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콜로라도 대법원 판결
헌법 14조 대통령직 첫 적용
4-3 다수의견 “반란 명백”

트럼프 항소 “결함있는 결정”
미네소타·미시간선 트럼프 勝
연방 대법원 최종 판결 가릴듯

에릭 올슨 변호사(맨 오른쪽)가 지난 6일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서 열린 콜로라도주 대법원 변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에릭 올슨 변호사(맨 오른쪽)가 지난 6일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서 열린 콜로라도주 대법원 변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란을 선동하고 가담한 이유로 특정 주(州)의 경선에 출마할 수 없다는 미국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법원이 2021년 1월 6일 국회 의사당 폭동과 관련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동과 관련해 수정헌법 제14조 내란 조항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인정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본부는 이 판결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AP통신,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 입후보 자격이 없다고 선언하며 주 대통령 예비선거 투표에서 제외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민주당 주지사가 대법관으로 임명된 법원의 이번 결정은 수정헌법 제14조 3항이 대통령 후보의 자격을 박탈하는 데 사용된 역사상 최초의 사례다.

이번 대법원은 4대 3으로 나온 판결문에서 “다수의견은 트럼프가 수정헌법 14조 3항에 따라 대통령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다”고 판시했다.

법원 다수의견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단순히 반란을 선동한 게 아니다”라며 “의사당 공격 진행 중 그는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에게 헌법상 의무를 거부할 것을 반복적으로 요구하고 상원의원들에게 전화해 선거인단 개표를 중단하도록 설득해 이를(반란을) 지원했다. 이러한 행위는 반란에 대한 명백하고 자발적이며 직접적인 참여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콜로라도 대법원의 대법관 7명은 모두 민주당 주지사가 임명했다.

다만 법원은 주 예비선거 후보 마감 직전인 1월 4일까지 이 결정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사들은 헌법 문제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가진 미 연방 대법원에 즉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캠프 대변인 스티븐 청은 이날 성명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론조사에서 점점 더 우세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에 대해 (주 대법원이) 피해망상 상태에 빠졌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콜로라도 대법원은 오늘 밤 완전히 결함이 있는 결정을 내렸으며, 우리는 미국 대법원에 신속하게 항소를 제기하고 동시에 이 지극히 비민주적인 결정의 집행정지 요청을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 미국 뉴햄프셔주 더럼에서 열린 선거유세 중 발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 미국 뉴햄프셔주 더럼에서 열린 선거유세 중 발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그간 승소해 온 트럼프에 첫 제동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년 대선 출마 자격을 놓고 벌어진 법적 공방에서 그간 잇따라 승소해왔다. 미네소타와 뉴햄프셔, 미시간주 등에서 지난달 트럼프의 대선 경선 출마에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다.

콜로라도 사건은 원고가 승소한 첫 번째 사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에 콜로라도주에서 13%포인트 차이로 패배했다. 즉 내년 대선에서는 콜로라도주에서의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확실히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악재가 될 수 있다. 이번 판결로 더 많은 법원과 선거 관리들이 콜로라도주의 선례를 따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가운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드시 이겨야 하는 주가 포함될 수도 있다.

남북전쟁 이후 남부군 출신이 정계에 복귀하는 사태를 막으려 고안된 3항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자격을 박탈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소송 수십건이 제기돼 왔다. 이 조항은 헌법을 지지하겠다고 선서한 후 헌법에 반하는 반란 또는 반란에 가담한 사람을 공직에서 배제하는 조항으로, 1919년 이후 단 두 번만 적용됐다.

지난 11월 주 지방법원은 트럼프가 1월 6일 의사당 공격을 선동해 실제 반란에 가담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3항이 대통령직에 적용할 수 있는지 불분명해 투표에서 배제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이 조항은 상원의원, 하원의원, 대통령 및 부통령 선거인, 기타 모든 ‘미국 산하의 공직’을 포함한다고 명시했으나 ‘대통령직’ 자체를 언급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원고인 진보성향 단체 ‘워싱턴의 책임과 윤리를 위한 시민들’은 항소를 제기했다.

주 대법원은 이달 초 구두 변론을 열었는데 판사들은 의견을 갈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일부 판사들은 3항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도 적용된다는 생각에 열려 있는 반면, 일부 판사들은 애초에 재판부가 이 문제를 판결할 관할권이 있는지조차 확신하지 못했다고 미 방송 CNN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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