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 낙서 도배, 이미 오래된 일
한글·영어·중국어 등 언어 다양
해외도 잇따른 낙서에 몸살 앓아

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 낙서 (출처: 연합뉴스)
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 낙서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최근 발생한 서울 경복궁 담벼락 ‘낙서 테러’ 사건과 관련해 문화재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는 CCTV 설치 대수를 늘리겠다는 현실적인 대안을 내놨지만, 장기적으로는 문화재에 대한 자부심을 키우는 올바른 인식 확립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는 물론 해외 문화유산도 잇따른 낙서 테러에 몸살을 앓아 왔다.

경복궁 담벼락 낙서 (출처: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페이스북 캡처) ⓒ천지일보 2023.12.22.
경복궁 담벼락 낙서 (출처: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페이스북 캡처) ⓒ천지일보 2023.12.22.

◆궁궐 내부에 수많은 낙서 자행

22일 서경덕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번 경복궁 담벼락 ‘낙서 테러’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러운 상황”이라며 “이번 사건으로 인해 큰 논란이 된 건 사실이지만, 경복궁과 다양한 궁 내에는 이미 낙서로 도배된 지가 오래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 교수는 팀원과 함께 경복궁을 방문해 조사를 실시했고, 여전히 수많은 낙서들이 자행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낙서는 주로 한글로 쓰였지만, 가끔 영어나 중국어와 같은 다양한 언어로도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 교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에 이런 일들이 벌어져 왔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전했다.

이에 문화재의 올바른 인식을 갖기 위한 교육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복궁 안팎으로 CCTV 설치 대수를 늘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어린 시절부터의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며 “우리 문화재에 대한 자부심과 인식, 긍지를 갖게 하는 교육 환경이 조성된다면 낙서 테러는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문화재청과 관계기관은 지난 16일부터 보존 처리 전문가 20여명과 함께 화학 약품 처리, 레이저 세척 등 복구 작업을 벌여왔다. 문화재청은 복구 기간을 일주일 이상 소요될 것으로 점쳤으나 한파와 연휴로 인해 경복궁 복구 작업을 26일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국내외 낙서 테러로 ‘몸살’

그동안 국보·보물 등 귀중한 문화유산의 낙서 훼손은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지난 2007년 발생한 ‘삼전도비(三田渡碑)’ 훼손이 대표적이다. 삼전도비는 병자호란(1636년) 때 인조(조선 제16대 왕)가 청나라에 항복한 일을 기록한 비석으로, 30대 남성이 비석 앞면과 뒷면에 붉은색 스프레이 페인트로 ‘철거’ ‘병자’ ‘370’이라는 글자 낙서를 했었다.

2011년에는 세계적인 암각화 유물이자 국보인 ‘울주 천전리 각석’이 봉변을 당했다. 수학여행을 온 고등학생이 친구를 놀려주기 위해 각석 표면에 돌로 친구 이름을 새긴 것이다.

2014년에는 경남 합천 해인사 전각 벽 22곳에서 검은 사인펜으로 쓴 한자 21자가 발견됐다. 2017년에는 울산시에 있는 문화재 ‘언양읍성’ 성벽에 한 남성이 빨간 스프레이 낙서 테러를 했다. 2019년에는 부산 금정산성의 망루와 비석에서 검은색 매직펜으로 이름 등이 적힌 낙서가 발견됐다. 2021년 말에는 경기도 여주에 있는 지정문화재 ‘영월루’에 10대 청소년 두 명이 낙서 테러를 했다.

해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특히 로마를 상징하는 건축물 ‘콜로세움’은 잇따른 낙서로 골머리를 앓는 있다. 지난 6월 영국 출신 방문객은 콜로세움 벽면을 열쇠로 긁어 자신과 여자친구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며칠 후, 스위스 국적의 소녀도 콜로세움 벽면에 ‘N’ 글자를 새겨 넣어 논란을 빚었다.

지난 6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중국 ‘만리장성’에서 한 남성이 자신의 이름을 성벽에 기록했다. 2013년에는 중국 청소년이 이집트 ‘룩소르 신전’의 3천여년 된 부조 문화재에 중국어로 ‘○○○ 왔다 감’이라고 낙서해 세계적인 공분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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