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민 정책 내세운 네덜란드 극우 자유당 출구조사서 1위
이탈리아 등 유럽 곳곳서 이민자 문제로 우파 표심 분출해

(출처: 로이터 통신, 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치러진 네덜란드 조기 총선에서 강경한 반(反)이민 및 반이슬람을 주장하는 극우 성향 자유당(PVV)이 압도적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사진은 헤이르트 빌더르스(60) 자유당 대표가 이날 출구조사 발표 직후 환호하는 모습.
(출처: 로이터 통신, 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치러진 네덜란드 조기 총선에서 강경한 반(反)이민 및 반이슬람을 주장하는 극우 성향 자유당(PVV)이 압도적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사진은 헤이르트 빌더르스(60) 자유당 대표가 이날 출구조사 발표 직후 환호하는 모습.

[천지일보=방은 기자] 유럽 선진국들에 유입되는 이민자 문제가 핵심 선거 변수로 떠오르면서 우익 정당의 득세라는 결과로 이어지는 사례가 유럽 각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노동력 부족을 해결해주지만, 주거비 증가와 범죄율 상승 등이 뒤따르는 대규모 이민자 유입에 엄격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정서가 선거 판도를 좌우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몇 년간 유럽 각지에 몰아친 ‘극우 돌풍’이 여전히 그 세력을 불리는 모양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A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조기 총선을 치른 네덜란드에서  반이슬람 반이민(난민)을 표방하는 극우 성향의 자유당(PVV)이 1당으로 떠올랐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투표 종료 직후 공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유당은 하원 총 150석 가운데 가장 많은 35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2021년 총선에서 자유당이 얻은 17석에 비해 2배 넘는 의석이다.

자유당(PW)의 헤이르트 빌더르스(60) 대표는 2차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된 직후 “망명과 이민 ‘쓰나미’를 끝내겠다”며 반이민 정책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그러면서 “유권자들의 바람에 부응해 네덜란드인을 다시 1순위로 돌려놓을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스위스에서 실시한 총선에서도 이민자 유입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우파 성향의 제1당인 스위스국민당(SVP)이 압승을 거뒀다. 우파 성향 제1당인 스위스국민당은 28.6%의 득표율을 기록해 4년 전 25.6%에서 약진했다. 2019년 총선 대비 3.0% 포인트나 득표율을 끌어올려 제1당 입지를 다진 것이다. 스위스국민당은 급증하는 이민자 유입에 엄격한 기조를 펴겠다는 정책 노선을 선거 내내 내세웠다. 반면 녹색당과 녹색자유당은 2019년 총선 때의 기세를 살려 기후변화 대응을 대표 기조로 내걸었다. 총선 결과는 우파 성향의 스위스국민당의 승리였다.

스위스국민당의 토마스 아쉬 연방 하원의원은 이번 선거를 전후한 여론 변화와 관련해 “이민자들이 대거 들어오고 망명을 신청하는 사람들로 인해 사회적 문제가 커진 상황”이라며 “유권자들은 사회 안전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같은 원인으로 유럽 우익 성향의 정파가 민심에게 표를 얻는 국가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앞서 지난해 이탈리아에서 100년 만에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탄생하면서 유럽의 우향우 서막이 올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강경한 반이민 공약을 내세워 집권에 성공한 멜로니 총리는 이를 실천하기 위한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주변국들과 상당한 마찰을 야기했지만 자국 내에서는 탄탄한 지지기반을 확보했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아프리카 곳곳의 내전, 중동지역 분쟁, 홍수와 가뭄 등의 자연재해는 이주민들이 유럽 곳곳에 대규모 유입되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각국의 재정 긴축 속에 경제여건이 어려워졌다고 느끼는 유럽인들의 여론은 이민 문제 등에 대해 더욱 보수화하고 있다는 게 일반이다.

스웨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작년 9월 총선에서 집권 중도좌파연합이 우파연합에 패배했다. 당시 돌풍을 일으킨 극우 포퓰리즘 정당 스웨덴민주당은 내각에는 참가하지 않으면서도 원내 제2당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웨덴민주당은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존재감이 미미한 군소 정당이었으나, 반이민 정서와 자국 우선주의 등의 기조를 앞세우면서 빠르게 세력을 확장해 주류 정치 세력으로 편승했다.

지난 4월 핀란드 총선에서 승리한 우파 국민연합당은 이달 극우 핀란드인당을 포함한 3개 정당과 함께 새로운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연정 구성이 끝나자 그간 핀란드 국민이 요구해온 강경한 이민정책 발표가 쏟아져 나왔다.

지난 5월 스페인에선 우파 연합이 총선의 전초전으로 꼽히는 지방선거에서 승리했고, 6월 그리스 총선 때는 중도우파인 현 집권당 압승과 함께 극우 성향의 소수정당 3곳이 의회에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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