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20일부터 시위 재개
서울교통공사, 강경대응 선포
승강장 안전문 개폐 중단 등
‘진입차단·무정차통과’ 조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지난 20일 서울 지하철 시청역에서 정부의 장애인 이동권 포함 증액예산안 반영 촉구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진행했다. 경찰이 전장연에 대해 철도안전법, 집시법 위반으로 채증 등을 실시하자 양측 간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지난 20일 서울 지하철 시청역에서 정부의 장애인 이동권 포함 증액예산안 반영 촉구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진행했다. 경찰이 전장연에 대해 철도안전법, 집시법 위반으로 채증 등을 실시하자 양측 간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시위하지 못하게 원천 봉쇄하거나 무정차를 한다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집회를 원천 봉쇄하게 될 경우 헌법상 집회 자유를 침해하게 되고, 무정차를 하게 되면 타고내려야 할 수많은 시민이 피해를 보게 됩니다.”

23일 오전 시청역 인근에서 만난 최모(64, 남, 서울시 영등포구)씨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와 관련해 “매일 지하철을 타고 다니니깐 출퇴근을 방해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호적이지 않다”면서도 서울교통공사 측의 대응이 과도한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광화문 인근에서 직장을 다니는 박모(42, 여, 서울시 용산구)씨는 서울교통공사의 대응에 찬성한다고 했다. 그는 “서울교통공사 입장에서 보면 손해가 많으니 진입을 차단하는 등의 강력 대응에 공감이 된다”며 “개인적으로 시위로 인해 직장에 지각할 수 있는 만큼 공사 측의 대응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서울지하철 1~9호선을 운행하는 서울교통공사는 이날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원천 봉쇄하기로 한데에 시민들의 반응은 이같이 엇갈렸다. 공사는 지난 21일 오전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역사 진입 차단 ▲진입 시 승강장 안전문의 개폐 중단 등 승차 제한 ▲모든 불법행위에 법적 조치 등을 골자로 하는 3단계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전장연은 2021년 1월부터 장애인 이동권 보장, 권리예산 확보 등을 주장하며 서울 지하철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올해 9월 25일 2호선 시청역에서 마지막 시위를 한 후 약 두 달 만인 이달 20일부터 출근 시간대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했다.

공사는 지하철 모든 역사와 열차 내에서 집회·시위를 금지·제한하고자 경찰에 시설보호를 요청했다. 집시법에 따르면 거주자나 관리자가 시설이나 장소의 보호를 요청하는 경우, 집회나 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을 통고할 수 있다.

공사 측은 전장연이 지하철을 지연시킬 목적으로 승차를 시도하면 경찰과 협력해 승차를 막을 계획이다. 반복된 제지에도 시위를 중단하지 않으면 지하철 차량은 해당 역을 무정차 통과한다. 원활한 현장 대응을 위해 경찰의 협조뿐만 아니라 지하철보안관 전원, 역 직원과 본사 직원 등의 지원인력이 다수 투입될 예정이다.

열차의 일부 출입문 앞을 가로막으면 해당 승강장 안전문 개폐를 중단하기로 했다.

공사는 또 열차 운행 방해를 포함해 철도안전법 등을 위반하는 모든 불법행위에 엄정 대응하기로 하고, 시위 시작부터 종료까지 동영상으로 채증할 예정이다.

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현재까지 전장연을 상대로 5차례의 형사 고소와 3차례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했다. 전장연은 2021년부터 현재까지 총 471회의 선전전을 해왔고 그중 열차 운행방해 시위는 92회였다. 지난 20∼21일 공사 고객센터에 접수된 시위 관련 불편 민원은 139건이며 시위로 인한 열차 지연시간은 총 86시간 33분, 공사가 입은 손실액은 약 7억 8000만원으로 추정된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이번 조치는 지하철에서 시위를 벌일 수 없도록 진입을 원천 차단한다는 점에서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강력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시민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 불법시위가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무관용 원칙에 입각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부분 시민은 전장연의 출근길 시위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이날 오전 서울도서관(구 서울시청) 앞에서 만난 조모(83, 남, 서울시 도봉구)씨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와 관련해 “약 2년 전 지하철 4호선이 장애인들의 시위로 막히는 바람에 서울역에서 예약한 열차 시간을 놓친 적 있다”면서 “시위하려면 국회나 시청 앞에서 해야지. 왜 많은 사람이 출근하는 시간에 그런 행동을 하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조씨는 이어 “아주 못된 행동이다. 동정이 안 간다”며 “자기의 주장만 할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입장도 생각해야 한다. 애꿎은 서민들을 괴롭히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청역 인근에서 만난 정모(22, 여, 서울시 관악구)씨는 “전장연 시위로 수업에 늦은 적이 있다. 그래도 교수님들이 배려해 줘서 괜찮았는데 직장인들은 난감할 것 같다”며 “시위하는 건 정당한 권리이긴 한데 남한테 피해를 주면서까지 하는 것 옳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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