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연(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 정수연 경영연구소 소장, 화가)

서강대학교 종교학과 교수인 프랑스 출신의 서명원(56) 신부는 불교에 조예와 관심이 무척 깊다. 그는 “다른 종교의 우물을 마시면서 그리스도교의 본질에 더 가까워졌다”고 말한다. 거울을 봐야 나를 볼 수 있지 않은가? 그는 기독교인에게도, 불교인에게도 이웃 종교의 우물은 생명의 우물이고, 지혜의 우물이라고 하였다. 통섭의 지혜를 강조하는 말로 들린다.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Paik, Nam June 1932~2006, ROK Video)이 최근 독일의 잡지 <마나거 마가진(Manager Magazin)>에서 위대한 작고 현대미술 작가 10명 중 10위로 선정되었다. 한편, 1위에는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Andy Warhol, 1928~1987)이 선정되었으며 2위에 조셉 보이스(Joseph Beuys, 1921~1986), 3위에 마틴 키펜베르거(Kippenberger, Martin 1953~1997), 4위에 조르그 이멘도르프(Jorg Immendorff, 1945~2007), 5위에 솔 르윗(Sol LeWitt, 1928~2007), 6위에 로이 리히텐스타인(Roy Lichtenstein, 1923~1997), 7위에 도널드 저드(Donald Judd, 1928~1994), 8위에 단 훌라빈(Dan Flavin, 1933~1996), 9위에 로버트 라우센버그(Robert Rauschenberg, 1925~2008)가 선정되었다.

생존 작가로는 1위에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 1932), 2위에 Video-Art의 브루스 나우만(Bruce Nauman, 1941), 3위에 지그마르 폴케(Sigmar Polke, 1941), 4위에 게오르크 바젤리츠(Georg Baselitz, 1938), 5위에 로제마리 트로켈(Rosemarie Trockel, 1952), 6위에 루이 브루조아(Louise Bourgeois, 1911), 7위에 마이크 켈리(Mike Kelley, 1954), 8위에 신디 세르만(Cindy Sherman, 1954), 9위 올라퍼 엘리아슨(Eliasson, Olafur 1967), 10위에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 1955)가 선정되었고 그리고, 나의 미술칼럼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인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1965)가 14위, 제프 쿤스(Jeff Koons, 1955)가 19위에 올랐다.

장황하게 잡지상의 리스트를 인용한 이유는 한국의 백남준처럼 한국에도 세계적인 작가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많은 한국 작가들도 노력하면 백남준처럼 <마나거 마가진>의 작가 선정 리스트에 오를 수가 있을 것이다. 작가들은 이를 위하여 백남준 이외에도 이미 이름을 올린 유명 해외 작가들을 벤치마킹하고 그들이 추구한 예술의 본질에 접근하는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다. 넓게 보면 세계적인 것과 한국적인 것은 통하므로 작가들은 한국적 감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마인드와 창의성을 갖고 창작 활동을 하여야 할 것이다.

렘브란트 기법을 고수하는 모 작가와 최근 대화를 나누었다. 그녀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미술에 전념하고 싶은데 미술로 먹고 살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한다. 맞는 얘기이다. 막연히 작품을 하여 생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로토 당첨을 바라는 마음과 비슷할 것이다. 고객이 없으면 작품은 상품 재고나 같은 것이다. 이에 대하여 나는 “세계적으로 잘 나가는 작가들을 벤치마킹하고 가능하면 작품도 혼자만 하려고 하지 말고 협업 체제로 나가야 한다”고 귀띔해 주었다. 즉, 루벤스처럼 작가 간의 작업 동맹을 참고하고 생존 작가로서 유명세 19위의 제프 쿤스(Jeff Koons)와 무라카미 다카시의 활약상을 알아보라고 하였다.
화가로 성공하려면 성공한 화가들을 벤치마킹하고, 돈을 벌려면 돈을 버는 사람들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우물이 있는 데서 물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마른 우물이 아닌 생명의 우물, 지혜의 우물을 찾아 나서야 한다.

연초 2010년 모교 총동창회 신년하례식에서 간단한 미술전시회가 있었고 나는 미술가회 회장으로서 연단에서 간단하게 우리 모임을 소개하게 되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피카소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여기까지 왔다”고 얘기를 하였다. 아직 꿈을 이루지 못하여 희망이 있고 그 꿈을 향하여 가는 즐거움이 미술과의 대화를 지속케 하는 것이다. 꿈은 꾸는 자만이 꿈을 이룰 수 있고, 문을 두드리는 자만이 문을 열 수 있다고 했던가?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 여러 가지를 받아들이려는 통섭의 지혜, 나의 것을 제대로 알리는 소통의 능력이 요구되는 사회이다. 예술에서의 통섭 개념은 앞에서의 3가지 능력을 갖추고 여러 예술 분야에 대한 이해 및 활용 의지, 예술 이외의 분야와의 넓은 소통을 어우르는 것이다. 자기 상자 속에서의 깨이지 않은 사고를 갖고서는, 존경받는 화가가 될 수 없다. 창조가 중요시되는 지금은 자기 것을 깨고 남의 것을 제대로 쳐다보는 자세가 필요한 시대이다. 진정한 창조는 통섭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아는 것이 힘이고,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것은 통섭에 해당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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