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가, 연내 개최 가능성 낮아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한중일 외교장관이 26일 3국 정상 간 회의와 관련해 필요한 준비를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9월 차관보급 회의에서 ‘정상회의 가장 빠른 시기 개최’ 합의에 이어 이번에는 ‘준비’라고 하는 표현이 들어가 한 단계 진전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는데 연내 개최로 가시화할지 주목된다.
◆박진 “정상회의 가시화 노력”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부산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 1시간 40여분 간 3국 외교장관 회의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박 장관은 “3국 협력 체제의 최정점인 정상회의를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개최하기로 한 합의를 재확인했다”면서 “앞으로 정상회의 개최가 머지않은 시점에 가시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중일은 앞서 지난 9월 차관보급 고위관리회의에서 정상회의를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개최하자’고 합의한 바 있다.
이날 준비라는 단어가 들어가 한 단계 더 나간 것이라는 평가지만 정상회의 시점은 제시되지 않아 연내 개최가 구체화힐지 주목된다.
하지만 외교가 안팎에선 연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내년에도 역시 당분간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윤석열 정부는 앞에서는 한중일 협력을 얘기하다가 뒤에서는 불문율로 여겨지는 대만 문제 등을 계기가 될 때마다 언급해 중국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도 윤 대통령은 영국 일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만‧남중국해 등을 또 거론해 중국 측이 발끈하기도 했다. 일종의 표면적 합의일뿐 외교 수장 간 접촉에 만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미일 협력 3대 추진 방향 제시
박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정체된 정부 간 협의체를 적극 가동해 3국 협력 제도화를 공고히 하고, 3국 국민이 체감할 실질 협력을 발굴하며, 3국 협력이 역내 안정과 번영에 기여하도록 저변을 확대하는 것을 향후 3대 추진 방향으로 제시했다.
그는 “그간 코로나19 등 여러 여건으로 인해 한동안 3국 협력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오늘 회의에서 세 장관은 3국 협력을 조속히 복원하고 정상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3국 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지역 정세와 글로벌 이슈에 대한 논의도 폭넓게 이뤄졌다.
박 장관은 최근 북한의 소위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포함한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과 핵개발이 역내 평화 안정에 대한 최대 위협 중 하나라고 강조했고, 특히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각급에서의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
또한 오는 28일로 예정된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와 관련해 한국 정부의 부산 유치 노력에 대한 지지를 중일 양측에 거듭 당부했다.
이번 회의 이후 한중일 3국 외교장관이 함께 결과를 발표하는 공동기자회견은 중국 측 일정으로 무산됐다.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의가 열린 건 2019년 8월 중국 베이징 회의 이후 4년 3개월여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