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범죄단 암호화폐 사기
동남아서 ‘현대판 노예’ 동원

동남아시아 곳곳에서 인신매매로 끌려온 사람들이 미얀마의 한 건물에서 잠재적 피해자들에게 가짜 암호화폐 플랫폼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출처: CNN 홈페이지 캡처)
동남아시아 곳곳에서 인신매매로 끌려온 사람들이 미얀마의 한 건물에서 잠재적 피해자들에게 가짜 암호화폐 플랫폼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출처: CNN 홈페이지 캡처)

[천지일보=이솜 기자] 중국 범죄 조직이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현대판 노예제를 운영하며 전 세계 사람들의 돈을 가로채고 있다고 미 CNN방송이 27일(현지시간) 집중 보도했다.

유엔과 미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이들 범죄 조직은 기술 발전과 내전 등 동남아시아의 불안정한 상황을 악용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범죄 산업을 구축했다.

조직원들은 젊은 여성을 가장해 피해자에게 접근하고, 몇 주간 친해진 다음 가짜 암호화폐 플랫폼에 투자하도록 꼬드긴다. 처음엔 높은 수익률을 보여주며 계속 돈을 투자하도록 하는데, 결국 투자금은 사기꾼과 함께 사라져 버리는 수법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020년 9억 700만 달러(약 1조 1천억원)였던 이 사기 범죄의 규모가 올해 들어서는 11월까지 29억 달러(약 3조 7천억원)로 3배나 늘었다고 FBI는 밝혔다.

피해자를 속인 사기꾼은 젊은 여성이 아니라, 인신매매돼 수용소에 갇힌 현대판 노예들이다. 조직적인 범죄를 위해 중국 범죄단은 미얀마 동부 등지에 거대한 건물을 지어놓고 ‘일자리를 주겠다’는 말로 수천명을 꼬드겨 이곳에 가뒀다.

유엔은 미얀마 전역에 12만명, 캄보디아 등 다른 지역에 10만명이 갇혀 사기 행각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인도 출신의 라케시(가명, 33)도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 화학 엔지니어였던 그는 IT 기업에서 사무직 일자리를 준다는 말에 지난해 12월 태국 방콕에 왔다. 그러나 공항에서 그를 태운 운전기사는 방콕의 사무실 대신 태국과 미얀마의 국경 매솟시로 데려갔다.

3m 담장과 감시탑이 있는 미얀마 내 건물로 끌려간 그는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여권을 압수당하고 전문 사기꾼이 된다는 내용의 계약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당했다. 계약서에 서명을 거부하자 감옥 같은 곳에 던져져 물조차 제공받지 못했다. 사흘 후 라케시는 살아남기 위해 계약서에 서명했다.

그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 사는 아름다운 금발머리 투자자 ‘클라라 세모노프’로 위장해 하루 16시간씩 잠재적 피해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투자를 권했다. 라케시는 “(잠재적 피해자의) 70~80%는 가짜 사랑에 빠진다”고 전했다.

CNN은 중국 범죄 조직이 미얀마 내전 등의 상황을 악용해 이 같은 초국가적인 사기 행각을 벌였다고 분석했다. 미얀마는 2021년 2월 군부 쿠데타 이후 치안이 악화하고, 외곽 지역에서는 온라인 사기뿐 아니라 마약 밀매 조직이 활개 치는 등 극심한 혼란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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