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부대, 장병 15명 선정

‘성공한 작전’으로 평가한 군

“군의 선택적 해석에 아연실색”

(서울=연합뉴스) 북한 주민 4명이 24일 소형 목선을 타고 동해 북방한계선(NLL) 아래로 내려와 속초 앞바다에서 우리 어민에 의해 발견된 가운데 이날 오후 군 당국이 소형 목선을 양양군 기사문항으로 예인하고 있다. 2023.10.24
(서울=연합뉴스) 북한 주민 4명이 24일 소형 목선을 타고 동해 북방한계선(NLL) 아래로 내려와 속초 앞바다에서 우리 어민에 의해 발견된 가운데 이날 오후 군 당국이 소형 목선을 양양군 기사문항으로 예인하고 있다. 2023.10.24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군 당국이 지난달 24일 북한 소형 목선에 동해 북방한계선(NLL)이 뚫렸는데도 당시 관련 대응 작전에 나선 부대와 장병을 대거 포상하기로 했다.

동해 NLL 경계 실패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이라 파장이 일지 주목된다. 정치권 안팎에선 경계 실패를 성공한 작전으로 둔갑시키더니 포상까지 한다며 군의 사고체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합참, 北목선 관련 포상계획 발표

합동참모본부는 1일 북한 소형 목선을 최초 식별하고 추적 및 감시하는 등 작전에 기여한 부대와 인원을 선정했다며 포상 계획을 발표했다.

부대표창은 해안담당사단과 여단, 대대, 함대사령부 등 4개 부대가 받게 됐고 개인표창 대상은 레이더 운용부사관과 TOD운용병 등 장병 총 15명이다.

이청용 해안담당 대대장(중령)은 “미상 물체를 최초 식별한 이후에 작전수행절차에 따라 조치가 이뤄졌다”면서 “이는 평상시 상황 조치 훈련을 반복적으로 실시한 결과로 신고 어민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정민제 레이더운용부사관(하사)도 “표적의 움직임과 추적선을 따라 끝까지 추적한 것이 성공의 요인”이라며 자평했다.

군 당국은 속초해경과 속초어선안전조업국 인원에게도 개인표창을 주고 어민 2명에게는 감사장을 전달하기로 했다.

◆군 경계 실패 논란 확산되나

하지만 군 당국은 지난달 24일 북한 주민 4명이 목선을 타고 귀순하는 과정에서 NLL을 넘는 것을 식별하지 못했고 조업 중이던 어민이 해경에 신고한 뒤에야 함정과 해상초계기를 현장에 보내 경계 실패 논란이 일었다.

당장 지난달 27일 국회 국방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4성 장군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민간의 신고 이후 군이 현장에 전력을 보냈고 북한 목선이 NLL을 넘어오는 것을 포착하지 못했다”며 “경계 작전의 완전한 실패를 성공한 작전으로 둔갑시킨 희대의 사건”이라고 직격했다.

실제로 어민의 신고로 해경이 목선에 탄 북한 주민의 신병을 확보해 군에 넘겨준 ‘실패한 경계 작전’이라는 비판 여론이 있는 상황에서 포상 발표로 성공한 작전임을 밀어붙이려는 게 아니냐는 최기일 상지대 교수의 해석과도 궤를 같이한다. 비판 여론 차단을 위한 연막 작전이라는 설명이다.

따질 것 따져본 다음에 판단해도 늦지 않은데 너무 성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과 같은 맥락의 일환이다. 군의 이런 행태는 이미 예상됐던 바다. 지난번 브리핑에서 NLL 월선을 파악하지 못했으면서도 “소형 목선의 길이가 7.5m로 작은 배인데도 발견했다”거나 “이전에는 군이 아예 몰랐지만, 이번에는 탐지·추적해 절차에 따른 조처를 하고 있었다”는 등 자화자찬에만 몰두했기 때문이다.

수그러들었던 동해 NLL 경계 실패 논란이 재차 확산될 지 관심이 쏠린다. 최 교수는 통화에서 “경계에 구멍이 뚫렸음에도 사과는커녕 되려 포상이라니 국민의 반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군의 취사선택적 해석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NLL 길이가 400㎞가 넘는 동해상에서의 현실적 어려움 등 군의 사기를 위한 게 아니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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