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장기관리 전담센터 운영
단절청년 지인 지원도 확대
찾아가는 거점 ‘시즌2’ 계획
“서울, 다양한 프로그램 지원”

리커버리 야구단 (제공: 서울시)
리커버리 야구단 (제공: 서울시)

[천지일보 서울=송연숙 기자] #1. A(29)씨는 8년간 고립·은둔 생활을 했고, 마지막 3년은 고시원과 PC방을 오가며 지냈다. 성북구 지역 교회를 통해 서울시 사업에 연결돼 리커버리센터 공동생활 숙소에 들어오게 됐다. A씨는 공동생활을 하며 일상을 바꿨고 서로 배려하며 소통하는 법을 익혔다. 그는 “현재는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는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고 말했다.

#2. B(35)씨는 5년이라는 기간 동안 시험을 준비했으나 반복되는 실패로 자존감이 낮아진 상태였다. 또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대인관계가 단절돼 어려움이나 함께 고민 상담을 할 사람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서울시 사업에 신청하게 됐는데, 사회 경험이 없던 B씨에게 다양한 기회와 경험을 지원해줬다. 현재는 새로운 진로를 결정해 전문 기술교육을 받고 있으며, 주말에는 인턴십 일 경험 프로그램에도 참여해 카페에서 커피도 배우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4월 25일 전국 최초로 고립·은둔 청년 종합지원대책을 발표하고 고립감을 느끼거나 자신이 집, 방에서 나오지 않고 사회와 단절된 채 하루를 지내는 고립·은둔 청년을 대상으로 다시 세상과 연결될 수 있도록 다양한 회복 프로그램을 지원해 오고 있다.

서울 고립·은둔 청년 종합지원대책은 청년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발굴부터 맞춤 지원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체계적 청년 지원,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차별이나 무관심 대신 사회적으로 응원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사회적 관심 확산을 골자로 추진됐다.

올해 원스톱 정책지원과 사회적 관심 확대는 그간 고립·은둔 분야에서 사업을 수행해 온 전문기관이 생명의전화종합사회복지관, 푸른고래리커버리센터, ㈔씨즈를 보조사업 수행기관으로 해 함께 진행했다.

시는 11일 ‘2023년 서울 고립은둔청년 성과공유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올해 서울시 고립·은둔 청년 지원사업에 참여한 청년들과 함께 활동하는 모습과 성장 과정 등을 담은 전시·공연·영상·토크콘서트 등의 구성을 되돌아보며 서로를 지지하는 시간을 갖고자 마련됐다. 성과공유회는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오세훈 시장도 참석해 서울시 사업에 참여한 고립·은둔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 자리에 참여한 청년들은 프로그램을 통한 성장 과정과 소감 등을 발표했고, 고립·은둔 청년을 둔 부모님도 자리해 가족으로서 겪는 어려움 등을 나눴다.

현장에서 고립 탈출을 돕는 매니저와 은둔청년으로 구성된 리커버리 야구단을 코칭하는 이민수 감독도 동석해 현장 에피소드를 전했다.

이번 행사에는 토크콘서트 외에도 고립·은둔 청년이 직접 만든 미술 작품, 뜨개인형, 도자기 그릇, 베이커리 등과 청년들의 활동사진, 캠페인을 통해 모은 시민들의 응원 메시지도 전시됐다. 고립·은둔 청년이 직접 준비한 공연 등 볼거리도 제공됐다. 또한 고립·은둔 청년들이 서로 소통하며 힐링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해 전문 예술가와 함께 청년들이 한 편의 시를 완성하고 연극을 통해 시를 낭독·연기하는 시간도 가졌다.

서울시는 올해 사업의 성공 사례와 개선 과제를 면밀히 분석해 내년 사업을 양적, 질적으로 업그레이드할 방침이다.

고립·은둔 청년의 성공적 회복과 자립을 돕고 2~3년의 장기 관리를 위해 전담센터를 구축한다. 전문 민간 위탁을 통한 맞춤형 사례관리와 사후관리를 지속적으로 해나가 고립·은둔의 장기화를 방지한다.

또한 당사자뿐 아니라 부모, 지인 등 고립·은둔 청년의 주변 사람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도 확대한다. 이와 관련해 오 시장은 지난 9월 청년정책 콘테스트 패널로 참여해 청년 제안자와 정책 아이디어를 모으는 과정에서 고립·은둔 청년 부모 등 가족 지원에 대한 정책 필요성을 제시한 바 있다. 가족 지원에 대한 지원 방향과 내용은 내년에 구체화돼 가동될 예정이다.

끝으로 올해 정책 사례와 프로그램 효과성에 대한 성과를 면밀히 분석해 프로그램 고도화 방안을 마련하고, 찾아가는 지역거점 상담을 신설해 발굴 체계 및 홍보를 강화하는 등 다방면의 처방을 담은 서울형 고립·은둔 청년정책 시즌2를 선보일 계획이다.

오 시장은 “지난 4월 서울시의 고립·은둔 청년 종합대책이 발표된 뒤 그 사업들이 현장에서 잘 진행되면서 많은 고립·은둔 청년들이 활력을 되찾아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기회를 얻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흐뭇함을 느꼈다”며 “고립·은둔 청년 한 명이라도 더 사회와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자립할 수 있도록 서울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응원하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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