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 매헌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 고문.
윤주 매헌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 고문.

빛고을 광주가 침략전쟁의 부역자 정율성을 기리는 성지로 탈바꿈되고 있다. 이에 정치권의 핫이슈로 등장하며 대다수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광주시민들조차 잘 모르고 있던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은 작년 10월 언론 보도를 통해 사회문제로 급물살을 탔다. 문제가 불거진 배경은 광주시에서 정율성이란 사람을 추앙키 위한 사업을 도모하는데 공적은 최대한 부풀리는 데 반해서 치명적인 과는 의도적으로 은폐했다는 사실이다.

이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항일운동에 목숨을 바친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서 관련 기사와 영상을 찾아보곤 깜짝 놀랐다. 역사를 평가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이 되는 공과 사가 심각하게 왜곡됐다는 사실에 경악, 이 사업을 밀어붙이는 광주시 강기정 시장을 비롯해 이 문제를 두둔하는 세력의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필자는 2019년 문재인 정부 때 독립운동 역사를 재조명하기 위해 방영된 드라마 ‘이몽’을 보고 “역사적 사실, 드라마 흥미 위해 왜곡되면 안 돼”라는 제목으로 글을 발표한 적이 있다. 작가는 드라마의 극적 흥미를 유발시키려는 의도였는지 뜬금없이 상해의거에 의열단장 김원봉을 등장시켜 큰 역할을 한 것처럼 묘사했다. 당시 윤봉길 의사는 김원봉을 만난 적도 없고, 김원봉은 상해의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 명백한 역사적 사실이다. 작가의 상상력이 지나쳐 사실이 왜곡되면, 역사적 가치는 빛이 바래고 그 폐해는 오로지 우리 국민의 몫이다. 역사는 오늘날 우리의 삶을 반추·성찰하는 거울로 미래사회 발전을 담보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율성이 누구며, 그의 역사적 행적에 대해서는 각종 언론을 통해 차고 넘치게 드러났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1914년 일제강점기 광주태생으로 중국으로 건너가 항일운동에 참여(?)했고, 중국공산당과 북한노동당에 가입 6.25전쟁 때 침략군의 한 사람으로 서울에 왔고, 우리의 귀중한 유물 ‘조선궁중악보’를 약탈한 전력이 있다. 또 음악의 거성으로 중국인의 80%가 추앙한다는 ‘옌안송’을 비롯해 현재 중국공산당 군가인 팔로군행진곡, 북한 인민군의 군가 ‘조선인민군행진곡’을 작곡 침략군의 나팔수로 사기 진작에 큰 공을 세웠고, 중국에 귀화 ‘흥안령에 눈이 내리네’ ‘우리는 얼마나 행복해요’ 등 400여 곡의 작품을 남겼고 1976년 사망했다.

광주시는 이런 전력이 있는 사람을 ‘광주태생의 역사문화자원’이라는 명목 아래 그를 기리기 위해 생가 표지석, 거리전시관, 정율성로, 그가 다녔던 초등학교에 대형벽화 및 흉상, 각종 홍보 및 음악제 등도 모자라 올 완공을 목표로 한 정율성기념공원 조성에 시민의 혈세 48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이는 조족지혈, 정율성과 관련 있는 화순군 등을 포함하면 117억이라는 국민의 혈세를 썼다고 하니 기가 막힐 뿐이다.

이와 관련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정율성을 알리고 추앙하기 위해 광주MBC가 2부작으로 제작해 2019년 방영한 특집다큐 ‘정율성의 인생극장’이다. 유명 배우 겸 탤런트를 내레이터로 세워 ‘제1부 조선인 음악가 정율성, 그가 조선에 들어올 수 없었던 이유’ ‘제2부 음악으로 조국의 독립을 추구했던 정율성’ 각부 45분 정도 방영된 것을 보며, ‘방송이 역사적 사실을 이렇게 왜곡시킴으로 국민 호도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구나!’ 나도 모르게 탄식이 터졌다.

