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 가능성 높아진 ‘개정 TDS’ “포퓰리즘적 공멸 시나리오”

“조기경보위성 만으론 한계… 9.19합의 효력정지 논의했으나 미 경청만”

“북한 방위를 넘은 한미동맹의 중요한 전략적 변화… 의회 심사 받아야”

(출처: 연합뉴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한국과 미국 국방부는 13일 서울에서 제55차 한미안보협의회(SCM)를 개최하고 18개 항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는 북핵 위협에 대비해 ‘맞춤형 억제전략(TDS)’ 개정, 미국 조기경보위성 정보공유체계(SEWS)에 대한 협력,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 및 대만 위협 행동 견제, 내년도 한미일 간 안보 협력 증진 등 내용이 담겼다.

특히 주목을 받는 건 개정된 TDS와 중국 견제인데, 점증하는 북핵 위협에 대한 강경 일변도의 정책을 밀어붙였고, 한미동맹을 북한의 위협을 넘어 동북아 역내까지 확장하는 등 구체화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북핵 사용 가능성 대비 TDS 개정

한미 국방장관이 지난 13일 서명한 개정된 TDS는 국방 당국 간 전략문서로 북한의 핵·대량살상무기(WMD) 사용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의 핵 능력을 포함한 한미동맹의 모든 능력을 활용하는 방안이 담겼다.

양국 정상이 지난 4월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미가 함께하는 확장억제’에 합의함에 따라 정보공유를 비롯해 기획과 실행 등 확장억제의 전 과정에서 한미가 함께한다는 전략적 방향성이 개정 TDS에 반영됐다.

공동성명에 언급된 개정 TDS는 세 단계로 구성됐다. 평시와 위기 시, 전시를 상정하고 각각에 맞은 전략을 세분화했다. ▲북한의 핵 사용 위협 시(평시) 전략자산‧재래식 증원 전력 신속히 한반도 전개 등 ▲핵 사용 임박 시(위기 시) 정밀 유도무기로 대북 선제 타격, 미국 핵무기로 북한 핵전력 타격 준비 ▲핵 사용 시(전시) 한미 군 통수기구 핵우산(확장억제) 작동, 핵‧재래식 무기 등 모든 수단 동원 응징 등에 관한 내용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기존 확장억제가 미국의 핵전력에 의존하고 있다면 워싱턴선언에서 합의한 핵협의그룹(NCG)을 통해 이제는 미국 핵 작전에 대한 한국의 재래식 전력 지원을 위해 공동 기획과 실행이 이뤄질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 평가는 극명했다. 한 전문가는 “TDS는 북한의 도발 상황에 따라 그에 맞춰 억제하는 전략인데, 이전에는 추상적 포괄적이었다가 이번에 단계별로 분류화했다”면서 “북핵 억지력 차원이라지만 너무 강경 일변도다. 그만큼 실행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인데, 실제 전쟁이 일어난다면 의미가 없다”고 직격했다.

이어 “평시에는 북한의 블러핑이 작동하고 그 핑계로 미 전략자산을 전개할 경우 중국 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고, 위기 시에는 과연 핵 사용이 임박했다는 징후를 어떻게 파악하느냐 문제가 있다”면서 “오판의 경우 전쟁 유발국이 될 수도 있다. 더군다나 핵 사용 시는 공멸이다. 이런 초강경적인 공멸의 시나리오를 안보의 핵심의 근간으로 삼고 국민에게 발표한다는 건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질타했다.

