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博 다음달 개관
오대산사고본 대중 공개 예정
국내 환수 후 17년간 서울 보관

조선왕조실록 오대산사고본 (출처: 국립고궁박물관) ⓒ천지일보 2023.10.24.
조선왕조실록 오대산사고본 (출처: 국립고궁박물관) ⓒ천지일보 2023.10.24.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국보 ‘조선왕조실록 오대산사고본(五臺山史庫)’이 오는 11월 타향살이를 끝내고 원소장처인 오대산 월정사로 돌아간다. 1913년 일제에 강제 반출된 후 천신만고 끝에 국내에 돌아왔지만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현재까지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돼 있었다.

◆실록과 오대산사고본

26일 문화재청과 월정사 등에 따르면, 오는 11월 강원도 평창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개관식을 통해 오대산사고본이 전시된다. 

조선왕조실록은 역사를 왕대별로 기록한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이다. 조선 태조부터 조선 철종 까지 25대 472년간(1392~1863)의 역사를 편년체(編年體·역사의 기록을 연·월·일 순으로 정리하는 편찬 방식)로 담아냈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오래되고 방대한 양의 기록물이다.

실록은 당대에 열람하거나 활용할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왕도 함부로 볼 수 없었으며, 후세의 평가를 염두하고 기록해 안전하게 잘 보관하는 것이 중요했다. 전쟁이나 천재지변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같은 책을 여러 부 제작해 여러 곳에 나눠 보관했다. 

구체적으로 조선 전기에 서울의 춘추관을 포함해 충주, 전주, 성주에 나눠 보관했다. 임진왜란(1592년) 당시 전주사고본를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불타 소멸됐다. 이후 1606년 전주사고본을 바탕으로 태조부터 명종까지의 실록을 재간행했고, 강화도 마니산, 경상도 태백산, 평안도 묘향산, 강원도 오대산 등 접근이 어려운 곳에 새롭게 외사고를 건립해 보관했다. 

이렇게 오대산사고본이 보존되기 시작했다. 오대산사고는 물, 불, 바람의 재화를 막을 수 있는 길지(吉地)라는 풍수지리설에 의해 역사서를 보관하기 적절한 곳에 지어졌다.

◆강제 반출된 오대산사고본

그러나 오대산사고본은 1913년 일제에 의해 강탈됐다. 역사 연구의 미명 하에 동경제국대학 도서관에 기증하는 방식으로 반출됐다. 그로부터 10년후인 1923년 관동대지진이 발생해 대부분 망실되는 참화를 겪는다. 오대산사고본은 모두 787책이 있었으며, 그중 지진 화재 당시 화를 면한 것은 오직 74책뿐이었다.이 책들은 당시 개인에게 대출 중인 것이었다. 74책 중 27책이 곧 회수됐으나 도서관이 불타 없어져 서울 경성제국대학(현 서울대학교)으로 이관됐고, 이후 서울대학교 규장각으로 옮겨졌다. 1973년 오대산사고본 27책은 국보로 지정됐다. 일본에 남아있던 47책은 2006년 국내로 환수돼 국보로 지정됐다. 이후 일본 경매에 나오며 세상에 알려진 오대산사고본 1책이 추가로 환수되면서 현재 총 75책이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 중이다.

◆오대산사고본, 실록 출판 과정 보여줘

오대산사고본은 현존하는 다른 실록보다 더욱 특별하다. 오대산사고본 가운데 선조 임금 이전의 실록은 임진왜란 이후 실록을 재간할 때 틀린 글자, 빠진 글자나 문장 등을 바로 잡기 위해 사용했던 교정본 실록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오대산사고본은 현존하는 유일한 교정쇄본으로 실록 출판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국가중요기록물의 안전한 보존을 위해 여러 사고에서 나눠보관했던 ‘분상용(分上用)’ 실록이라는 점에서도 역사적 가치가 크다.

하지만 환수된 오대산사고본은 제자리를 찾지 못했고 17년 가까이 서울에 있었다. 이에 월정사를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단체 등에서 정부를 대상으로 한 반환캠페인을 벌였다. 

이와 관련해 2022년 국회에서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 의궤’를 오대산 월정사로 돌려보내는 결의안이 국회 상임위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된다. 결의안에는 오대산사고본을 월정사로 돌려보내고 보관 관리를 위한 장소를 설립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편 문화재청장과 국립고궁박물관장은 지난 2월 월정사를 찾아 오대산사고본과 의궤의 ‘환지본처’를 앞두고 귀환 준비 상황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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