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의 일상, 가면극의 이상’

말뚝이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 2023.10.25.
말뚝이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 2023.10.25.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한중일 전통 가면이 한자리에 모였다.

국립민속박물관이 24일부터 내년 3월 3일까지 기획전시실1에서 특별전‘MASK-가면의 일상日常, 가면극의 이상理想’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국립민속박물관이 2년간 진행한 아시아의 가면 조사·연구가 응축된 결과물이다. 

전시에서는 고려시대 하회별신굿탈놀이, 1930년대 북청사자놀이탈 등을 한데 모아 우리나라 가면의 원형을 살펴볼 수 있는 뜻깊은 자리로 마련됐다. 또한 중국 나희(儺戲)의 가면을 전시하고, 일본 가구라(神楽) 가면도 국내 최초로 공개한다.

‘1부. 다른 이야기’에서는 삼국 가면극의 각기 다른 이야기와 그 속에 담긴 삶의 지향을 전시했다. 말뚝이 대 양반, 취발이 대 노장, 할미 대 영감의 대결 구조로 극을 이끌어가다가 결국 화해하고 다 같이 춤을 추며 끝나는 한국의 탈놀이, 역사 속 영웅과 이웃들의 파란만장한 인생 스토리를 연희하는 중국의 나희, 신화와 민간 신앙 속의 여러 신들에게 기도를 올리는 일본의 가구라까지 삼국 가면극의 특징적인 이야기를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 구성했다.

가면극에는 집단의 의식과 정체성이 반영돼 있다. 가면극이 이뤄지는 놀이판에서는 문화에 따라 각자 독특한 세계관이 펼쳐진다. 한국 가면극 놀이판은 객석과 무대의 경계가 없는 열린 세계이고, 중국 가면극의 놀이판은 영웅의 레드카펫이며, 일본 가면극의 놀이판은 신을 위한 신전이다.  

‘2부. 같은 마음’에서는 멀고 먼 사막을 건너 삼국에 온 사자가 벽사의 왕이 된 이야기, 흉악하게 생겼지만 사실 액을 없애고 복을 주는 착한 가면들, 풍농, 풍어, 다산 등 풍요를 목적으로 연행되는 가면극들까지 살맛나는 세상을 꿈꾸는 소망이 담긴 가면과 가면극을 소개한다.

국립민속박물관은 “가면극이 끝나면 가면을 태우는 탈소제가 열린다”며 “이때 연희자들은 연희에 사용했던 가면을 태우고, 관람객들은 다 같이 어울려 춤을 추며 가슴 속 한(恨)을 함께 태운다”고 말했다. 이어 “신명 나는 탈판 한마당으로 꾸민 전시장에서 팍팍한 현실에 쌓여있던 응어리를 풀어내 끝나가는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한 해 소망하는 바람이 모두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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