◆美위성 정보 실시간 공유 등도 논의

한미 장관은 SCM 공동성명에서 “고도화된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동맹의 탐지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미국 조기경보위성 정보공유 체계를 통해 동맹의 탐지 능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 한국군은 미군이 운영하는 조기경보위성이 보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지 않았다”며 “그것을 실시간 공유해서 그 정보가 우리 감시, 요격 무기체계로 실시간 전파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 전문가는 “미국의 조기경보위성은 정지궤도 위성으로 3만 6천㎞ 상공에 떠 있는 최고 고도의 위성이다. 지상의 물체를 포착해도 송신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잡는 데는 유리한 면이 있다”면서 “탐지 능력 강화를 위해선 저고도 군집위성이 수십개는 있어야 한다. 고고도 저고도 두 위성이 양쪽에서 파악한 정보를 융합해야 한다. 전방위적인 정보가 나와줘야 우리한테는 북한의 전술미사일 대응에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9.19 남북군사합의에 대한 내용은 성명에서 빠졌지만 한미 국방장관은 9.19 합의에 대한 효력정지 문제도 논의했다. 신원식 국방장관이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에게 대북 감시·정찰 능력을 제한한다고 주장하며 효력정지 필요성을 설명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오스틴 장관은 공동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한미 양국에서 의견을 나눴고, 앞으로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긴밀하게 협의하기로 합의했다”며 말을 아꼈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미국이 거부했다는 입장이다. 한 전문가는 “공동성명에서는 외교가 결국 중요하다는 얘기를 해 놓고 남북 긴장이 조성될 수 있는 9.19 합의 무력화를 꺼내들었다”며 “미국은 규범을 만드는 국가다. 헬싱키 프로세스 등에서 역사적 경험을 했다. 군사력이 다가 아니라 한축에서는 이런 평화 제도가 움직여줘야 서로 간의 힘을 억누를 수 있다는 것이다. 오스틴 장관은 잘 들었으니 그만 좀 하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 관계자도 이와 관련해 “SCM에서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고, 미측은 이를 경청했다”고만 전해 설득력을 더했다. 그래서인지 인제는 9.19 합의의 ‘일부’조항 효력 정지를 운운하며 북한이 정찰위성을 발사하면 대북 정찰능력을 제한하는 조항의 효력을 정지해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정찰작전을 정상화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9.19 합의 효력정지는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북한에 통보하는 간단한 절차로 할 수 있다.

◆중국 해양 진출‧대만 위협도 견제

한미 국방장관은 한반도 및 동아시아 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양 장관은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비롯한 다수의 미사일 시험발사, 북한 주장 우주발사체 발사 시도, 북러 무기거래 등이 명백한 기존 유엔안보리 결의의 위반임을 확인하고 이를 강력히 규탄했다.

이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양측은 동맹의 압도적 힘으로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하는 동시에 제재와 압박을 통해 핵개발을 단념시키는 노력을 지속해 나간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한미는 중국의 해양 진출과 대만에 대한 위협적인 행동도 견제했다. 양 장관은 남중국해 및 여타 해양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유지,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와 해양의 합법적 사용을 포함한 국제법을 존중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

또한 “올해 4월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공동성명에 반영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역내 국방 및 안보 협력을 지속 증진해나가기로 했다”면서 양 장관은 각자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협력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주목했다.

전문가들은 남중국해 진출 및 대만 해협 문제를 국방 분야에서 처음으로 문구화한 데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한미동맹은 북한의 위협에 대비한 한반도 내에서의 안보를 의미하는데 이번에는 국방 및 안보 협력을 동북아까지 지속적으로 증대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면서 “한반도 방위 동맹에 국한되지 않고 그걸 넘어서서 주변 영역으로까지 확장된다는 것이 인도‧태평양 전략이다. 캠프데이비드에서 합의하기도 한 그걸 못을 박은 것이다. 굉장히 위험한 내용이다”라고 걱정했다.

얘기인즉슨 한국군도 동맹이라는 제도 틀로 인해 대만 사태 남중국해 문제가 터졌을 때 미국의 하부구조로 기꺼이 편입해 개입할 여지가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군 안팎에선 이것이 미군 전략자산 전개 등 강력한 한국의 확장억제 요청에 대한 기브앤테이크(주고받기)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한미 군 당국이 이달 중 B-52 전략폭격기와 핵추진 항공모함을 연이어 한반도에 전개할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해석에 힘이 실린다.

한 전문가는 “남중국해나 대만 연루의 위험 증대로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진다는 건데 이런 내용을 공동성명에 넣고 있다니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는 주한미군의 역할이 한반도 방위를 초월했다는 의미다. 한미동맹의 중요한 전략적 변화”라면서 “그런데 일개 장관들이 마음대로 결정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 동맹 정책은 나토나 일본 사례를 보면 의회의 심사를 받고 의회에 설명하는데 도대체가 자기들 멋대로”라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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