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통령 "고인·가족 배려 필요" 언급해 그 의미에 관심
美서 종신형 받고 수감…멕시코선 이미 두 차례 '영화 같은 탈옥'

'엘 차포' 모친 마리아 콘수엘로 로에라의 생전 모습(2019년 1월). (출처: 연합뉴스)
'엘 차포' 모친 마리아 콘수엘로 로에라의 생전 모습(2019년 1월). (출처: 연합뉴스)

멕시코를 '마약 밀매 온상'으로 만드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꼽히는 '마약왕 엘 차포'의 모친이 사망함에 따라 미국에서 종신형 복역 중인 아들이 장례식에 참석하거나 생전에 묘소를 방문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정례 기자회견에서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마약 밀매 카르텔인 시날로아 카르텔을 이끌었던 호아킨 '엘 차포' 구스만의 모친이 사망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고인과 그 가족들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망한 모든 사람은 물론 그 유족도 존중과 이해를 받을 자격이 있다"며 "모든 죽음은 안타까운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현지 일간지 엘우니베르살은 엘차포 구스만의 모친인 콘수엘로 로에라(95)가 전날 북부 시날로아주(州) 한 사설 병원에서 노환으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엘 차포'는 1989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 각지에서 200t이 넘는 마약을 몰래 팔거나 돈세탁과 살인 교사 등 총 17개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돼, 2019년 '종신형+30년형'을 받은 뒤 미국 중범죄자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고인과 가족에 대한 배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일각에선 모친상을 당한 '엘 차포'가 일종의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장례식에 참석하거나 추후 묘소를 방문하도록 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현재 시점으론 두 가지 경우 모두 짐작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는 미국에서 복역하기 전에 앞서 멕시코 감옥에 갇힌 적도 있는데, 그중 2차례나 탈옥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01년 '빨래 카트'에 숨어 밖으로 나왔다가 13년 만에 붙잡힌 그는 2015년엔 멕시코시티 외곽에 있는 알티플라노 교도소 내에서 샤워실 바닥에 1.5㎞ 길이 땅굴을 파 또 한 번 탈옥한 바 있다.

이후 2016년에 다시 붙잡힌 뒤 미국으로 범죄인 인도됐다.

멕시코 대통령은 엘차포 구스만 모친의 장례식과 관련해 시날로아 지역에 대한 보안 강화 가능성에 대해선 "그럴 필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멕시코 시날로아 카르텔 수장 '엘 차포'가 탈옥 뒤 2014년 다시 붙잡혔을 때의 모습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엘 차포'의 모친은 대체로 종교 활동을 하며 조용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

2020년엔 아들의 멕시코 송환 요청을 위해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잠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콘수엘로 로에라와 악수하며 친근함을 표시해, 현지 매체로부터 비판받기도 했다.

콘수엘로 로에라의 손자이자 '엘 차포'의 아들인 오비디오 구스만도 옥중 생활 중인 아버지 대신 시날로아 카르텔 실권자로 군림하다 올해 초 멕시코 당국에 체포돼 미국으로 넘겨졌다.

오비디오 구스만은 치명적 마약 펜타닐을 미국에 주도적으로 유통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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