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배터리사, 지분율 조정 따른 추가 투자 부담
산업부, 오후 민관합동회의 열고 대응 방안 논의

LG화학, 화유그룹과 손잡고 양극재 사업 본격 진출. (제공: LG화학)
LG화학, 화유그룹과 손잡고 양극재 사업 본격 진출. (제공: LG화학)

[천지일보=유영선, 정다준 기자] 미국 재무부가 1일(현지시간) 중국 자본의 지분율이 25%를 넘는 합작법인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에 있는 모든 기업을 사실상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중국과 합작사를 설립한 국내 배터리 기업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서 정부는 2일 오후 민관합동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영향 파악에 나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IRA의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외국우려기업(FEOC)’에 중국 정부와 관련된 합작회사 지분율이 25% 이상인 경우도 포함했다.

그동안 국내 배터리·소재 업계는 IRA FEOC 세부 규정 발표를 앞두고 중국 합작법인에 대한 지분율 제한 범위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IRA 적용 이후 미국 수출 우회로를 찾으려는 중국 기업과 안정적인 원료 공급처가 필요한 한국 배터리·소재 업계가 최근 한중 합작회사 설립 움직임으로 활발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화유 코발트와 배터리 전구체 합작 공장을 짓고, 화유 그룹과 포괄적 업무협약을 체결해 모로코에 LFP 양극재를 연 5만t 생산하는 공장을 지어 북미에 공급한다는 계획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중국 리튬 화합물 제조 업체 야화와 모로코에서 수산화 리튬을 생산하는 MOU를 맺었고, 화유코발트와는 중국에 합작 배터리 리사이클 합작 법인을 세우기로 했다.

SK온과 에코프로는 중국 거린메이와 전구체 생산을 위한 3자 합작법인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며,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은 중국 CNGR과 이차전지용 니켈과 전구체 생산 공장을 짓는 합작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증권거래소 공시를 살펴본 결과 중국 배터리 관련 업체들이 한국 및 모로코와 합작 투자라는 우회 경로를 통해 미국 시장을 노리고 있다며 올해 들어 한국에서 최소 9건의 합작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국내 배터리·소재 기업은 일단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 안도하면서 이날 발표 내용을 따져보며 장기적으로 미칠 영향 등을 파악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배터리 부품과 핵심광물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고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를 대상으로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FEOC 세부 규정에 맞춰 중국 합작법인의 지분을 조정하면 보조금을 받는 데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혜택을 받으려면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은 2025년부터 FEOC에서 조달하면 안 된다.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이 중국 측으로 흘러 들어가지 못하게 함으로써 미국의 전기차 공급망에서 중국을 최대한 배제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중국 측의 투자 지분을 낮추기 위해 우리 기업의 추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점은 우려 요인이다. 생산라인 설립에 조 단위 자본이 들어가는 점을 고려하면 지분 추가 매입을 위해 수천억원을 더 투자해야 할 수도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이 미국의 보조금 혜택을 누리는 것을 최대한 차단하기는 했지만, 포드와 중국 CATL의 합작공장처럼 중국 배터리 기업의 우회로 진출이 인정될 여지가 있는 것도 K-배터리에는 부담이다. 미 정부는 배터리 부품과 핵심광물 생산에 필요한 기술을 사용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경우 기술을 제공하는 중국 기업이 생산 전반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가를 기준으로 삼았다. 현재 포드와 CATL은 포드가 지분 100%를 갖고 CATL은 기술을 지원하고 공장 운영에만 참여하는 형태로 미시간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오후 장영진 산업부 1차관 주재로 민관합동회의를 열어 IRA의 FEOC 세부 규정안 발표가 국내 배터리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