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먼지 농도 세계 최악
WHO 위험 한도 66배 넘어
동부 곳곳 인공 이슬비 뿌려
인공강우 실효성 의견 분분

14일(현지시간) 미세먼지 농도가 최악인 파키스탄 펀자브주 주도 라호르 지역. (출처: 뉴시스)
14일(현지시간) 미세먼지 농도가 최악인 파키스탄 펀자브주 주도 라호르 지역.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파키스탄 당국이 심각한 대기오염도를 개선하기 위해 인공강우를 시도했다. 미세 먼지로 가득 찬 하늘을 물청소하듯 씻는다는 발상으로, 남아시아 국가에서는 최초로 이뤄졌다.

17일(현지시간) dpa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구름 파종 장비를 장착한 비행기 10대가 파키스탄 펀자브주 주도 라호르 상공을 비행했다. 이날 펀자브주 총리인 모신 나크비는 라호르에서 최소 10개 지역에 인공 이슬비가 내렸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은 최근 수년 전부터 대기오염이 악화해 인구 1100만여명인 라호르는 전 세계적으로 대기질이 최악인 도시로 자주 꼽힌다.

파키스탄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 미만을 차지하지만 기후에 가장 취약한 상위 10개 국가 중 하나다. 디젤 매연, 농작물 소각 연기, 추운 겨울 기온 등이 혼합돼 정체된 스모그 구름을 형성하며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인공강우가 뿌려진 날에도 라호르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위험 한도의 66배를 넘어섰다. PM2.5는 먼지 입자 크기가 2.5㎛ 이하인 대기오염 물질로, 폐를 통해 혈류로 유입돼 암을 유발한다.

라호르의 대기질은 지난 몇 주 동안 최악이었다. 펀자브주 정부는 대기질 개선을 위해 사업장 조기 폐쇄, 학교 휴교 등 여러 조치를 동원했으나 효과가 없었다.

나크비 총리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비행기 등 인공강우를 선물해줬다고 전했다. UAE는 인공강우를 종종 건조한 지역에 사용하고 있다.

인공강우는 높은 고도에서 요오드화은이나 염화칼슘 등 수분을 끌어당기는 화학 물질을 뿌리는 기술이다. 구름 속에서 응결돼 무거워진 얼음 알갱이가 하강하면서 비가 형성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미국, 중국, 인도 등 수십개국에서도 인공강우와 비슷한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2019년 우리나라도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할 당시 정부가 인공강우를 추진하고 실험했지만 실제 이뤄지진 않았다.

인공강우의 실효성에는 아직 논란이 있다.

비가 대기 오염을 줄이는 사실은 맞다. 그러나 이미 미세먼지 농도가 아주 심각한 지역에서 효과가 있으려면 엄청난 양의 비가 필요한 데다, 며칠 후에는 원상 복귀가 돼 아주 잠깐의 임시방편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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