통틀어 90여분이 넘게 방영된 특집다큐 ‘정율성의 인생극장’ 그 어디에도 북한에서 활동한 그의 행적은 물론 6.25전쟁 당시 침략군의 부역자로 군의 사기진작을 위한 나팔수로 남한으로 내려온 사실은 다루지 않았다. 우리의 유산 ‘조선궁정악보’까지 약탈해 갔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문제는 제2부 말미에 내레이터가 소개한 “그가 살았던 숨 막혔던 시대 오늘의 눈으로 재단하는 것이 맞는가?”라는 멘트는 압권이다. 쟁점이 되는 알맹이는 쏙 뺀 채, 공은 최대한 부각시키고, 과는 최대한 축소하며 ‘시대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묘사했다. 정율성의 실체를 모르고 있는 국민의 감성을 끌어내기 위해 역사 왜곡을 통한 극적 효과 아니 그 어떤 저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냄으로 다큐의 본질을 망각하고 희화화시켰다.

만약 정율성 관련 사실을 알지 못하고 이 다큐를 보았다면, 필자를 포함 대다수 국민은 정율성에 대해 ‘일제강점기 항일투쟁에 앞장서고, 시대적 아픔을 딛고서도 음악적 재능을 발휘해 14억 중국인들에게 회자되는 영웅’으로 평가하며, 그가 대한민국 광주태생임에 긍지를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더욱 놀라운 것은 광주시 강기정 시장을 비롯해 이 문제를 두둔하는 세력들은 “정율성은 광주의 역사문화자원이며, 이로 인해 중국인이 광주에 많이 오는 만큼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 철 지난 색깔론”이라며 ‘정율성기념공원’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 맥락이 ‘다큐와 어찌 그렇게 일맥상통할까? 그들의 또다른 속내가 과연 무엇일까?’ 자못 궁금하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 1조 1항에 명시된 민주주의와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쳐 투쟁한 순국선열들과 호국영령들이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다. 이에 정율성기념공원 조성은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보다 훨씬 민감한 문제로 국가정체성과 국기 더 나아가 국가안보를 뒤흔드는 사건이다.

이에 대해 혹자는 필자를 과대망상이라고 폄훼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 총부리가 우리를 겨냥하고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고 있는 이 시점, ‘공산주의자로 6.25전쟁 때 침략군으로 직접 참여해 군의 사기를 높인 자를 추앙하려고 우리 대한민국 광주시 및 관련 군에서 국민의 혈세 117억을 쏟아부었다는 사실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되묻고 싶다.

2018년 문재인 정부 때 서명한 9.19군사합의도 북한의 약속 불이행으로 파기를 코앞에 두고 있다. 연평도 포격전 9주기가 되는 바로 그날, 북한은 금지구역에 직접 포병사격을 하고, 2022년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 사건 등 군사합의 이후 총 3600회 도발을 감행한 사실이 이를 잘 대변한다.

역사는 사실 그대로 기록될 때 비로소 그 가치가 빛난다. 개인적으로 정율성이란 사람을 높이 평가하거나 폄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정율성이란 사람을 기리는 사업에 매진하는 강기정 시장을 비롯해 이를 옹호하는 세력의 의도와 그 속내가 과연 누구를 위한, 무엇을 노린 것인지 알고 싶을 뿐이다. 허무맹랑한 논리와 궁색한 변명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기’일 뿐이다.

강기정 시장은 ‘정율성기념공원’ 조성을 전면 백지화하고, ‘정율성로’를 비롯해 이미 설치된 것도 바로 잡고, 향후 시민의 혈세로 그를 추앙하는 사업은 멈추길 바란다. 혹여 정율성을 꼭 기리고 싶은 세력들이 있다면 사비로 하되 단, 역사적 사실은 있는 그대로 밝히고 해야만 할 것이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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