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연예인 마약 범죄 잇달아
청소년 마약사범 5년새 4배↑
철저한 ‘마약 예방 교육’ 시급
교육부 차원 ‘예방’ 교육 필요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유명 연예인들이 마약을 투약하고 몇 년 지나서 연예계에 쉽게 복귀하는 현상들을 보면서 마약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에 대한 경각심이 굉장히 해이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김희준 마약 사건 전문 변호사는 2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연예인들의 마약 투약이 청소년들에게 굉장한 영향을 준다. 왜냐하면 어린 청소년 입장에서는 유명 연예인들이 마치 우상처럼 느껴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연예인 등 유명인의 마약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유아인(37), 돈스파이크(46) 등에 이어 배우 이선균(48)이 이날 마약 투약 혐의로 형사 입건돼 내사자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이처럼 연예인 등 유명인의 마약 복용 사건은 청소년들에게 지대한 악영향을 끼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이에 마약 단속도 중요하지만 철저한 예방 교육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청소년 마약사범은 최근 5년 새 500명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만 검거된 마약사범 촉법소년 숫자가 과거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검거된 인원에 근접한 것으로 드러나며 청소년 마약 범죄 근절 대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전봉민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10대 청소년 마약범죄 검거 현황’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청소년 마약사범은 659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청소년 마약사범은 지난 2019년 164명이었지만, 2020년에는 241명, 2021년 309명까지 늘었다.

이어 지난해에는 294명으로 소폭 줄었지만 1년 만에 다시 폭증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의 2배, 5년 전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청소년 마약사범 659명 중 촉법소년(10세~14세)은 올해(7월 기준) 17명이었다.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검거된 인원(18명)에 가까운 숫자다.

김희준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 마약사범 적발 건수는 매년 2만명을 넘긴 적이 없는데, 올해는 이미 1만 8000명 이상 적발됐다”며 “최초로 2만명을 넘길 것 같다. 단속도 중요하지만 철저한 예방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청소년들이 마약에 손을 대지 않도록 위험성을 충분히 알려주고, 마약을 투약했으면 교도소 수감시키는 처벌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치료와 재활에도 신경 쓰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며 “범죄와 질병으로 보고 치료를 받게 해야 마약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임주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잦은 마약 관련 보도 자체가 직간접적으로 정보를 주기 때문에 청소년 마약 범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마약 남용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예방 차원에서 이미 캠페인이 요즘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청소년 마약 범죄 예방 교육을 학교에서 학교전담경찰(SPO)은 물론 교육부 차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경찰이 해당 지역 학교를 방문해 마약 문제에 대해 강의 및 상담을 통해 범죄 예방 교실이 이뤄진다”며 “우리나라도 꼭 SPO가 아니더라도 교육부 차원에서도 마약 관련해 청소년 범죄 예방 교실을 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배우 이선균. (제공: CJ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선균. (제공: CJ엔터테인먼트)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선균을 형사 입건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식 수사 전 단계인 내사를 통해 이선균이 수사 대상이 되는지를 살펴본 경찰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됨에 따라 조만간 소환 조사에 들어갈 전망이다.

또 마약류관리법상 향정 혐의를 받는 서울 강남 유흥업소 실장 A(29·여)씨를 구속하고, 같은 유흥업소에서 일한 20대 여성 종업원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는 올해 초부터 서울에 있는 A씨의 집에서 올해 1월부터 여러 차례 대마초 등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A씨를 필로폰 등을 투약한 혐의로 지난 주말 구속하고, 같은 업소 종업원도 불구속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이씨 측은 A씨가 마약 사건과 관련해 이씨를 협박하고 수억원을 뜯어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씨는 최근 “마약 사건과 관련해 협박당했고 3억 5천만원을 뜯겼다”며 변호인을 통해 유흥업소 실장 등을 공갈 혐의로 고소했다.

인천지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이영창 부장검사)은 이씨가 A씨를 고소한 공갈 사건을 이날 인천경찰청에 이송했다. 검찰 관계자는 “관련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이 같이 수사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 사건을 이송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동안 정식 수사 전 단계인 입건 전 조사(내사)를 통해 이씨가 수사 대상이 되는지를 확인했다. 이후 사건 관련자의 진술 외 또 다른 단서도 확인하고 입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씨가 대마뿐 아니라 여러 종류의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1999년에 데뷔한 이씨는 드라마 ‘파스타’와 영화 ‘끝까지 간다’ 등 많은 작품에 출연한 톱스타급 배우로 꼽힌다. 2019년에는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주연으로 출연해 세계 영화계에도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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