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최혜인 기자] “매일 밤 오늘이 마지막 밤이라고 생각하고 잠듭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폭격을 강화한 지난 금요일 밤, 이브라힘 알 아가와 그의 부인 하미다, 그리고 세 명의 어린 자녀들은 그들이 은신한 칸 유니스 농장에 모여 하룻밤을 무사히 넘길 수 있기를 바랐다.
이브라임은 29일(현지시간) “아이들이 엄마를 꼭 껴안고 잠들 때까지 놓지 않았다. 매일 밤 오늘이 마지막 밤이라고 생각하고 잔다”며 생사의 벼랑 끝에 선 가자지구 주민들의 절박한 삶을 BBC에 전했다.
식수·식량·전기·수도뿐 아니라 통신까지 끊기자 “전 세계와 단절된 채 외톨이가 된 듯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의 피곤함과 지침이 극에 달해 있다. 오직 이 광기가 멈추는 것만이 우리의 바람”이라고 호소했다.
대피해 있는 주민들도 그렇지만 가족 중 누군가가 다친 가정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몇 안 되는 병원에 다친 인파가 몰려들면서 가자지구 의료체계는 붕괴된 상태다.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에 따르면 환자들은 병원 복도에서 휴대전화 조명(라이트)에 의지해 수술하거나, 소독제가 없어 식초를 동원해 수술하는 처참한 상황에 놓여 있다.
게다가 자는 도중에도 미사일이 날아들어 한꺼번에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으면서 장례는 꿈도 꿀 수 없는 지경이다. 가자지구의 오마르 디라위(22) 주민은 이날 “묘지는 꽉 차서 자리가 없다. 집단 매장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AP통신에 말했다.
가자지구 최대 규모의 병원인 알-시파 병원 인큐베이터에는 미숙아 130명이 있는데, 이 아이들은 의사들이 죽어가는 산모들을 제왕 절개해 가까스로 구해낸 생명이라고 NYT가 이날 전했다. 태어나자마자 가족 중 유일한 생존자가 된 셈이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지상전 고삐를 더욱 옥죄면서 병원에서 대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붙잡은 인질 심문을 통해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가 병원과 학교 등 민간건물과 공공건물 아래에 지휘소를 구축하고 있다는 증언을 확보, 이를 사실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군이 쏜 포탄은 사람을 가리지 않았다. 중동 언론 알자지라 소속의 한 특파원은 이스라엘군 폭격으로 그의 아내와 15세 아들, 7세 딸을 모두 잃었다. 현장을 취재하던 그가 피투성이가 된 가족을 발견하고 오열하는 모습은 그대로 방송에 담겼다. 병원 바닥에 놓인 자녀의 얼굴을 확인하고 무릎을 꿇고 오열하는 모습이었다.
다흐두흐라는 이름의 기자는 그렇게 아버지를 따라 언론인이 되고 싶어 했던 15세 아들, 그리고 이제는 마주할 수 없는 가족들과 마지막 눈물의 인사를 나눴다.
한편 하마스가 운영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지난 7일 이래 누적 사망자 수가 7650명, 부상자 수는 1만 9450명으로 집계됐다고 28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어린이 사망자 수는 3000여명으로 전체의 40%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