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자 여사 환국 60주년 기념 특별전
8~13일, 인사동 아라아트센터 2층 개최
청소년 위한 체험학습도 마련돼

작품 활동을 예술 있는 이방자 여사 모습 (제공:(사)영친왕비 이방자여사 기념사업회) ⓒ천지일보 2023.10.31.
작품 활동을 예술 있는 이방자 여사 모습 (제공:(사)영친왕비 이방자여사 기념사업회) ⓒ천지일보 2023.10.31.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내게는 두 개의 조국이 있다. 하나는 나를 낳아준 곳이고, 하나는 나에게 삶의 혼을 넣어주고 내가 묻힐 곳이다. (생략) 이 땅을 나는 나의 조국으로 생각한다.”  ·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비 이방자 여사. 올해는 이방자 여사의 환국 6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해 일본 황족 신분임에도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의 문을 열고 소외계층을 돕고자 한 이방자 여사의 숭고한 삶을 재조명하는 ‘환국 60주년 기념 특별전’이 열린다.ㆍ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비 이방자 여사 환국 60주년 기념 특별전(제공: (사)영친왕비 이방자여사 기념사업회) ⓒ천지일보 2023.11.01.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비 이방자 여사 환국 60주년 기념 특별전 포스터 (제공: (사)영친왕비 이방자여사 기념사업회) ⓒ천지일보 2023.11.01.

◆복지의 어머니 이방자 여사

1일 (사)영친왕비 이방자여사 기념사업회와 고미술  전문  갤러리 고은당에 따르면, 이방자 여사 환국 60주년 기념 특별전은 청소년을 위한 체험학습 전시로 마련됐다.

오는 8~13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아라아트센터 2층에서 열리는 전시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이방자 여사가 직접 제작한 칠보 공예품과 궁중 한복의상이 공개된다.

이방자 여사의 본명은 ‘나시모토노미야 마사코’다. 1901년 일본 황족으로 태어나 열여섯에 조선 황태자 이은(영친왕)과 결혼했다. 한일의 민감한 시대에 정략결혼을 하게 된 이방자 여사는 두 나라의 관계나, 왕족 간의 관계가 아닌 한 남자의 아내로서 삶을 살길 희망했다.

1945년 해방과 함께 영친왕과 한국으로 오고자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방자 여사는 일본인임에도 당연히 남편의 나라인 한국에 돌아가야 한다고 마음을 지녔다. 그리고 1963년 11월 21일 혼란스러운 국내 정세 속에 마침내 귀국하고 창덕궁 낙선재에 기거한다.

칠보 족두리 (제공: (사)영친왕비 이방자여사 기념사업회) ⓒ천지일보 2023.11.01
칠보 족두리 (제공: (사)영친왕비 이방자여사 기념사업회) ⓒ천지일보 2023.11.01

하지만 함께하는 기쁨은 잠시뿐이었다. 남편인 영친왕은 지병으로 병원에서 보내는 날이 많았고 1970년 세상을 떠났다. 홀로 남은 이방자 여사는 일반인으로서의 삶을 살며 봉사활동에 전념했다. 예전부터 영친왕과 함께 한국에 돌아가면 봉사활동과 선행을 하며 살자는 다짐을 해왔고, 일본에서의 봉사활동은 한국에서도 이어졌다.

특히 신체장애인과 소외계층을 위한 교육시설과 거주시설인 ‘자행회’와 ‘명휘원’을 설립해 노년에도 사랑과 봉사의 열정을 키웠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이방자 여사는 사후에 ‘대한민국 국민훈장 무궁화장’ 등 수많은 상을 수상했고, 대한민국의 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기반을 다지며 ‘복지의 어머니’로 불리고 있다.

