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현지시간)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에서 주민들이 리커창 전 총리를 추모하며 헌화하고 있다. 리 전 총리는 전날 심장병을 원인으로 향년 68세로 사망했다. (AP/연합뉴스) 2023.10.31.
지난 28일(현지시간)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에서 주민들이 리커창 전 총리를 추모하며 헌화하고 있다. 리 전 총리는 전날 심장병을 원인으로 향년 68세로 사망했다. (AP/연합뉴스) 2023.10.31.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최근 리커창 중국 전 총리의 급사 원인을 놓고 중국 내 추측이 분분한 가운데 이러한 상황 자체가 시진핑 정권에 대한 중국인들의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31일 대만 중앙통신사와 미국의소리(VOA)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한때 공산당의 최고 지도자 경쟁자였던 리커창 전 총리의 이번 급사를 두고 중국 내에선 자연사한 게 아니라는 음모론 등 온갖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중국인들의 시진핑 정권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미국 내 중국 문제 전문가인 앤드류 J. 나단은 “사람들이 리커창이 ‘살해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하는 것은 중국인들이 시진핑 정권에 얼마나 불만을 품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VOA에 말했다. 시진핑식 통치에 지친 중국인들이 당국에 대한 불만과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외교관계협회(CFR) 중국 문제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인 이안 존슨은 지난 2년 동안 있었던 일련의 위기처럼 리커창의 급사가 시진핑을 괴롭히고 있다고 봤다. 그는 “음모론을 믿지는 않지만 중국의 현재 상황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리커창의 죽음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나단은 사인 추측에 대해 “사실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추측할 수밖에 없다”면서 음모론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시진핑에게 있어 리커창은 독살할 가치가 없다. 리커창은 시 주석의 권력 기반을 위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리커창이 자유주의자라는 명성을 얻었지만, 그가 명확한 어떤 대안을 제시한 적은 없다”고도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1, 2기 경제를 이끈 리커창 전 국무원 총리가 27일 6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사진은 리 전 총리가 지난 3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부 업무보고를 하는 모습. (출처: 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1, 2기 경제를 이끈 리커창 전 국무원 총리가 27일 6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사진은 리 전 총리가 지난 3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부 업무보고를 하는 모습. (출처: 뉴시스)

대만 중앙통신사는 리커창의 죽음이 중국에서 톈안먼 사태와 같은 대규모 시위를 불러일으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 이유로 당시 후야오방 전 총서기의 경우 인기가 대단했지만, 리커창은 그렇지 않다는 점, 그리고 사태가 발생한 당시 상황이 더 심각했다는 점, 정부의 사태 억지력도 지금처럼 좋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톈안먼(천안문) 사태는 과거 1989년 6월 4일 중국 베이징 자금성 톈안먼 앞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과 시민들의 시위를 덩샤오핑 정부가 무력으로 진압함으로써 빚어진 유혈 사태를 말한다. 후야오방 전 총서기의 죽음을 추모하는 대학생 등 지식인들의 집회에서 시작됐다.

리커창 전 총리와의 베이징대학 동문으로 미국에 체류 중인 중국학자 왕쥔타오도 “과거와 같은 공산당 개혁 시위운동은 더 이상 일어날 수 없다”면서 “중국의 엘리트와 일반 국민들이 모두 공산당에 대한 감정이 없다”고 전했다.

이안 존슨 연구원은 리커창 전 총리의 죽음이 중국 고위층의 권력 역학에 큰 변화를 가져오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리커창이 전임 총리들보다 훨씬 덜 눈에 띄는 존재였다며, 중국이 건국된 이후 가장 색이 없는 총리 중 한 명으로 남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리커창 시신을 내달 2일 베이징에서 화장하기로 했다고 31일 밝혔다.

지난 28일 고(故) 리커창 전 중국 총리가 어린 시절을 보낸 안후이성 허페이에서 주민들이 조화를 놓으며 그를 추모하고 있다. 리 전 총리는 심장병으로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AP/연합뉴스) 2023.10.31.
지난 28일 고(故) 리커창 전 중국 총리가 어린 시절을 보낸 안후이성 허페이에서 주민들이 조화를 놓으며 그를 추모하고 있다. 리 전 총리는 심장병으로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AP/연합뉴스) 202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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