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절감하려고 무량판 채택
설계오류 줄일 공법개발 소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천지일보 2023.08.06.
한국토지주택공사(LH). ⓒ천지일보 2023.08.06.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민간 아파트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경기주택공사(GH) 아파트에서는 부실시공이 없었다는 정부의 전수조사 결과가 23일 나온 가운데 유독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무량판 구조 아파트에서만 철근 누락과 콘크리트 강도 저하가 나타난 점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국토부)는 LH가 원가를 절감하고자 무량판 공법을 택해놓고서 제대로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것이 부실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무량판 구조는 보를 두지 않아 층고를 낮출 수 있고 철근·거푸집량 감소로 비용 절약의 효과도 볼 수 있다. 이를 지하주차장에 적용하면 주차장 내부를 다른 공법에 비해 더 넓게 쓸 수 있다.

전문가들은 무량판 구조에 대해 관리·감독만 잘 되면 문제가 없다는 공통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 실제로 국토부가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민간 아파트 378개 단지를 전수 조사한 결과에서 철근 누락, 콘크리트 강도 부족이 확인된 단지는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무량판 구조는 설계와 시공상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그만큼 현장 관리·감독을 다른 구조보다 더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LH가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춰 무량판 구조를 적용했지만 설계·시공 오류 최소화를 위한 공법 개발에 소홀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태오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무량판 구조를 택한 민간 아파트는 대체로 공장에서 전단 보강근이 배근 된 구조물을 제작한 뒤 현장에 설치하는 형태로 공사를 진행했다”면서 “이렇게 실패가 나올 확률을 줄인 게 민간 공사와 LH 공사의 가장 큰 차이”라고 말했다.

LH의 설계·시공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분절된 것이 문제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민간이 LH와 함께 관여해 설계·시공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더 유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민간이 개입된 공사와는 달랐을 것이란 지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 아파트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시공 업체가 익숙한 공법, 선호하는 공사 방식을 택해 공사 진행 과정에서 오류 가능성이 적어진다”며 “반면 LH는 설계, 시공이 분리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조만간 LH의 아파트 건설 과정에서 나온 문제를 보강할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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