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현금.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중저가폰’ 보급을 늘리면 통신비 인하 효과를 볼 수 있을까? 정부가 통신비 인하 정책 가운데 하나로 추진 중인 ‘중저가폰’ 보급과 관련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Z플립5, 아이폰15 등 ‘프리미엄폰’이 대세가 된 상황에서 중저가폰을 내놓는다고 한들 통신비 절감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는 의문이 든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지난 8일 “이용자의 단말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국내 제조사와 중저가 단말 다양화 방안을 협의한 결과, 제조사는 연내 2종과 내년 상반기 3~4종의 30~80만원대 중저가 단말기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중저가 단말기를 출시할 기업에 대해 ‘국내 제조사’라고 설명했지만, LG전자가 지난 2021년부터 이미 시장에서 철수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삼성전자를 콕 찍은 것이다. 삼성전자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70~80%에 달한다. 나머지는 애플이고, 그 외 해외 제조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의 중저가폰 출시 확대 이야기는 이미 국정감사 때 나온 바 있다. 강봉구 삼성전자 부사장은 지난달 27일 과기정통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관련 질의를 받고 “중저가 단말기 출시를 확대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지난 10일 삼성전자는 KT와 협력해 출고가 43만 8900원의 갤럭시 점프3(모델명 M44)를 선보이기도 했다. 갤럭시 S23 FE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고 알려졌다. 미국에서 먼저 출시된 갤럭시 S23 FE의 출고가는 최저 599달러(약 79만원)였다. FE 시리즈는 갤럭시 프리미엄 라인 S 시리즈의 핵심 기능은 유지하면서도 일부 기능을 빼 가격을 낮춘 모델이다.

Z플립5·폴드5 출시를 앞당기고 3분기 실적방어에 나섰기 때문에 내년 1월 갤럭시S24 출시 전까지는 신제품이 없는 삼성전자는 공백을 메울 제품으로 갤럭시S23 FE를 선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는 갤럭시 A24, A34 5G, 퀀텀4(A54 5G의 SKT향 단말기) 등 3개의 A 시리즈를 선보였다. 여기에 점프3와 S23 FE까지 더하면 올해에만 중저가폰을 5개나 선보이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과연 중저가폰 확대 보급으로 통신비 인하 대책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최근 중저가폰의 판매량만 봐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2021년 한 해 동안 무려 5000만대 이상이 팔린 갤럭시 중저가 라인인 A 시리즈의 A12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을 견인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에서 ‘효자’ 노릇을 한 바 있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지금은 2021년과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가격이 아주 저렴한 모델과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으로 소비가 양극화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중간 가격의 제품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갤럭시 A7 라인의 평균 출고가는 60~70만원인데 가격·성능 측면에서 ‘애매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성비 좋은 단말기를 찾는 소비자들도 최근에는 중저가폰 대신 전작 플래그십 모델을 낮은 가격에 구매하는 것을 선호하는 추세다. 저렴하지만 사양이 비교적 떨어지는 단말기보다 프리미엄군 단말기를 저렴하게 사겠다는 것이다.

중저가폰 확대 보급에 대해 가격만 놓고도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제안한 중저가폰의 가격 스펙트럼은 30~80만원대로 넓다. ‘낮은 가격대’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과기정통부는 “스마트폰 요금제와 단말기 선택권을 확대해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주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단말기 선택권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이 선택하고 싶은 단말기를 저렴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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