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베트남과 외교단계 격상
한미일베 中 거리두기 추측도
미일-베트남 밀착에 中 ‘불편’

베트남이 미국과 일본과는 밀착하는 반면 중국과는 거리는 두는 모양새다. 사진은 보 반 트엉 베트남 국가주석(왼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27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악수를 나누는 모습. (출처: 뉴시스)
베트남이 미국과 일본과는 밀착하는 반면 중국과는 거리는 두는 모양새다. 사진은 보 반 트엉 베트남 국가주석(왼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27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악수를 나누는 모습.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과 일본이 최근 베트남과 외교관계를 최고단계로 격상, 이를 의식한 중국이 베트남과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등 밀착 외교를 추진하고 있지만 베트남은 보란듯 미일에 호응하고 당초 11월 안에 성사시키려던 중국-베트남 정상회담을 12월로 미뤘다.

미일보다 먼저 통산 4번째로 베트남과 외교 단계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했던 한국도 최근 갑자기 요소수 문제를 빚고 정부간 협의 일정이 취소되는 등 중국과의 관계가 좋지 않다. 이에 한미일과 베트남이 합심해 중국을 따돌리려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베트남은 지난 9월 미국과 한 단계를 건너뛴 파격적 외교관계 격상에 나섰고, 수교 50주년을 맞은 일본과는 지난 11월말 양국 정상이 만나 외교 단계를 격상했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에서 투자자문업을 영위하는 투자은행 ARC는 최근 중국 기업공개(IPO) 시장 침체로 낙담한 베트남 자동차제조업체 빈패스트(VinFast)의 미국 상장 추진을 검토 중이라고 미국 CNBC가 지난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BC는 미국의 투자은행들이 최근 베트남을 포함한 아세안 10개국 기업들의 IPO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논평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2년 베트남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02년 대비 3.6배 증가, 3700 달러에 이르렀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아세안 국가, 특히 베트남에 대해 각별한 외교적 관여를 강화해왔다. 지난 9월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해 베트남의 다섯번째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은 국가가 됐다.

박연관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베트남어과)는 지난 4일(서울 현지시간) 러시아 스푸트니크와의 인터뷰에서 “베트남은 최고 외교단계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중국과 최초로 맺고 러시아, 인도, 한국 순으로 맺었다”면서 “지난 9월 미국과 통산 5번째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특이한 점은 베트남이 외교관계를 맞을 때 포괄적→전략→포괄적 전략의 단계별 동반자 관계를 맺는데, 미국과는 ‘포괄적 동반자’ 단계에서 ‘전략 동반자’ 단계를 뛰어넘어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한국 등 종전 최고 외교단계를 맺은 나라들의 전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례적인 우대였다는 설명이다.

베트남에 한국(1위)과 싱가포르(2위) 다음으로 많은 투자를 해온 일본도 중국에게는 대(對)베 관계에 있어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11월 27일(현지시간) 도쿄 총리 관저에서 보 반 트엉 베트남 국가 주석과 회담 후 기자회견을 갖고 “베트남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해는 베-일 수교 50주년으로, 양국은 올해 안에 ‘포괄적 전략 파트너’ 관계로 격상할 것이 예상돼왔다. 실제 양국 정상회담에 앞서 일본 외무상이 베트남을 다녀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교수에 따르면 일본은 그동안 베트남에 대한 개발원조(ODA)를 가장 많이 한 공유국이다. 얼마 전 베트남의 위성발사를 ODA 프로젝트로 지원해 준 적이 있다.

지난 1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왼쪽)과 보 반 트엉 주석이 만난 모습. (출처: 뉴시스)
지난 1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왼쪽)과 보 반 트엉 주석이 만난 모습. (출처: 뉴시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1일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 제15차 양국협력 운영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 이에 앞서 일주일 전 중국 상무부장이 베트남을 방문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행보가 시진핑 국가주석의 하노이 방문 준비의 일환이라고 논평했다.

하지만 당초 11월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던 베트남 방문은 12월로 넘어온 상태다. 소식통에 따르면 12월 14~16일 중 시 주석의 하노이 방문이 성사될 것으로 예견되지만, 이 또한 불분명하다. 중국 입장에서는 베트남이 애를 태우고 있다고 여길만한 상황이다.

한편 중국이 2년 만에 요소 수출을 또 중단하면서, 한국에서도 비상이 걸렸다. 일부에서는 수출을 내년 1분기까지 막을 계획으로 알려진 가운데 중국 정부는 한국 정부의 협조 요청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관영언론은 ‘의심병’과 ‘공황증’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한국이 과민 반응을 보인다는 투로 보도했다. 또 한국이 미국의 중국 압박에 동참한 탓에 요소수로 보복을 당할까 지레 과잉대응을 한다는 논평도 나왔다. 그러면서 2년 전 요소수 대란 때처럼 우호적 협상을 통해 중국에서 요소를 긴급 수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6일 4년 만에 만나기로 예정됐던 한중 국세청장 회담도 취소됐다. 국세청은 지난주 공지한 주간일정에 반영된 한중 국세청장 회담 일정이 취소됐다고 하루 전인 5일에 긴급 추가 공지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