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남 농촌융복합산업인 이현미 해남고구마빵 피낭시에 대표

“지역 농가와 상생 이루고 싶어”
남편따라 귀촌해 빵집 문 열어
지역 농산물 활용 제품 다양화
해남 인지도 높일 홍보대사 꿈

농림축산식품부 ‘2023 농촌융복합산업 우수 외식업체 콘테스트’ 대상과 전라남도 ‘11월 농촌 융복합 산업인’으로 선정된 이현미 원조 해남고구마빵 피낭시에 대표가 빵집 대표 상품인 ‘해남고구마빵’을 들고 있다. (제공: 전남도) ⓒ천지일보 2023.11.20.
농림축산식품부 ‘2023 농촌융복합산업 우수 외식업체 콘테스트’ 대상과 전라남도 ‘11월 농촌 융복합 산업인’으로 선정된 이현미 원조 해남고구마빵 피낭시에 대표가 빵집 대표 상품인 ‘해남고구마빵’을 들고 있다. (제공: 전남도) ⓒ천지일보 2023.11.20.

[천지일보 해남=천성현 기자] “전남 해남을 알리고 찾아오고 또 찾고 싶은 곳으로 만들고 싶어 지역 특산품인 고구마로 빵을 만들게 됐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2023 농촌융복합산업 우수 외식업체 콘테스트’ 대상과 전라남도 ‘11월 농촌 융복합 산업인’으로 선정된 이현미 원조 해남고구마빵 피낭시에 대표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사업가보다 ‘장인(匠人)’이 되고 싶다는 이현미 대표는 해남 유기농 쌀, 해남 고구마 등 지역 농산물만을 재료로 사용해 사람들에게 질 좋은 제품을 선보여 지역과 농가와의 상생을 이루고 싶다고 전했다.

[천지일보 해남=천성현 기자] 감자빵.ⓒ천지일보 2023.11.20.
[천지일보 해남=천성현 기자] 감자빵.ⓒ천지일보 2023.11.20.

전북 남원에서 태어나 1살 때부터 서울에서 살며 평범한 회사원 생활을 하던 이 대표는 제빵사였던 남편을 만나 남편의 건강 문제로 인해 지난 2004년 남편의 고향인 해남으로 귀촌했다. 이 대표는 “남편을 만나기 전까진 해남을 들어본 적도 없었고 남편을 따라 귀촌하게 됐을 때만 해도 오지라고 생각해 막막하고 싫었다”며 “20년 정도 살다 보니 이젠 해남이 훨씬 편하고 앞으로도 쭉 해남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남편 뜻 이어 지역 대표 빵집으로

이 대표는 “해남에 이런 빵집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는 남편의 뜻에 따라 지난 2006년 제과점을 개업했다. 가게 이름인 ‘피낭시에(Pinancier)’는 프랑스 빵 종류인 피낭시에(financier)에서 유래했다. 그는 “피낭시에 빵이 ‘금괴’ 모양인데 손님들에게 금괴 같은 행복을 주고 싶다는 의미로 남편이 가게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 해남=천성현 기자] 전남 해남군 해남읍 읍내길 8에 있는 해남고구마빵 피낭시에 건물 벽면 문구. ⓒ천지일보 2023.11.20.
[천지일보 해남=천성현 기자] 전남 해남군 해남읍 읍내길 8에 있는 해남고구마빵 피낭시에 건물 벽면 문구. ⓒ천지일보 2023.11.20.

그러나 개업 1년여 만에 남편 건강이 재차 악화돼 빵집 운영이 어려워졌고 이 대표는 남편의 뜻을 잇기 위해 제빵 기술자들과 함께 가게를 운영했다.

