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목선 출몰은 경제난과 연관

재외 공관 축소도 같은 움직임

제재가 북한 경제 타격 줬지만

“굴복‧핵포기 시키기는 어려워”

북한 식량난 (CG)[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북한 식량난 (CG)[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북한의 현실이 군데군데서 직‧간접적으로 포착되고 있다.

최근 동해 NLL(북방한계선) 근방에서 자주 출몰되고 있는 북한의 선박이나 재외 공관 축소까지 이와 관련된 움직임이라는 관측이다.

장기화한 대북 제재의 영향인데, 전문가들은 다만 제재가 북한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지만 자력갱생이라는 구조적인 변화를 거치면서 내구성을 갖추는 등 굴복시키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거니와 특히 핵을 포기시키는 건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달에만 두 번 포착되 北목선

군에 따르면 해군 초계기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16분께 강원도 고성군 제진항 동쪽 200㎞, NLL 이북 약 3㎞ 해상에서 공중을 향해 흰색 물체를 흔들며 구조 요청을 보내던 10m 길이의 소형 배를 발견했다.

해군이 고무보트로 접근하자 조난 선박의 인원들은 “10일간 표류 중이고 북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군은 남북 통신선이 끊긴 상황이라 유엔사를 통해 북측에 상황을 통보했고 북한은 늦은 밤 자국 선박을 끌고 갔다.

북한 선박이 동해상에서 군에 포착·식별된 건 지난달 들어서만 두 번째다. 지난 24일엔 북한 주민 4명이 목선을 타고 NLL을 넘어 우리 측 해역으로 들어와 귀순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현재 관계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동해 NLL 인근에서 북한 소형 목선이 자주 출몰하는 배경에는 식량부족에 시달려 온 북한의 먹거리 문제와 관련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올해 목표로 알곡과 함께 수산물 증산을 제시한 바 있다.

실제 북한은 지난달 31일 성어기를 맞아 수산물 생산에 집중해야 한다며 관련 부문의 분발을 독려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관련 기사에서 “이번 집중 어로전을 성과적으로 결속해 올해 수산물 생산 목표를 무조건 점령하자”며 “올해 물고기잡이 계획을 드팀없이 완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한이 어로 활동 분발을 주문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어로 활동 시기를 북한 일부 주민들이 탈북에 활용해 온 측면도 있다. 국방부도 북한군이 꽃게 성어기를 맞아 NLL 일대 조업 어선의 단속에 집중하고 있다고 지난 10일 국회에 보고한 바 있어 이 같은 해석에 힘이 실린다.

◆아프리카 이어 유럽서도 재외 공관 철수

최근 북한의 잇따른 재외 공관 축소 역시도 북한의 재정난과 관련된 것이라는 풀이가 지배적이다. 지난달 우간다, 앙골라 등 아프리카에서 잇달아 재외 공관을 폐쇄한 북한이 스페인에서도 철수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이날 스페인인민공산당(PCPE)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외교 문서 ‘구상서’에 따르면 주스페인 북한 대사관 서윤석 임시 대리 대사는 지난달 26일 북한 사절단의 철수를 알리며 앞으로는 주이탈리아 대사관이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고 밝혔다.

스페인인민공산당이 북한 측 인사와 면담한 기록의 일종인 구상서에는 북한이 스페인을 떠나기로 결정한 이유나 사정 등은 담기지 않았다.

다만 스페인인민공산당은 “제국주의에 의해 부과된 제재를 (북한 측에) 악랄하게 적용해 온 스페인 정부의 공격성을 뒤집을 수 없었던 점이 안타깝다”며 자국 정부를 비난하고 “우리의 다음 만남을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스페인을 떠나기로 한 이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인데, 통일부 당국자도 전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강화로 외화벌이에 차질을 빚어 공관 유지가 어려워 철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2019년 탈북한 류현우 전 주쿠웨이트 북한 대리대사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해외 공관의 철수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결정됐던 사안”이라면서 “전반적인 북한 재정 실태가 악화했기 때문에 재정 고갈로 외화를 보장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던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앞서 지난달 25일을 전후해 아프리카 우간다와 앙골라 대사관을 연이어 폐쇄한다는 소식이 북한 매체를 통해 전해졌고 홍콩 총영사관의 경우도 폐쇄 방침을 중국에 전했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北경제, 내구력 확보… “유지할 것”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2016년 북한의 4·5차 핵실험을 계기로 대북 제재를 잇달아 채택하며 제재를 강화했고 서방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국가들도 이에 동참해 앙골라와 우간다가 2017년 북한 건설사·노동자·군 교관 등을 추방한 바 있다.

유엔의 제재가 북한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주는 등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전문가들은 부인하지 않는다. 실제 북한은 제재로 인해 외자 유치를 전제로 하는 특수경제지대 개발은 사실상 시작도 하지 못했고, 게다가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로 이대로라면 먹고사는 정도조차 힘겨운 것이 사실이었다.

북한이 자력갱생을 외치면서 식량과 수산물 생산을 독촉하는 건 이 때문이다. 나아가 최근에는 코로나 완화로 대중국 교역이 증가하고 있고 러시아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등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내년 미국 대선에서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등장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많은 전문가들이 제재가 북한 비핵화나 북한 정권의 붕괴로 이어지진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이유다. 북한은 제재에 대응해 장기간 버틸 수 있는 체제 내구력을 확보했고 제재만으로 북한 경제를 굴복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얘기와도 같은 맥락이다.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 속에서도 잘 버텨왔다는 것인데, 트로이 스탠가론 한미경제연구소 선임국장은 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북한 경제 대진단: 북핵문제 해결과 북한경제의 미래’ 포럼에 참석해 북한은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제재가 지속되고 있는 것도 어느 정도 적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러시아와의 파트너십을 심화하며 다른 길을 찾았다. 또 북한의 대중국 교역이 증가하고 추가 자원에 대한 접근성이 커지면서 2023년 북한 경제는 확대될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북한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있지만 제재와 부실한 경제계획에도 경제 상황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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