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 및 1·2차장 사표 즉각 수리
조직 불안 지속 등에 대한 ‘문책’ 관측
신임 1차장에 홍장원, 2차장에 황원진
1차장이 당분간 국정원장 대행 맡아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춘택 1차장, 김 원장, 김수연 2차장.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2023.11.23.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춘택 1차장, 김 원장, 김수연 2차장.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 2023.11.23.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김규현 국가정보원장(국정원장)을 전격 교체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 내부 조직 불안 지속 등에 대한 문책성 조치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27일 대통령실과 정계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김 원장을 비롯해 권춘택 1차장, 김수연 2차장에 대한 사표를 수리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영국과 프랑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당일 사의를 표했다.

국정원장의 후임이 곧바로 지명되진 않았다. 김 전 원장을 대신해 신임 1차장인 홍장원 전 영국 공사가 임명돼 국정원장 직무대행을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홍 1차장은 육군사관학교 43기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장 특별보좌관으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원진 2차장의 경우 국정원 안에서 대북정세 전문분석가로 알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1·2차장에 대해 “해외정보와 대북정보에 잔뼈가 굵은 최고의 전문가들”이라고 밝혔다.

국정원 수뇌부 가운데 과학기술과 사이버 안보 분야를 담당하는 백종욱 3차장을 비롯해 조직과 예산, 인사를 담당하는 김남우 기획조정실장은 유임됐다.

정계에선 이번 인사 조치에 대해 국정원장의 교체가 사표 수리 형식을 갖추긴 했으나 사실상 경질의 성격을 띤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는 점에서 그간 국정원 조직 내 있었던 잡음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물은 결과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대통령실은 경질 유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대통령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김규현 원장은 정권 교체기에 국가 최고 안보 정보기관으로서 국정원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우방국 정보기관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고만 설명했다.

국정원 조직 내 있었던 잡음은 ‘인사 파동’을 말한다. 지난해 10월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졌던 조상준 당시 기조실장이 임명된 이후 4개월여 만에 사퇴했다. 그로부터 1개월 전에는 국정원 1급 간부 20여명이 줄사퇴를 했고, 같은해 12월엔 2·3급 보직자 100여명이 대폭 ‘물갈이’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차 인사파동이 됐다.

이후 2차 인사파동이 나왔다. 지난 6월초 국정원은 초·국·처장급 1급 간부 5명에 대해 보직 인사했다가 5일 만에 취소하고 전원 직무대기 발령을 내렸다. 당시 윤 대통령의 재가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보직 인사가 돌연 뒤집히게 된 것이다.

특히 당시 인사 번복 과정에서 김규현 전 원장과 그의 측근인 A씨가 관여했다는 말이 돌면서 ‘신구 권력 간 갈등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A씨는 문재인 정권에서 폐지됐던 국내 정보 파트 출신으로 국정원 개혁의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되자 문재인 정부에서 중용됐던 인사들이 반발하며 사태가 터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후 윤 대통령이 나서 사태를 수습하는 장면까지 나오게 됐다. 6월말 김 전 원장으로부터 국정원의 조직정비에 관한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헌신해달라”며 사실상 ‘내부 분쟁을 잘 수습하라’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김 전 원장에게 남긴 바 있다.

그러나 권준택 1차장이 김 원장의 지시로 인해 직무감찰을 받았다는 내용이 보도되는 등 갈등이 지속돼 3차 인사파동의 조짐이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외교관 출신인 김 전 원장과 내부에서 꾸준하게 승진을 이어온 권 1차장이 알력 다툼을 벌였다는 설도 제기됐다.

엄중한 경고를 냈음에도 국정원 내 잡음이 지속되자 결국 윤 대통령이 ‘수뇌부 물갈이’라는 조치까지 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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