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독서 빈도 조사 결과 최하위

스마트폰 활성화 등 원인으로 꼽아

한국소설 3년간 출간 종수 늘어 눈길

책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은 있지만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을 '책맹'이라고 부른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11.03.
책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은 있지만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을 '책맹'이라고 부른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11.03.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가을, 바야흐로 독서의 계절이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책장이 사르륵 넘어가는 소리는 상상만으로도 평온하다. 가을이 독서하기 좋은 계절이라고는 하지만 계절에 상관없이 책을 읽는 독서 인구는 많지 않다. 이런 현상을 꼬집어 작금의 시대를 ‘독서 재난의 시대’라고도 부른다. 또한 책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은 있지만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을 부르는 ‘책맹(冊盲)’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2021년 독서진흥에 관한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매일 독서하는 비율이 13%로 세계 17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독일의 통계조사 기관인 스타티스타(Statista)가 세계 주요국 17개국의 15세 이상 2만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제 독서 빈도 조사(2017)’에 근거한 것으로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국 중 최하위 빈도인 ‘매일’ 13%, ‘1주일에 1회 이상’ 24%를 기록했다.

또한 ‘2019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 만 19세 이상 성인 연평균 독서율(교과서, 학습참고서, 잡지, 만화를 제외한 일반도서, 전자책, 오디오북의 종합 독서율)은 55.7%, 학생의 종합 독서율은 92.1%로 초·중·고 학생의 연간 독서율은 지난 15년간 대체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반면 성인의 독서율은 2013년 이후 하락세가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인 독서율 대폭 하락에 대한 원인 중 하나로 스마트폰 이용 활성화 등이 거론되면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독서진흥 정책이 요구되기도 했다.

독서율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스마트폰과 인터넷 이용의 활성화 및 개인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은 '독서의 고착화' 등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11.03.
독서율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스마트폰과 인터넷 이용의 활성화 및 개인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은 '독서의 고착화' 등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3.11.03.

독서 인구 감소와 관련해 EBS는 지난 8월 ‘읽기’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담은 교육 대기획 다큐멘터리K ‘책맹인류’ 10부작을 제작해 방영하는 등 ‘책맹’의 현상과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책맹인류’에서는 독서 인구 감소로 개인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은 ‘독서의 고착화’ 즉 과제 또는 시험 연계 독후감 작성, 독서의 강요 등에 의한 부정적 독서 경험이 책을 읽지 않는 비독자로 전환되고 이 상태가 유지되거나 더욱 고착되는 특성을 보이게 된다고 분석했다.

성인 비독서 이유에 대해서는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이용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독서의 필요성을 덜 느끼게 됐다는 것도 ‘책맹’ 인구가 늘어난 원인으로 분석했다.

다시 말해 독서가 개인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여러 측면에서 많은 효능을 갖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어야 독서의 필요성을 느껴 다시 책을 읽는 독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런 반면 최근 한국소설 시장은 3년 연속 출간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20대 중·단편 한국소설 베스트셀러로 뽑힌 '일단 마음 먹고 칼을 집었으면' '구의 증명' (제공: 예스24) ⓒ천지일보 2023.11.03.
20대 중·단편 한국소설 베스트셀러로 뽑힌 '일단 마음 먹고 칼을 집었으면' '구의 증명' (제공: 예스24) ⓒ천지일보 2023.11.03.

◆ 한국소설 출간 종수 증가

문화콘텐츠 플랫폼 예스24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한국소설 전체 출간 종수가 계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29일 기준 올 한해만 1372종의 다양한 종류의 한국소설이 출간됐다.

먼저 20대 중심으로 중․단편 한국소설이 판매 증가 현상을 보였다. 한국소설 중․단편 붕야는 5년 전인 2018년 대비 2023년 판매량이 10.8% 늘었는데, 성장세와 더불어 젊은 구매자층이 늘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2018년 대비 2023년 20대의 구매 비중이 약 9%p 상승한 것으로, 이는 젊은 신예 작가들이 문단에 등장해 두각을 드러내는 한편 팬덤을 활용해 다양한 단편집이 기획 및 출간되는 흐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숏폼 콘텐츠에 익숙한 젊은 독자들이 책을 읽을 때도 짧은 호흡으로 소화할 수 있는 콘텐츠를 좀 더 매력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젊은 독자를 타깃으로 한 단편집으로는 10월 초 첫 선을 보인 위즈덤하우스의 ‘위픽(WEFIC)’이 대표적이다. 젊은 작가 중심의 단편집 기획 시리즈로 전체 구매자 연령비 집계 결과 20대가 38.08%로 가장 높았고 30대가 23.01%로 뒤를 이었다.

예스24가 올해 출간된 한국소설 신간만을 대상으로 판매순위를 집계한 결과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가 1위를 차지했다. (제공: 예스24) ⓒ천지일보 2023.11.03.
예스24가 올해 출간된 한국소설 신간만을 대상으로 판매순위를 집계한 결과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가 1위를 차지했다. (제공: 예스24) ⓒ천지일보 2023.11.03.

한국소설 장편 분야 역시 5년 전인 2018년 대비 2023년 판매량이 11.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매자 연령비에서는 2018년에 비해 올해 40대 비율이 약 6%p 늘어 총 40.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40대의 경우 베스트셀러 판매를 견인하는 한국소설 핵심 독자층으로 인기 기성 작가들의 장편소설에 좀 더 관심을 보였다.

실제로 올해 한국소설 전체 베스트셀러를 연령대별로 100위까지 살펴보면 40대는 100위권 내 장편소설이 82종 자리했으나 20대는 장편소설이 64종으로 나타나 유의미한 관심도 차이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40대 한국소설 베스트셀러에서는 김훈 작가의 ‘하얼빈’이 6윌, 양귀자 작가의 ‘모순’이 9위, 김영하 작가의 ‘작별인사’가 10위를 각각 기록하며 한국소설의 토대가 되는 기성 작가들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증명했다.

마지막으로 예스24가 올해 출간된 한국소설 신간만을 대상으로 판매순위를 집계한 결과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가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예스24 연간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2021년 1위를 기록한 ‘달러구트 꿈 백화점’, 2022년 1위에 오른 ‘불편한 편의점’에 이어 특정 장소를 배경으로 하는 ‘장소 힐링 소설’의 계보를 잇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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