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로 떠난 故 이지한
이태원 참사로 떠난 故 이지한

[천지일보=박혜옥 기자]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 참사로 24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배우 고(故) 이지한의 모친이 먹먹한 편지를 남겼다.

이지한 모친은 29일 고인의 SNS 계정을 통해 “세상 그 모든 것과 바꿀 수 없는 내 아들 지한아”라는 말과 함께 장문의 편지를 전했다.

이지한 모친은 “이태원 길 위에서 숨 막히는 고통이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러웠을까. 10월 말의 차디찬 도로 위에 덩그러니 던져져 구조를 기다리던 네가 또 얼마나 등이 시리게 추웠을까 상상하니, 엄마도 그 고통에 죽고 싶어”라며 “한 손으로 목을 조르고 코를 막아도 봤지만 몇 초만에 내 손을 비겁하게 떼었고, 솜 베게로 얼굴을 감싸고 숨이 멎어지는 그 순간까지 참아 봤지만 그만 얼굴을 들어버렸어”라고 썼다.

그러면서 “너무 미안해 지한아, 엄마가 죄인이야”라면서 “너를 구하러 엄마 아빠가 이태원으로 달려갔어야 하는데···. 그날 엄마라도 달려갔더라면 네가 그 차가운 길 위에서 구조도 못 받고 하늘나라로 가버리진 않았을 거라는 죄책감에 하루하루를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라고 전했다.

이어 모친은 “엄마는 오늘도 다짐한다. 너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찾아보려 한다. 매일같이 슬픈 엄마는 네게 준 적이 없던 하얀 쌀밥과 살 안 쪄서 좋아했던 달지 않은 과일을 가지고 어김없이 너를 찾아간다. 지한아, 너의 그 맑고 착했던 눈빛이 사무치게 보고 싶구나. 지한아 엄마는 너를 너무 사랑했다. 엄마는 눈 감는 그 순간까지 너를 사랑한다고 중얼거리며 눈을 감으려 한다. 조금 이따 만나자”라고 덧붙였다.

◆ 다음은 이지한 모친의 글 전문

세상 그 모든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내 아들 지한아.

엄마야. 오늘이 너를 못 본 지 1년이 되는 날이라고 하네. 난 지금도 엊그제 널 본 것처럼 네 얼굴이 또렷한데 말이야. 두 달 전 네 생일에도 네가 오질 않았는데 못본지 1년이 되었다는 오늘까지도 너는 여전히 우리 옆에 없구나.

지한아 네 모습이 아직도 내겐 너무나 생생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질 않는 게 있더라. 그건 너의 그 아름다운 눈빛이야. 아무리 기억을 해 내려 해도 너의 그 맑은 눈빛이 도저히 기억이 나질 않아서 엄마는 요즘 또 어제와는 다른 절망과 싸우고 있어. 이태원 그 길 위에서 숨 막히는 고통이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러웠을까....

10월 말의 차디찬 도로 위에 덩그러니 던져져 구조를 기다리던 네가 또 얼마나 등이 시리게 추웠을까를 상상하니, 엄마도 그 고통에 죽고 싶어 한 손으로 목을 조르고 코를 막아도 봤지만 몇 초 만에 나는 내 손을 비겁하게 떼었고, 솜 베개로 얼굴을 감싸고 숨이 멎어지는 그 순간까지 참아 보았지만 숨 못 쉬는 고통을 참지 못해 그만 얼굴을 들어버렸어. 너무 미안해 지한아.

엄마가 죄인이야. 너를 구하러 엄마, 아빠가 이태원으로 달려갔어야 하는데 그날 엄마라도 달려갔더라면 네가 그 차갑고 추운 길 위에서 구조도 못 받고 하늘나라로 가버리진 않았을 거라는 죄책감에 하루하루를 도저히 견딜 수가 없구나 .

나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방에서 다리를 오그리고 잠을 자야하고, 세상에서 가장 쓴 음식을 먹어야 하며 , 목이 말라 죽을 거 같을 때 겨우 물 한 모금을 먹어야 하며, 나는 내가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나만 살아있음을 네게 미안해하며 살아야 된다는 생각을 매일매일 되뇌곤 해. 네가 그런 엄마를 바라지 않는다는 건 알고는 있지만 그게 진짜 엄마 속마음이야.

1년 동안이나 너를 만나기 위해 버스를 타고 53번째 정거장에 내려 200미터를 걸어가는 그 길이 항상 가슴에 돌덩이를 하나 데리고 가는 것처럼 늘 낯설고 힘드는구나. 내가 왜 너를 만나기 위해 그 길을 가야만 하는 거니. 엄마는 정말 이 정부가 싫다. 살려 달라고! 압사당할 거 같다고! 수화기에 또렷이 너희들의 비명소리를 듣고도 외면해버린 짐승들.. ..

한 명 도 죽지 않게 할 수 있었건만 도대체 왜! 정부는 예견된 참사에 대비하지 않았는지 매일 눈을 감고 생각해도 이해가 가질 않고 분노는 너를 못 본 날수만큼 나날이 커져간다. 그래서 엄마는 오늘도 다짐한다. 너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찾아보려 한다. 매일같이 슬픈 엄마는 네게 준 적이 없던 하얀 쌀밥과 살 안 쪄서 좋아했던 달지 않은 과일을 가지고 어김없이 너를 찾아간다.

지한아 너의 그 맑고 착했던 눈빛이 사무치게 보고 싶구나.

지한아 엄마는 너를 너무 사랑했다.

엄마는 눈 감는 그 순간까지 너를 사랑한다고 중얼거리며 눈을 감으려 한다.

조금 이따 만나자..

2023.10.29.새벽4시.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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