이 대표는 “그 당시에는 프랜차이즈 빵집이 대세였고 지역 빵집들이 점점 사라지는 추세였다”며 “다양한 빵을 파는 지역 제과점이 있어야 한다는 남편의 뜻을 이어가고자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약 5년간 제빵 기술자들에게 의존해 가게를 운영하던 이 대표는 기술자들과의 불화 등 경영적인 어려움을 느껴 직접 제빵을 배우기로 결심하고 목포과학대로 제빵 기술을, 광주 전남대학교로 마케팅과 경영을 배우러 다녔다.

[천지일보 해남=천성현 기자] 고구마 타르트. ⓒ천지일보 2023.11.20.
[천지일보 해남=천성현 기자] 고구마 타르트. ⓒ천지일보 2023.11.20.

◆지역 특산품 고구마로 빵 개발

제빵을 배우면서 이 대표는 새로운 고민을 시작했다. 처음 남편과 제과점을 열게 됐을 때부터 바랬던 해남에서만 먹을 수 있고 지역을 알릴 수 있는 특산품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던 중 해남의 특산물인 고구마가 과잉 생산으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고구마를 활용해 만들 수 있는 초콜릿, 아이스크림, 케이크 등 다양한 제품들을 만들었지만, 인기를 얻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이 대표는 고구마를 빵의 모양과 내용물로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반죽을 고구마 모양으로 만들어 속에 고구마를 채우고, 겉면은 국산 자색고구마를 이용해 색을 입혀 고구마빵을 만들게 됐다. 

이현미 원조 해남고구마빵 피낭시에 대표가 개발한 ‘해남고구마빵’ (제공: 해남군) ⓒ천지일보 2023.11.20.
이현미 원조 해남고구마빵 피낭시에 대표가 개발한 ‘해남고구마빵’ (제공: 해남군) ⓒ천지일보 2023.11.20.

이 대표는 “천안에 가면 호두과자가 있고, 경주에 가면 경주빵이 있듯이 해남에 오면 사 갈 수 있는 지역 특산물 빵을 만들고 싶었다”며 “한 번 사고 마는 기념품이 아니고 맛있어서 다시 찾게 되고 서로 소개해 해남을 찾아오게 할 수 있길 바랐다”고 했다.

고구마빵이 유명해지자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모양으로 빵을 제작·판매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고구마빵을 만든 취지가 농가와의 상생이므로 고구마를 더 많이 소비하게 되니까 괜찮다”며 “다른 곳에서 만들어도 매출은 계속 오르고 있다”고 웃어보였다.

또한 물가가 오름에도 빵 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돈을 벌고 싶은 욕심보다 더 많은 사람이 빵 맛을 볼 기회를 주고 싶어 올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 해남=천성현 기자] 꿀고구마 피낭시에. ⓒ천지일보 2023.11.20.
[천지일보 해남=천성현 기자] 꿀고구마 피낭시에. ⓒ천지일보 2023.11.20.

이 대표는 무엇보다 최상의 맛으로 행복을 선물하기 위해 빵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그는 “쌀 반죽을 사용해 빵을 만드므로 빨리 굳을 수 있어 이왕이면 해남에 와서 먹는 것을 추천한다”며 “일하는 게 즐겁고 행복하다. 좋아하는 일을 조금씩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새 성공한다는 말도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빵을 개발할 때 사람들이 찾아와 빵을 고르면서 북적이는 모습을 항상 상상했다”며 “상상하다 보니 어느 날 그 상상대로, 말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 해남=천성현 기자] 고구마 스콘. ⓒ천지일보 2023.11.20.
[천지일보 해남=천성현 기자] 고구마 스콘. ⓒ천지일보 2023.11.20.

이 대표는 고구마 외에도 다른 지역 특산물로도 새 제품을 개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는 “고구마빵 외에도 고구마 타르트, 고구마 누룽지, 감자빵, 무화과 스콘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판매 중”이라며 “앞으로도 지역 농산물만을 계속해서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남 하면 피낭시에와 고구마빵이 떠오를 수 있도록 인지도를 높이고 싶다”며 “사람들이 단순히 빵만 사 가는 게 아니라 이곳을 통해 해남을 둘러볼 기회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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