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 “민간치료 보험금 우선 지급할 것”
가족연대 “기존 입장 고수, 답변도 못 받아”
“국감 면피용 발언으로 소비자들 뒤통수”

발달지연아동 권리보호 가족연대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현대해상의 발달지연아동 실소보험금 지급'과 관련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2023.12.05.
발달지연아동 권리보호 가족연대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현대해상의 발달지연아동 실소보험금 지급'과 관련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2023.12.05.

[천지일보=김현진·최혜인 기자] “현대해상이 민간치료사에 의한 발달지연 아동 치료비용에 대해 실손보험금을 우선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여태까지 바뀐 게 하나도 없습니다.” - 송수림 발달지연아동 권리보호 가족연대 공동대표.

5일 현대해상과 발달지연 아동 부모의 대립이 다시금 재가열되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주 현대해상은 의원실과 발달지연 아동 부모와의 좌담회를 통해 민간치료사에 의한 발달지연 아동 치료비용에 대해 제도 개선 시까지 실손보험금을 우선 지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발달지연 아동 부모들의 모임인 ‘발달지연아동 권리보호 가족연대’ 측은 전날 성명을 내고 현대해상이 발표 내용과는 달리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이성재 현대해상 대표가 강훈식 의원과의 좌담회를 통해 약속한 내용이 거짓이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국감 면피용 발언으로 소비자들 뒤통수를 쳤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된 발달지연 아동 치료에 지급하는 실손보험금은 어린이보험 시장 점유율 1위인 현대해상에 최대 이슈 중 하나다. 발달지연 아동 치료비 실손 부지급 건은 국정감사에 2번이나 오를 만큼 중대한 사안으로 꼽힌다.

발달지연은 또래 아동에 비해 언어, 사고 등의 발달이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더딘 것을 말한다. 이들에 대한 치료는 언어재활사·작업치료사 등 일부 국가 자격 치료사를 제외하곤 상당수 민간자격 치료사들에 의해 이뤄진다.

하지만 현대해상이 지난 5월부터 민간자격자에 의한 치료는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앞서 현대해상은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발달지연 아동이 급증하며 관련 실손보험금 지급이 크게 늘자, 올 5월 심사 강화 방침을 알리고 보험금 청구 시 치료사의 자격번호를 추가로 제출하도록 했다. 민간자격자들이 행하는 치료는 ‘의료행위’가 아니므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이후 발달지연 아동의 부모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발달지연 치료가 폭넓게 인식되고 있고, 민간치료인력 중엔 발달장애인거점병원, 행동발달증진센터 등에서도 발달지연 치료를 진행하는 인력도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다가 지난달 29일 현대해상과 가족연대의 좌담회가 강훈식 의원실과 최혜영 의원실 동석하에 진행됐다. 그러나 서로의 입장차는 뚜렷했다.

현대해상 광화문사옥. (제공: 현대해상)
현대해상 광화문사옥. (제공: 현대해상)

가족연대는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이날 만남에 대해 “부모들이 지난 5월부터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현대해상의 일방적인 주장에 대해 근거자료, 객관적인 통계 자료 등을 속 시원히 들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으나 그렇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대해상이 ‘가족연대와 의원실, 그리고 금융감독원까지도 지급 기준에 대해선 관여할 수 없다. 우리는 협상을 하러 나온 것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현대해상 측이 이야기를 충분히 듣겠다고 해 협의를 위한 자리인 줄 알았으나 일방적 통보만 받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정감사 이후 강 의원실에서도 현대해상에 제도적 마련안을 제출할 것을 여러차례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았고, 일방적인 보도를 내보낸 후 좌담회가 끝날 무렵 강 의원실에 최종 확정안을 제출했다”면서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기에 국감 출석을 면피해준 꼴이 됐다. 강 의원이 책임감을 가지고 국회 상임위에서라도 다시 이성재 현대해상 대표를 소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가족연대는 현대해상이 이번 좌담회 이전에 강 의원과 약속한 사항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피력했다.

이들 부모는 “현대해상이 ‘작업치료사와 언어재활사가 시행한 치료에 대해서만 지급하겠다’ ‘최초 청구자에 한해 청구일로부터 최대 6개월 동안 자격정보 상관없이 보험금을 지급하겠다’ ‘기존 청구자는 소급적용하지 않겠다’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러한 입장은 앞서 이성재 현대해상 대표가 강 의원과의 좌담회를 통해 약속한 ‘발달지연 아동 치료 관련 제도가 안착될 때까지 치료사 자격과 상관없는 우선 지급하겠다’라는 말이 거짓이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금융감독원뿐 아니라 현대해상에서도 민간치료사가 의사의 지도하에 ‘단순보조’한 경우라면 실질적으로는 의사의 의료행위로 실손보험의 보상 대상에 해당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에 가족연대는 현대해상에 ‘의사의 주도적 치료 기준’에 대한 재차 질문했으나 기본적인 답변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가족연대는 사태를 해결을 위해 모든 것을 불사하겠다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및 강 의원실과 민간자격치료사의 국가자격화를 위해 간담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현대해상 측은 대표의 발표 범위 내에서 모든 약속을 다 지키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국감 때 대표는 ‘최초 청구 고객께는 민간치료사의 치료 건도 보험금을 우선 지급하고 정상의료기관과 전문 치료사가 전원할 수 있는 기간까지는 치료의 중단이 없도록 추가적인 보험금 청구 건에 대해서도 우선 지급하면서 민간치료사의 문제점에 대해 안내해나가겠습니다. 상세 방안은 추후 수립될 예정’이라고 했는데 이 범위에서 모든 약속을 다 지키고 있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현대해상은 이달부터 민간자격자에게 치료를 받고 상세 불명의 발달지연 코드로 최초 보험금을 청구하는 고객에게 횟수와 관계없이 가입자가 6개월 동안 청구하는 보험금을 전액 지급한다고 밝혔다. 현대해상 측은 “의료기관과 환자 보호자들, 민간자격자분들의 혼선을 방지하고 현재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선의의 고객을 보호하고자 6개월의 유예기간을 결정했다”면서도 “당사 보상 정책의 변경은 아니다”고 했다.

한편 지난 8월까지 현대해상이 발달지연 아동 치료에 지급한 실손의료보험 보험금이 월평균 78억 40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 3분기 현대해상 누적 당기순이익인 7860억원이며, 3분기 당기순이익은 289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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