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핵폭격기에 ICBM 등 까지

美잠수함기지 방문 등 활발한 교류도

한미 공군이 2023년 4월 14일 한반도 상공에서 우리측 F-35A 전투기와 미국 측 B-52H 전략폭격기, F-16 전투기가 참여한 가운데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한미 공군이 2023년 4월 14일 한반도 상공에서 우리측 F-35A 전투기와 미국 측 B-52H 전략폭격기, F-16 전투기가 참여한 가운데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한미 군 당국이 올해 들어 9차례에 걸쳐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및 한미 간 연합공중훈련 실시 등을 통해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핵 확장억제 공약을 공고히 했다고 국방부가 7일 밝혔다.

이는 한미 정상이 올해 4월 ‘워싱턴 선언’에서 합의한 미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 제고 이행 차원인데 미 전략폭격기와 전략핵잠수함(SSBN),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이른바 ‘핵 3축’으로 불리는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수시로 전개해 북한에 압도적인 핵 역량을 과시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북한은 최근 러시아 기술까지를 염두에 둔 핵·미사일 고도화에 갈수록 몰두하는 상황이고 이에 맞서 남측은 ‘힘에 의한 평화’를 기조로 강대강 대결에서 한치도 물러서질 않을 태세라 대북 억지력이라는 명분으로 미 전략자산의 전개는 빈번해질 가능성이 크고 한반도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방부, ‘확장억제 자료’ 배포

이날 국방부가 내주 한미안보협의회(SCM)를 앞두고 배포한 ‘확장억제 자료’에 따르면 한미 양국 군은 올해 한반도와 그 주변 상공에서 핵무장이 가능한 미 공군 전략폭격기 B-52H ‘스트래토포트리스’가 참가한 연합공중훈련을 현재까지 총 5차례 실시했다.

가장 두드러진 역할을 한 것은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전략폭격기 B-52H인데, 지난 3월 6일 올해 처음 한반도에 전개한 것을 시작으로 7월까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하거나 전략 핵탄두를 공개하는 등 도발할 때마다 곧바로 훈련을 실시하며 한미의 대응 의지를 보여줬다.

특히 지난달 17일엔 B-52H 폭격기가 경기도 성남 소재 서울공항 상공에서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개막식 축하비행을 한 뒤 사상 처음으로 우리 공군기지(청주기지)에 착륙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지난달 22일엔 한반도 인근 상공에서 우리나라와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자위대 전력까지 참가한 한미일 3국 간 공중훈련이 처음 실시됐다. 이 훈련은 워싱턴 선언에 이어 지난 8월 한미일 3국 정상이 지난 8월 미국 캠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연례훈련 활성화에 뜻을 모은 뒤 이뤄진 것이기도 하다.

한미와 미일이 그간 각각 양국 공중훈련을 해왔던 적은 많지만, 한미일 3국이 한반도 인근 상공에서 공중훈련을 한 것은 처음이라 이번 훈련이 일본의 한반도 문제 개입과 간섭의 계기가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일본 자위대기가 그려진 전투기가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는 등 나라 꼴이 엉망이라는 탄식도 흘러나왔는데 같은 맥락의 일환이다.

◆B-52H 전개‧핵잠 기항 등

올해 7월에는 가장 위협적인 핵 전략자산으로 꼽히는 전략핵잠수함이 42년 만에 부산항에 기항하기도 했다. 전략핵잠수함 켄터키함은 한미의 새로운 확장억제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 출범회의에 맞춰 7월 18일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했다. 켄터키함은 사거리 1만 3천㎞에 달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24발까지 탑재가 가능하다.

이외에도 미 전략자산으로 분류되진 않지만 핵 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호(CVN-68)와 로널드 레이건함(CVN-76)이 각각 3월과 10월 우리나라를 다녀갔고,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핵추진 순항미사일 잠수함(SSGN) 미시건함도 6월 부산에 들어왔다.

미군 스텔스 전투기 F-22와 F-35 또한 1차례씩 전개했다. 미 공군이 운용하는 이른바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전략폭격기는 올해 들어서만 5차례나 날아와 한미연합 공중훈련을 수행했다.

한미 군 당국 간 교류도 활발했다. 한미 국방부는 앞서 지난 2월 미국에서 열린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DSC TTX)을 계기로 조지아주 킹스베이의 전략핵잠수함 기지를 처음으로 방문했다. 또 한국 군 관계자들은 지난달 3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밴덴버그 공군기지를 방문해 미국의 ICBM ‘미니트맨-3’ 시험발사를 참관하기도 했다. 한국 대표단의 참관은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하지만 한국 군 관계자들이 미군 군사 시설을 둘러보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아 외교가에선 윤석열 정부의 안보 확장억제에 대한 떼쓰기에 이를 달래기 위한 보여주기용일 뿐이라고 일축하는 견해도 나온다. 미국 국방부 대변인도 지난 2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의 관련 질의에 “우리는 확장억제 공약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정기적으로 한국 대표단을 미국 내 전략 시설에 초청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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