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치자금 조성에 추락하는 기시다 내각… 아베파 축출 전망
벼랑 끝에 몰린 日기시다, NHK 조사 23% 지지율로 역대 최저치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의 최대 세력인 아베 계파를 둘러싼 ‘정치 비자금 스캔들’이 일파만파로 확산하면서 기시다 내각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이들은 11월 조사보다 6%포인트(p) 떨어진 23%로 집계됐다. 사진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출처: 로이터통신, 연합뉴스)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의 최대 세력인 아베 계파를 둘러싼 ‘정치 비자금 스캔들’이 일파만파로 확산하면서 기시다 내각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이들은 11월 조사보다 6%포인트(p) 떨어진 23%로 집계됐다. 사진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출처: 로이터통신, 연합뉴스)

[천지일보=방은 기자]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의 최대 세력인 아베 계파를 둘러싼 ‘정치 비자금 스캔들’이 일파만파로 확산하면서 구체적인 정황이 들어나고 있다.

12일 교도통신,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집권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 계파 의원 대부분 비자금을 받았으며, 2022년까지 지난 5년간 조성된 비자금 총액은 5억엔(약 45억원)에 달한다.

앞서 자민당은 정치모금 행사 파티 초대권을 의원들에게 할당하고, 판매 초과분에 대해 정치자금 보고서에 수입 지출을 기재하지 않고 돌려주는 방식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는 도쿄 검찰에 조사를 받아왔다.

현 정권 실세들의 이름이 연이어 거론되기 시작하면서 기시다 후미오(岸多文雄) 일본 총리가 비자금 스캔들과 관련해 내각의원, 차관, 비서관 등 아베파 인사 15명을 모두 교체할 계획이라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과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을 내각에서 축출하기로 결정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번 사건으로 체포된 사람은 없지만 아베계 내각의 한 관계자는 “(기시다는) 이미 아베계가 조직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이런 기시다 총리의 ‘아베파 경질’을 사실상 ‘아베파 해체의 시작’으로 보도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세력의 정치자금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커지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위기감을 느낀다”며 “상황을 평가하고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대응으로 국민 신뢰를 회복해 국가 정치에 지장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민당의 일부 아베 계파 의원들이 비자금 스캔들에 대한 기시다 총리의 대응을 두고 “무고한 사람들을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경질 대상 15명 중 일부는 비자금 의혹에 연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계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아사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질 대상 일부는) 비자금 스캔들과는 관련이 거의 없다. 굳이 추방할 필요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 국회의원은 또한 기시다 총리의 대응 뒤에는 정치적인 동기가 있음을 암시했다. 고위 관계자는 “(기시다에게) 아베파를 척결하라고 부추긴 것은 다른 파벌의 지도자인 것으로 안다”며 “나는 그 세력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기시다가) 책임지고 사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된 아베파와 또 다른 자민당 파벌 ‘니카이파’ 외에 기시다 총리가 수장을 맡았던 ‘기시다파’도 정치자금 보고서에 파티를 통해 확보한 수익을 축소해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현지 공영방송 NHK가 보도했다.

한편 NHK방송이 지난 8~10일 18세 이상 유권자 12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이들은 11월 조사보다 6%포인트(p) 떨어진 23%로 집계됐다. 이는 기시다 내각이 출범한 지난 2021년 10월 이래 최저치이며, 2012년 12월 자민당이 정권을 탈환한 이후로 봐도 가장 낮은 수치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집권 이래 최저수준을 달리고 있다.

우익 성향을 갖고 있는 산케이신문이 민영방송사인 후지뉴스네트워크(FNN)과 함께 지난 9~10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선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22.5%로 전달 대비 5.3%포인트(p)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비지지율은 71.9%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비자금 의혹은 총리 책임”이라는 의견이 88%를 차지하기도 했다.

일본 국민 입장에선 아베파의 비자금으로 보이기보다 집권당인 ‘자민당 전체의 문제’로 보인단 의미기도 하다. 이날 교도통신은 이미 논란의 여지가 있는 종교단체와의 관계로 압박을 받고 있는 기시다 내각이 조기 종료 될 수 있다고도 보도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일본의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인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향후 정권 운영 방향을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야당은 기시다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임시국회가 끝날 때까지 제출하겠다며 기시다 총리를 비난했다, 이에 따라 정치자금 모금 스캔들은 일본 정치판을 한동안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