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업무상 과실 인정 안돼”
특수단 기소 3년 9개월만 무죄
1·2심 무죄… “정보 제한적”
허위문서 작성 혐의만 ‘유죄’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 지휘부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판결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 지휘부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판결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초동조치 미흡으로 승객들을 구조하지 못한 혐의로 기소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박근혜 정부 해경 지휘부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세월호 참사 유족들은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국가가 생명을 지켜야 할 책임을 저버려도 된다는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석균 전 해경청장, 김수현 전 서해해경청장 등 당시 해경 지휘부 9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김 전 해경청장 등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승객들이 배에서 탈출하도록 지휘하는 등 구조에 필요한 의무를 다하지 않아 303명을 숨지게 하고 142명을 다치게 하는 등 총 445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를 받는다. 일부 세월호 유가족 등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1년 2개월 동안 전면 재수사를 진행한 결과다.

세월호 참사 직후 김경일 전 목포해양경찰서 123정장이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확정받은 것과 달리, 당시 김 전 청장 등 해경 지휘부는 기소되지 않았다.

이후 2019년 11월 출범한 세월호참사특별수사단이 재수사 끝에 2020년 2월 “세월호 현장상황을 제대로 파악·지휘·통제해 즉각적 퇴선유도 및 선체진입 지휘 등을 해야 함에도 구조를 소홀히 해 인명 피해가 커졌다”며 김 전 청장을 비롯해 해경 지휘부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참사 발생 5년 10개월 만이었다.

검찰은 김 전 청장 등이 세월호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지휘해 즉각 퇴선을 유도하고 선체에 진입해 인명을 구조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전 청장 등은 사고에 유감을 표하고 사과하면서도 법리적으로 죄가 될 수 없다며 무죄를 다퉜다.

1심은 구조 인력과 상황실 사이 통신이 원활하지 않았고 세월호 선체 내부에 결함이 있었던 점 등을 이유로 업무상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김 전 청장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특수단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1심 재판부와 판단을 같이했다.

2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구조세력 현장 도착 전·후 임무 위배’ 등으로 인한 업무상과실을 증명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과 이재두 전 3009함 함장은 사건 보고 과정에서 퇴선명령과 관련한 허위의 자료를 작성하도록 지시한 점이 유죄로 인정, 각각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세월호 유족들 “끝까지 책임 물을 것”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국민연대는 이날 대법원의 판결에 맞춰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유족들은 대법원이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 지휘부에 대해 최종 무죄 판결을 내린 데 대해 “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국가가 어떤 지시도 구조 계획도 세우지 않아 생명이 무고하게 희생되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선례를 사법부가 남기고 말았다”며 “참사 발생 시 국가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절망을 안겨줬다”고 반발했다. 또 유족들은 “적극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지휘부가 상황을 몰랐다는 것 자체가 책임의 문제”라며 “재판부는 ‘몰랐다’고 면죄부를 줄 것이 아니라 ‘왜 파악하지 않았는지’ 책임을 물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단순 주의의무를 가진 공직자의 개별적 잘못을 묻는 것 뿐만 아니라, 국가 안전 시스템, 해경의 구조 시스템의 공백을 책임자에게 묻는 판결”이라며 “국가에게 국민의 생명보호에 대한 책임과 안전 관련 제도 개선의 의지 및 사회 정의를 묻는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이날로 모든 법적 판결은 끝이 났지만, 유족들은 사회적 처벌을 묻는 활동을 계속해서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김종기 협의회 운영위원장은 “300여명이 억울하게 희생됐는데 지휘부는 죄가 없다면 도대체 몇 명이 죽어야 죄가 있는 것이냐”면서 “지금은 처벌하지 못했지만 새로운 증거를 찾아내서라도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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