사진은 슈퍼널이 공개할 예정인 신형 UAM 기체 디자인 일부. (제공: 현대자동차그룹) ⓒ천지일보 2023.12.20.

◆UAM 기체·버티포트 등 개발 박차

국내 기업들은 정부의 2025년 UAM 상용화를 발맞춰 UAM 기체부터 버티포트, 통신망 등 필요한 요소들 개발에 한창이다.

국내 최초로 UAM 사업 진출을 밝혔던 한화시스템은 미국 기업 오버에어와 UAM 기체 ‘버터플라이’를 공동개발하고 있다. 버터플라이는 현재 개발 기체 중에서는 가장 넓은 케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UAM 법인 슈퍼널은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CES 2024에서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UAM 기체를 처음 공개하고 실제 크기의 기체를 전시할 예정이다. 또한 슈퍼널은 미래 미래항공모빌리티(AAM: Advanced Air Mobility) 생태계 구축 전략을 제시할 예정이다. 슈퍼널의 AAM 전략 발표에는 기체 운영을 비롯해 UAM의 공항 역할을 하는 버티포트 등 AAM 생태계 전반에서 슈퍼널과 현대차그룹이 담당하고자 하는 역할에 대한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2029년까지 UAM 독자 모델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실제 크기의 약 40%에 달하는 UAM 축소기를 우선 준비 중이다. 향후 4~5년간 전기 분산 추진, 소음 등 특화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SK 그룹 전시관 내 UAM 기체를 형상화 한 매직카펫 조감도. (제공: SK텔레콤) ⓒ천지일보 2023.12.25.
SK 그룹 전시관 내 UAM 기체를 형상화 한 매직카펫 조감도. (제공: SK텔레콤) ⓒ천지일보 2023.12.25.

버티포트 사업에는 국내 건설사들이 뛰어들고 있다. 현대건설·GS건설·롯데건설·대우건설·한화 건설부문 등이 UAM 버티포트 사업을 위해 다양한 기술 개발 및 협력 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한화 건설부문은 최근 한국공항공사, 포스코와 ‘빌딩형 UAM 버티포트 개발을 위한 전략적 기술개발’ 공동연구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대우건설은 제주공항과 최근 K-UAM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국토부가 주관하는 그랜드챌린지 1단계 실증 사업을 위한 기본협약을 체결했다.

현대건설은 모기업인 현대차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참여해 에어사이드(출국장 내부, 승객·공항 관계자만 입장 가능) 형상, 보안 검색, 승객 터미널 등에 대한 설계·시공 기술을 개발해 도심 지역에서 실현 가능한 버티포트 모델을 마련하고 있다. GS건설은 카카오모빌리티, LG유플러스가 참여한 ‘UAM 퓨처팀’ 컨소시엄에서 버티포트 구축과 운용 기술 연구·시스템 개발 중이며, 롯데건설은 롯데마트 등 유통계열사 점포 옥상을 버티포트로 활용하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KT가 지난 3일 전남 고흥에서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진행된 ‘2023년 도심항공교통(UAM) 비행시연 행사’에서 지능형 UAM 교통관리 시스템을 처음 공개했다고 5일 밝혔다. KT 관계자가 관람객에게 KT UAM 교통시스템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제공: KT) ⓒ천지일보 2023.11.05.
KT가 지난 3일 전남 고흥에서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진행된 ‘2023년 도심항공교통(UAM) 비행시연 행사’에서 지능형 UAM 교통관리 시스템을 처음 공개했다고 5일 밝혔다. KT 관계자가 관람객에게 KT UAM 교통시스템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제공: KT) ⓒ천지일보 2023.11.05.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도 2025년 UAM 통신망 상용화를 위해 분주히 준비 중이다. 통신 3사는 각각 컨소시엄을 구축해 자사 기술을 활용한 기술을 개발 중이다.

K-UAM 드림팀에 참여 중인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UAM 서비스 전반을 운영하고 UAM 기체 도입과 상공망 구축을 돕는다. 또한 모빌리티 분야의 AI 전환(AIX)에도 힘쓴다는 방침이다.

KT는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열린 ‘UAM 비행 시연’ 행사에서 UAM의 안전한 운항과 효율적인 운항 스케줄 관리를 돕는 지능형 UAM 교통관리 시스템 ‘스카이아이즈’를 공개했다. 또한 3차원 커버리지 설계 기술, 네트워크 슬라이스 기술, 특화 안테나 기술이 적용된 UAM 전용 5G 항공망 기술인 ‘스카이링크’도 선보였다.

LG유플러스는 통신 시험 장비·계측장비 제조사인 이노와이어리스와 상공망 품질 측정 통합 솔루션을 개발하고 관련 기능 검증을 완료했다. 해당 솔루션은 스마트폰과 무선계측기 등 다양한 종류의 측정장치를 지원해 여러 종류의 분석이 가능하다. 방수·방진 기능도 적용해 기상 상황의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품질 측정의 정확도를 높이고 안정성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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