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노출지수 상위 25% 398만개

인공지능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의사, 회계사, 변호사, 공학 기술자 등 고소득 전문직이 향후 인공지능(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들 직종은 현재의 AI 기술로도 수행 가능한 업무가 전체의 80%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은 16일 ‘AI와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를 통해 “국내 일자리 중 AI에 대체될 가능성이 큰 일자리는 341만개(전체 일자리의 12%)로 추정된다”며 “고학력·고소득 근로자일수록 AI에 더 많이 노출돼 대체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에 대한 근거로 직업별 업무가 현재의 AI 기술로 얼마나 수행 가능한지 보여주는 ‘AI 노출 지수’를 들었다. 예컨대 지수가 100인 직업은 해당 직업의 모든 업무를 AI에 맡길 수 있다는 뜻이다.

AI 노출 지수가 높아 AI 대체 가능성이 큰 직업은 화학공학 기술자, 발전장치 조작원, 철도 및 전동차 기관사, 상하수도 처리 장치 조작원, 재활용 처리 장치 조작원, 금속 재료공학 기술자 등으로 조사됐다.

이 지수가 낮은 직업으로는 음식 관련 단순 종사자, 대학교수 및 강사, 상품 대여 종사자, 종교 관련 종사자, 식음료 서비스 종사자, 운송 서비스 종사자 등이었다.

세부 직업을 보면 일반 의사와 한의사의 AI 노출 지수가 상위 1% 이내에 들었다. 전문 의사(7%), 회계사(19%), 자산운용가(19%), 변호사(21%) 등도 상위권이었다.

반면에 기자는 상위 86%로 AI 노출 지수가 낮았다. 성직자(98%), 대학교수(99%), 가수나 경호원(하위 1% 이내) 등은 최하위권에 속했다.

AI 노출 지수 상위 20%에 달해 대체 가능성이 큰 일자리는 전체 일자리의 12%에 해당하는 약 341만개로 추산됐다. 상위 25%로 확대하면 약 398만개로 늘어난다. 무려 400만개에 달하는 국내 일자리가 AI에 의해 대체될 위험에 놓인 셈이다.

성별에 따라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대면 서비스업에 상대적으로 많은 여성이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산업용 로봇과 소프트웨어가 도입된 이후 관련 일자리가 감소하고 임금 상승률도 낮아진 점에 비춰볼 때 AI 역시 대체 가능성이 큰 일자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의 영향력이 소프트웨어 도입 때와 유사하다고 가정하면 AI 노출 지수가 10백분위수(percentile) 높은 일자리의 고용 비중은 7%p 줄고 임금 상승률도 2%p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은 또 “AI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임금 불평등을 비롯해 소비자 보호 악화, 이윤 독점 강화, 민주주의 기능 약화 등의 사회적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며 “AI 기술은 소비자 후생 감소, 이윤 독점 심화 등의 부정적인 사회적 결과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적절한 규제 속에서 발전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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