칠보 천마도 (제공: (사)영친왕비 이방자여사 기념사업회) ⓒ천지일보 2023.11.01
칠보 천마도 (제공: (사)영친왕비 이방자여사 기념사업회) ⓒ천지일보 2023.11.01

◆칠보공예의 대중화, 다양한 작품 남겨

이방자 여사는 일본에서 배운 칠보(七寶) 공예품을 자선 단체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서울 칠보연구소를 설립했다. ‘마치 일곱 가지 보물처럼 아름다운 빛이 난다’하여 칠보라 불리우며, 희귀하고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공예품으로 꼽힌다. 이방자 여사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칠보 공예 기술을 전수하고 대중화를 위해 힘썼다.

1983년에는 오랜 전통과 역사를 지니고 발전한 우리나라 칠보를 계승하고 기술의 향상, 발전, 보급 목적을 위해 ‘한국 칠보 협회’를 창립했다. 협회의 고문으로서 일본의 칠보 작가를 초청해 양국 간의 칠보 공예 작가들의 유대관계에도 힘썼다.

칠보 공예 (제공: (사)영친왕비 이방자여사 기념사업회) ⓒ천지일보 2023.11.01
칠보 공예 (제공: (사)영친왕비 이방자여사 기념사업회) ⓒ천지일보 2023.11.01

이방자 여사의 작품은 칠보, 수예, 자기, 그림 등 다양하다. 분야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 활동을 통해 자신이 겪었던 역사의 굴곡과 아픔을 승화시켰다. 그의 작품은 화려하고 과시적인 작품이 아닌, 정갈하고 소박하게 그려냈으며, 이는 이방자 여사의 정신적 깊이를 이해하는 단초가 되기에 충분했다.

당시 이방자 여사가 손수 만든 작품은 전시회와 바자회에 공개됐고 전시 수익금은 소외된 장애인들의 재활과 교육을 위해 사용됐다. 이방자 여사는 89세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이 같은 봉사활동을 이어나갔다.

칠보 비녀 (제공: (사)영친왕비 이방자여사 기념사업회) ⓒ천지일보 2023.11.01
칠보 비녀 (제공: (사)영친왕비 이방자여사 기념사업회) ⓒ천지일보 2023.11.01

특히 ‘칠보 혼례복’은 이방자 여사의 대표작이다. 혼례복에 들어간 모든 문양과 문자는 칠보로 제작됐다. 보통 혼례복 문양에는 수를 놓는다. 이와 달리 이방자 여사가 오랜 기간에 걸쳐 제작한 칠보 공예는 오늘날도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이방자 여사가 직접 재현한 실제 작품과 궁중 한복의상이 공개될 예정이다.

◆청소년 체험프로그램 구성

아울러 특별전은 청소년들에게는 역사와 봉사 정신을 교육하고 체험하는 장으로 마련됐다. 전시장 한쪽에서는 칠보체험, 그림체험, 서예체험, 도자기체험, 궁중다도 등 체험학습이 가능하다. 전시는 단순히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교감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돼 청소년들에게 많은 교훈과 복지의 의의를 심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영친왕비 이방자여사 기념사업회 정하근 이사장 (제공: (사)영친왕비 이방자여사 기념사업회) ⓒ천지일보 2023.10.31.
(사)영친왕비 이방자여사 기념사업회 정하근 이사장 (제공: (사)영친왕비 이방자여사 기념사업회) ⓒ천지일보 2023.10.31.

(사)영친왕비 이방자여사 기념사업회 정하근 이사장은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비 이방자 여사는 당시 한일관계에서 문화의 가교적 역할을 꾸준히 했다”며 “하지만 오늘날 이방자 여사는 한일간에 잊혀지고 있고, 한일 청소년들도 이방자 여사를 충분히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현대인들은 소외계층을 위해 헌신한 이방자 여사의 행복과 긍정적 에너지를 전시를 통해 배워갔으면 좋겠다”며 “미래 청소년들은 한일관계를 문화교류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인생관과 가치관을 깨닫길 바란다”고 전했다.

앞서 기념사업회는 지난 2016년과 2018년 두 차례 ‘이방자 여사 작품전’을 개최하고, 2022년 ‘칠보 사색전(四色展)’을 진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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