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이마트가 생필품 12종 가격을 최대 36.8%까지 내리는 ‘상시할인’을 내세워 손님맞이에 한창이다. 하지만 손님들의 반응은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물건을 사고 싶어도 금방 동이나 ‘품절’을 내건 푯말만 고객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이마트가 지난 7일 삼겹살·즉석밥·세제·우유·계란과 같은 제품 가격을 내리자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 다른 할인점들도 가격 할인에 나섰다.

롯데마트는 이마트가 값을 내린 12 품목 중 ‘코디3겹 데코 웰빙황토 화장지’를 제외한 나머지 11개 품목을 같거나 낮은 가격으로 고객들에게 선보였다. 홈플러스 역시 9일부터 11개 제품 가격을 이마트보다 낮게 매겼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이마트발(發) 가격할인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다. 이러한 이유는 충분한 물량이 갖춰져 있지 않다면 가격경쟁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데 따른다. 실제로 이마트를 찾은 고객들은 100g당 940원인 삼겹살이 품절돼 발길을 돌리거나 옆에 있는 비싼 고기를 구입해야만 했다.

소비자들은 처음에 가격인하를 반겼으나 원하는 물건이 일찍 품절되자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4만~4만 5천여 개 제품 가운데 12가지 품목만 가격을 내리는 것에도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한 고객은 “가격인하로 납품업체에만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 아닌지 궁금하다”며 “고객 입장에 서서 일찍 품절이 나는 사태에 대해 미리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마트 측은 “가격 민감도가 높은 생필품 중심으로 먼저 12개 품목을 정했다”면서 “제조업체와 협의를 통해 올해 전체 품목 가격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점포별로 평소 7~8배, 최고 10배 가까이 물량을 준비했으나 행사 초기여서 그런지 물량이 일찍 떨어진다”며 “추이를 지켜본 뒤 기본 책정물량을 더 늘릴 지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대투증권 송선재 애널리스트는 “가격인하 노력이 소비자에게 확실하게 인식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아울러 물량확보가 충분치 못하면 대형마트의 노력들이 반감될 수 있다”며 “경쟁업체들도 가격경쟁에 동참해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형마트 성장이 둔화된 데는 가격경쟁력에서 밀렸을 뿐만 아니라 편의성, 접근성, 소량구매 요인 역시 크다”며 “이러한 해법은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대형마트가 가격전쟁을 선포한 것은 경쟁유통 통로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업계는 그동안 동일업체 간 경쟁만 생각하다보니 온라인몰, 기업형 슈퍼마켓(SSM), 홈쇼핑과 같은 다른 유통으로 고객이 빠져나간 것에 대해 신경을 쓰지 못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마트 측은 “가격을 내린 후에 확실히 고객들이 모이고 있다”며 “폭설로 매출이 급감했으나 가격인하를 시행한 후 지난 8일부터 10일 동안 매출이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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