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관련 문제 등도 포함

한영 군사합동훈련 등 확대

尹동포간담회서 “새 관계 구축”

영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런던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초청 만찬 간담회에서 격려사하고 있다. 2023.11.21. (출처: 뉴시스)
영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런던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초청 만찬 간담회에서 격려사하고 있다. 2023.11.21.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한국과 영국의 관계가 기존 ‘포괄적·창조적 동반자 관계’에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다.

다우닝가 합의(Downing Street Accord)를 통해 채택될 예정인데, 동맹국인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와 합의(accord) 문서 형식으로 양국 간 포괄적 관계를 격상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라 관심이 쏠린다.

20일(현지시간) 대통령실에 따르면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이런 내용을 담긴 ‘다우닝가 합의’를 채택한다. 다우닝가는 영국 총리 관저가 있는 거리다. 한영 정상은 오는 22일 다우닝가 10번지에 있는 관저에서 회담한다.

대통령실은 “다우닝가 합의 채택 및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의 격상은 한영 양국이 140년간 다져온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양국 미래세대를 위해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군사안보 협력 등 강화

다우닝가 합의에는 양국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한영 간 미래 협력 방향이 담긴다. 북핵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한 양국의 공동 입장과 우크라이나 사태, 인도·태평양, 중동지역 정세 등 글로벌 현안 대응에 대한 공동 의지를 밝히는 내용이 포함된다.

특히 국방·안보·방위산업 분야에서 협력이 대폭 강화된다. 우선 방위력 협력 파트너십 의향서 및 방산 공동 수출 MOU(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방산 협력을 발전시키고, ‘전략적 사이버 파트너십’ 등도 체결한다.

이어 양국 합동 훈련 확대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이행을 위한 해양 공동순찰 추진 등 국방·안보 분야 협력도 증진한다. 또 기존 한영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선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하고, 미래의 강력한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양국 간 반도체 협력 MOU도 체결한다.

두 정상은 거시 경제 이슈 및 상호 투자 촉진 논의를 위한 경제 금융 협력 방안은 물론 AI·디지털·원전·우주과학·바이오·양자 기술·해상풍력·청정에너지 등 미래 산업 분야의 경제 협력도 논의한다. 이와 함께 기후 위기를 포함한 글로벌 현안에 대한 공동 의지를 천명할 것이라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서방 중심 외교 강화하나

윤 대통령도 이날 현지 동포간담회에서 “한영 양국은 사이버 안보와 방위산업 등 안보 분야의 협력 체계를 새롭게 구축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행보는 혈맹으로 여기는 미국과의 관계에 못지않게 한·영 간 안보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것인데, 서방 중심의 편향 외교를 강화하겠다는 뜻으로도 받아들여진다.

이런 흐름에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유하고 중시하는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해석인데, 결국 미국 영국 등 서방의 하부구조로 기꺼이 편승하겠다는 것이라 한반도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날에도 대만‧남중국해 등을 또 언급해 중국 측이 발끈하기도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 등으로 전 세계 안보가 근래 어느 때보다 불안한 데다 갈수록 심화하는 미중 간 패권 갈등 상황 속 노골적으로 서방 편중의 외교를 펼치겠다는 것이라 대만 사태나 남중국해 문제 발발 시 한국군의 연루 가능성 등이 계속해서 높아지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김은혜 홍보수석은 현지 브리핑에서 “양국이 체결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협력 문서(accord) 로 타결을 이뤘다”며 “안보·국방뿐 아니라 공급망 확보·에너지 등 경제 분야까지 협력의 지평을 포괄적으로 넓혔다”고 말했다.

◆여왕 벤틀리로 마중나온 영국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영국에 도착했을 때 영국 측이 별도 의전 차량을 제공하는 등 예우를 다했다는 국내 언론의 보도가 나왔지만 국빈이라면서도 레드카펫이 없는 등 공항은 한산해 눈길을 끌었다.

20일(현지시간) 윤 대통령 내외는 공군 1호기 편을 통해 영국 런던 스탠스테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회색 제복을 입은 의장대가 도열한 가운데 영국에선 왕실 수석 의전관인 후드 자작, 데이비드 피어리 외교장관 특별대표 등이 이들 부부를 영접했다. 한국에서는 윤여철 주영한국대사, 김숙희 한인회장 등이 함께했다.

윤 대통령 내외는 영국 왕실에서 준비한 자주색 벤틀리 의전 차량에 올라탄 후에 공항을 빠져나갔다. 벤틀리는 지난 2002년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 50주년을 기념해 특별히 의전 차량을 제작해 왕실에 전달했다. 지난해 윤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했을 때는 영국 총리가 사용하던 차량을 제공한 바 있다.

벤틀리 등장으로 최고 예우라거나 찰스 3세 영국 국왕 즉위 후 첫 번째 국빈 초청이기 때문이라는 등의 시각이 있지만 이전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보다 한산해 주목을 받았다. 영국 왕실은 국빈에 대해선 최고 예우를 다하려고 1년에 2번만 국빈을 맞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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