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in] 제야의 종과 함께 찾아온 ‘청룡의 해’… 10만 인파 ‘환호’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10, 9, 8, 7, 6, 5, 4, 3, 2, 1. 해피 뉴 이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4년 1월 1일 0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마침내 2024년 ‘청룡의 해’ 갑진년(甲辰年)이 밝았다.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제야의 종’이 힘차게 울려 퍼지자,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하며 서로에게 새해 인사를 건네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한겨울이지만 영상 2도의 비교적 포근한 날씨 속에 시민들은 이날 일찍부터 보신각에 도착했다. 가족과 연인, 친구들과 함께 모여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나누며 타종 행사를 기다렸다. ‘청룡의 해’를 맞아 서울 청계천은 용을 상징하는 조형물들이 눈에 띄었고, 상공에 레이저쇼가 쉴 틈 없이 이어져 대낮처럼 환했다.

이날 행사장에서 천지일보 취재진이 만난 시민들은 새해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경기도 인천에서 온 한만준(20대 초반, 남)씨는 “날씨가 춥지 않아 너무 좋다.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일찍 왔다”며 “안전요원과 경찰이 많이 배치돼서 사람들이 많이 모였지만 안전함을 느낄 수 있다. 새해는 모든 것이 잘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성남시에서 온 이명희(50대 후반, 여)씨는 “보신각 타종 행사를 처음 왔다. 아가씨 때 놀러 가는 것처럼 마음이 설렜다”며 “새해도 가족들이 다 건강하고, 직장 잘 다니고 있는 아들과 딸들이 좋은 사람 만나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전라북도 임실에서 친구들과 기차를 타고 올라온 강만식(18, 남)군은 “이틀 전 친구들과 보신각 타종 행사를 보러 가자고 약속하고 왔다”며 “시골 마을 살다가 서울 오니깐 사람도 많고 볼거리도 많은 것 같다. 올해 고3 올라가는데 목표한 대학에 진학했으면 좋겠고, 가족과 친구들이 다 행복한 한 해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새해에는 경기가 회복됐으면 하는 희망의 목소리도 나왔다.

경기도 수원에서 온 유진아(47, 여)씨는 “작년에 개인적으로 경제적인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올해는 경제가 회복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보신각 인근에는 10만명(경찰 추산)이 몰렸다. 많은 인파가 모인 만큼 종각역 안과 행사장 주변에는 교통관리 및 안전요원이 곳곳에 배치돼 안내판과 안전봉을 들고 시민들을 안내했다.

시민들은 안전요원의 안내에 따라 질서를 지켰다. 또한 광화문 일대 곳곳에 응급차가 배치돼 시민들이 안전하게 새해를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왔다.

정부와 서울시, 종로구는 지난해보다 두배 정도 많은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해 이날 교통관리요원과 안전관리요원 등 안전 인력 1100여명을 투입했다. 경찰도 경찰관 450명과 기동대 34개 부대 등 총 2490여명을 동원했다.

식전 공연 리허설로 국악밴드 이상과 국악인 김주리의 퓨전국악공연이 시작되자, 시민들은 환호하며 동영상을 찍는 등 행사를 즐기기 시작했다.

이날 타종 행사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현기 서울시의장, 시민대표 12명, 글로벌 인플루언서 6명 등 총 22명이 참여해 33번 제야의 종을 울렸다.

지난해 8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당시 피 흘리며 쓰러진 여성의 곁을 지키며 약 30분간 지혈해 목숨을 구한 ‘18세 의인’ 고등학생 윤도일군과 매장 밖에서 쓰러져 있는 홀몸노인의 생명을 구하고 사비로 병원비를 지원한 김민영씨 등이 시민대표로 선정됐다. 

오세훈 시장은 “타종 소리 들으면서 올 한 해에 있었던 슬펐던 일, 힘들고 어려웠던 일, 그리고 고통스러웠던 일들은 다 툴툴 털어버리고 새해에는 즐겁고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길 바란다”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앞서 타종 행사를 앞둔 전날 오후 11시부터는 퓨전 국악그룹 S.O.S(Season of Soul)가 사전공연을 펼쳤고 거리에선 메시지 깃발 퍼포먼스, 탈놀이와 북청사자놀음, 농악놀이패 공연이 열렸다.

특히 타종 직후 세종대로에는 지름 12ｍ의 태양 모습 구조물인 ‘자정의 태양’이 떠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구조물을 통해 어둠이 걷히고 새로운 해가 떠오르는 순간이 펼쳐졌다.

새해맞이 공연에는 현대무용단체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와 아이돌 그룹 제로베이스원·엔하이픈·더보이즈·오마이걸 등이 참여해 희망찬 2024년을 향해 축포를 쏘아올렸다.

사람이 몰리면서 때때로 카카오톡 메시지가 가지 않는 등 통신 장애가 빚어지기도 했다.

서울시는 전날 오후 11시부터 이날 오전 1시까지 지하철 1호선 종각역을 무정차 통과했다. 지하철과 버스는 새벽 2시까지 연장 운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