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파선역사문화아카데미 이혜경 대표
‘2023 백파선 현대와 만나다’ 전시 개최
14일까지 진행… 총 15명 작가 참여

백파선역사문화아카데미 이혜경 대표가 10일 경기도 고양시 에코락갤러리에서 열리는 ‘2023 사기장 백파선 현대와 만나다’ 전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1.11.
백파선역사문화아카데미 이혜경 대표가 10일 경기도 고양시 에코락갤러리에서 열리는 ‘2023 사기장 백파선 현대와 만나다’ 전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1.11.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조선 최초의 여성 사기장인 ‘백파선(百婆仙)’은 한국과 일본 간에 사랑과 평화의 메신저이자, 양국 간에 가교 역할을 이끌 수 있는 인물입니다.” 

10일 경기도 고양시 에코락갤러리에서 열리는 ‘2023 사기장 백파선 현대와 만나다’ 전시에서 만난 백파선역사문화아카데미 이혜경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백파선을 주제로한 전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번째다. 지난 2일부터 열리는 전시는 14일까지 진행된다.

올해는 15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김용주, 김재호, 노진주, 레이첼곽, 박희원, 안경희, 안영경, 이꽃담, 이돈아, 이상미, 이재숙, 이주연, 이혜경, 홍성기, 고윤정 등이다. 작가들의 도자기와 그림 작품은 백파선을 주제로 다양한 시각이 담겨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가평꽃동네 희망의집 장애인 요양원에서 활동 중인 작가들도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일본 사가현 아리타 갤러리백파선의 부관장을 역임했던 노진주 작가의 작품도 공개됐다.

경기도 고양시 에코락갤러리에서 ‘2023 사기장 백파선 현대와 만나다’ 전시가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3.11.11.
경기도 고양시 에코락갤러리에서 ‘2023 사기장 백파선 현대와 만나다’ 전시가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3.11.11.

◆‘백파선’은 누구인가

백파선은 한국에서는 다소 낯선 이름일 순 있지만, 일본에서는 ‘도자기의 어머니’로 불릴 만큼 유명하다. 백파선이라는 이름은 본명이 아니다. 그의 높은 인덕을 기리기 위해 증손자가 비문에 새긴 이름이다. 백파선은 임진왜란 당시 남편과 일본에 끌려가 훗날 일본 아리타 지역 도업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일본 사가현 아리타시에 위치한 호온지에 남아 있는 만료묘태도파지탑(萬了妙泰道婆之塔)에는 백파선의 비문에 이렇게 기록돼 있다.

‘증조묘(백파선)의 성은 모릅니다. 고려 심해(김해) 출신입니다. 임진왜란 때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고려를 공격하고 돌아오는 길에 다케오 영주인 고토이에노부가 증조모(백파선)에게 도자기를 만들기를 명했습니다. (생략) 증조모는 자녀교육에 열정적이고 모범적인 어머니였습니다. (생략) 쿠로카미야마는 훌륭한 백토를 산출해서 도자기를 만들기에는 천혜의 땅이었습니다. 우리집에 있었던 조선인들은 모두 증조모(백파선)을 믿고 따라왔던 사람들입니다.’

‘2023 사기장 백파선 현대와 만나다’ 전시장 내부 ⓒ천지일보 2023.11.11.
‘2023 사기장 백파선 현대와 만나다’ 전시장 내부 ⓒ천지일보 2023.11.11.

◆운명적으로 다가온 백파선

이 대표는 자신이 백파선의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운명이라고 설명한다. 정치외교학과를 전공한 이 대표는 중구의회 5~6대 구의원, 서울시의원을 역임하며 12년간 의정활동을 했다. 2018년 6월 임정활동 임기를 마친 후, ‘백파선 역사문화아카데미’를 만들어 지인들과 함께 공부를 시작했다. 그 무렵 집에서 곰곰히 생각하던 중 30년전 쯤 일본 나가사키에서 홈스테이를 하던 중 여행하며 아리타에서 만든 접시가 생각났다고 한다. 그리고 깊숙히 넣어뒀던 도자기를 찾았다. 그때 이 대표는 ‘혹시 백파선 할머니는 내가 이일을 할 사람인지 아닌지 지켜본 게 아닐까’하고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 후 백파선은 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하며 계속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6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국제공예 학술포럼(부제: 한일 백파선 국제포럼) 행사를 통해 본격적인 백파선 연구발표 시간을 갖게 됐다. 특히 이 자리에는 백파선 16대 후손인 하시구치 아키히토가 참여해 ‘백파선 후손으로서의 삶’이라는 주제로 발표하기도 했다.

경기도 고양시 에코락갤러리에서 열리는 ‘2023 사기장 백파선 현대와 만나다’ 전시에 참여했던 작가들과 이혜경 백파선역사문화아카데미 대표(제공: 백파선역사문화아카데미) ⓒ천지일보 2023.11.11.
경기도 고양시 에코락갤러리에서 열리는 ‘2023 사기장 백파선 현대와 만나다’ 전시에 참여했던 작가들과 이혜경 백파선역사문화아카데미 대표(제공: 백파선역사문화아카데미) ⓒ천지일보 2023.11.11.

◆여성으로서 리더십 주목해야

이 대표가 백파선에 대해 주목하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는 여성으로서의 리더십이다. 이 대표는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난 상황에서도 백파선은 도공과 가족들을 데리고 일본에 정착하게 됐다”며 “이는 여성으로서 강한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한일 외교 부분에서 가교적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역사적으로 한국과 일본 간에 예민한 부분이 있지만, 문화 예술적인 부분으로 접근한다면 좀 더 다양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다”라며 “백파선은 양국 간의 사랑과 평화의 메신저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 세 번째는 도자 문화의 꽃을 피웠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포로로 끌려간 일본에서 백파선은 도공들을 이끌고 새롭게 도자기 문화의 꽃을 피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도자기를 빚기 위해 흙을 만지는 것부터 굽는 것까지 한 사람이 도맡아야 하는데, 백파선은 흙을 다루는 사람, 빚는 사람, 유약을 바르는 사람 등을 나눠 분업을 시도했다”며 “이로써 좋은 도자기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2023 사기장 백파선 현대와 만나다’ 전시 모습 ⓒ천지일보 2023.11.11.
‘2023 사기장 백파선 현대와 만나다’ 전시 모습 ⓒ천지일보 2023.11.11.
‘2023 사기장 백파선 현대와 만나다’ 전시장 내부 ⓒ천지일보 2023.11.11.
‘2023 사기장 백파선 현대와 만나다’ 전시장 내부 ⓒ천지일보 202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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