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게시판 ‘탈당’글 잇따라
전문가 “업체 운운은 꼬리 끊기”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7일 각 시·도당에 보낸 공문을 통해 공개된 ‘2023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 현수막 시안. (출처: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7일 각 시·도당에 보낸 공문을 통해 공개된 ‘2023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 현수막 시안. (출처: 더불어민주당)

[천지일보=최수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9일 새 현수막을 내걸었다가 당 안팎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현수막 문구가 청년을 ‘정치도 모르고, 경제도 모르는’ 등의 문구가 담겨 있어 청년 세대가 정치·경제에 무지하고 이기적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17일 ‘더민주 갤럭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밝히며 ‘11.23 나에게온당’,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혼자 살고 싶댔지 혼자 있고 싶댔나?’ 등의 문구가 담긴 티저 현수막 4종을 공개했다.

해당 현수막은 청년층을 이기적이고 정치·경제에 무지한 집단으로 표현했다는 등의 지적이 제기되며 논란이 일었다.

이에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탈당하겠다”는 글이 잇따랐다. 한 당원은 “현수막 보고 글 쓰고 탈당하러 가입했다”며 “이런 결정을 내리는 정당이 총선이든 다음 대선이든 민심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썼다. 다른 당원은 “이번 현수막엔 간첩이 있는 게 분명하다”며 “MZ세대를 조롱하는 것인가. 그래서 2030 다 놓치고 총선 폭망하자는 것인가”라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새 현수막은) 당에서 한 게 아니고 업체에서 캠페인 준비를 위해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민주당 한준호 홍보위원장은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연구원에서 준비해온 캠페인에 대해 진행하는 업체에서 (현수막을) 달던 것이고, 당은 행사에 대해 선거관리위원회 검토를 받아야 해서 기술적으로 공문만 조치하는 과정이었다”며 “업무상 실수는 맞지만, 당직자나 당이 개입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당 안팎에선 민주당의 대처에 대해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원욱·김종민·조응천·윤영찬 등 의원이 모인 당내 의견 그룹 ‘원칙과 상식’은 지난 18일 논평을 통해 “맥락도 없고 논리적이지도 못한 어설픈 홍보 기획을 해명하려다 더 큰 비난을 자초하는 꼴”이라며 “이번 현수막 사태는 도덕성, 민주주의, 비전이 상실된 민주당의 처참한 현실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라고 지적했다.

또 “해당 현수막은 일상적 홍보가 아닌 새로운 프로젝트라면 별도의 예산이 책정되었을 것이다. 또 당내 여러 단위, 의원들, 당직자들의 의사결정을 거쳐 결정되었을 것임이 분명하다”며 “대체 어떤 이유, 어떤 의사결정 경로로 저런 저급한 내용과 디자인이 민주당의 홍보물로 결정되었는지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압박했다.

전문가는 업체가 아이디어를 내면 당이 정무적 판단을 통해 채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업체 핑계를 대는 것은 책임 회피라고 지적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업체에서는 2030한테 티저 현수막 한다고 여러 아이디어를 냈겠지만 정무적인 판단은 못 한다”며 “채택은 민주당이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누가 그 말을 했느냐가 중요한데, (책임에 대해) 업체 운운하는 것은 꼬리 끊기에 바보 같은 짓”이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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