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컬리스·조던 이어 에머 트럼프 측 극우파 반대에 선출실패
3주 넘게 의장직 공석에 본예산 협상·전쟁 지원 전망 불투명

공화당 4번째 하원의장 후보 된 친트럼프계 마이크 존슨 의원(출처: AP, 연합뉴스)
공화당 4번째 하원의장 후보 된 친트럼프계 마이크 존슨 의원(출처: AP, 연합뉴스)

[천지일보=방은 기자] 미국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 가능성이 여전한 가운데 미국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의 신임 하원의장 선출을 둘러싼 내분이 장기화 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CNN,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하원의 공화당은 이날 톰 에머(62) 하원의원이 경선에서 사퇴한 후 재빨리 새로운 후보자를 선택하기 위해 비공개로 투표했다. 경선에는 바이런 도널드스 의원, 마크 그린 의원, 마이크 존슨 의원, 로저 윌리엄스 의원 등 4명의 후보가 출마해 당내 친트럼프 의원 중 한명인 마이크 존슨(51) 의원이 공화당의 네 번째 하원의장 후보로 선출됐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비공개로 의원총회를 열고 하원의장 후보에 출마한 6명의 의원을 상대로 표결을 실시해 새로운 하원의장 후보로 에머 하원의원을 선출했다. 하지만 에머 하원의원은 당내 투표에서 의장 당선 정족수(전체 하원의원 433명의 과반)인 217표를 확보하지 못했다. 최소 20명의 의원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난 상황에서 에머 후보는 의장직 도전을 포기했다.

3주 넘게 의회를 마비시킨 당 내분이 좀처럼 풀리지 않자 공화당 의원들은 자신을 지명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하원의장 출마를 포기했다. 공화당의 하원의장 후보가 낙마한 것은 이번이 3번째다.

앞서 첫 후보였던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당내 후보로 선출된 뒤 반대 세력의 저항 속에 후보직을 자진 사퇴하고, 짐 조던 법사위원장은 하원 본회의에서 3차 표결까지 갔으나 당내 소수의 반대표를 넘어서지 못해 끝내 물러났다.

미네소타주에 지역구를 둔 연방하원 4선 의원인 에머는 낙태에 세금을 사용하는 것에 반대하고, 건강보험개혁법(일명 오바마케어)과 증세에 반대해온 전형적인 공화당 보수주의 정치인이다. 하지만 그는 현재 공화당 안에서 강력한 비토권(특정 사안을 부결시킬 수 있는 능력)을 행사하고 있는 20명 안팎의 친트럼프 강경 우파 인사들의 반대에 직면했을 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상당한 질책을 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올린 글에서 “에머 의원을 세계주의자 RINO(너무 진보적으로 보이는 美 공화당 당원)”라고 부르며 “그에게 투표하는 것은 비극적인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에머 의원이 사퇴하자 자신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에머 의원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한 2020년 대선 결과를 인증하는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찬성표를 던졌고, 채무 불이행을 피하기 위해 초당적 법률인 45일짜리 임시예산안에 찬성했다. 이 모든 문제는 공화당 극우파 회원들이 반대로 언급한 문제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의원들은 공화당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에머 의원을 반대할 것을 촉구했다고 CNN이 전했다.

에머 의원이 경선에서 물러난 후 아칸소주 스티브 워맥(Steve Womack) 공화당 하원의원은 “공화당이 난관에 봉착했다”고 경고하면서 “내부적 차이를 해결하고 후보자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그는 “지금 당장 미국 국민들에게는 공화당이 절망적으로 분열돼 있다는 것이 명백하다고 생각한다”며 “극복될 수 있을까? 절대 안 된다고는 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일 케빈 매카시 전 의장이 정부 폐쇄를 막기 위해 민주당과 협상을 중개했다는 이유로 동료 공화당 의원들에 의해 해임된 이후 하원의장 공석 사태가 3주 넘게 지속되고 있다.

이는 미 의원들이 중동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응하거나 의회의 조치 없이 오는 11월 18일 이후에 셧다운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쟁 중인 이스라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 국경 통제 강화, 중국 견제 등에 쓰기 위해 1050억 달러(약 141조원)대의 ‘안보 예산안’ 처리를 신청한 상태다.

현재 하원 의석은 공화당 221명, 민주당 212명으로 9석의 근소한 차이다. 따라서 공화당이 다수당이긴 하지만 입법 또는 의장 선출 등 과정에서 민주당이 계속해서 반대 입장을 고수하거나 공화당 의원 5명만 반대표를 던져도 의안을 처리할 수 없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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