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 필수의료 혁신 전략 발표
국립대병원 중심 ‘새 판 짜기’
교수 정원 확대·인건비 상향
‘의대 정원 확대’ 의지 밝혀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충북 청주 충북대학교 개신문화관에서 열린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에서 국립대병원장들과 대화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충북 청주 충북대학교 개신문화관에서 열린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에서 국립대병원장들과 대화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정부가 국립대병원 의사 정원·인건비 등 각종 규제를 풀어 대형병원 수준으로 육성하고 수가와 연구비 등 투자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현재 교육부 소관인 전국 17개 국립대병원을 복건복지부(복지부) 소관으로 바꿔 진료·연구·교육 등의 분야에서 균형적인 발전을 꾀하기로 했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의대 정원은 단계적으로 늘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구체적인 증원 방안에 대해서는 의료계와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19일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지역·필수의료 전달체계를 강화하는 ‘필수의료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필수의료혁신전략’은 ‘언제 어디서나 공백없는 필수의료보장’을 목표로 ▲필수의료 전달체계 정상화 ▲충분한 의료인력 확보 ▲추진 기반 강화의 3대 핵심과제로 구성됐으며, 국립대병원 등을 중심으로 필수의료 전달체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국립대병원 소관, 교육부→복지부 이관

이에 정부는 우선 국립대병원 소관부처를 교육부에서 복지부로 옮겨 14개 시·도에 있는 17개 국립대병원을 지역거점형으로 집중 육성키로 했다. 이를 통해 국립대병원을 필수의료, 보건의료 R&D 혁신, 인력 양성·공급 등의 거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소관 부처가 바뀌면 복지부가 추진하는 지역 의료인력 양성을 위한 ‘전공의 정원 조정’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는 필수의료 강화에 국립대병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고, 현재 국립대병원에 적용되는 각종 규제를 풀어 이른바 ‘빅5 병원(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신촌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KTX 첫차를 타고 서울의 대형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역에서도 중증·응급 최종 치료를 마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국립대병원 필수의료 분야 교수 정원을 대폭 확대하고 총인건비, 정원 관리 등 공공기관 규제의 혁신을 추진한다. 민간과 임금 격차를 줄이고 처우를 개선해 국립대병원 인력 이탈을 막겠다는 것이다. 임금 측면에서 민간과의 격차가 크다 보니 국립대병원은 의사 확보가 어려웠다.

2020년 기준 국립대병원 등 공공병원 의사 평균 임금은 1억 6600만원으로 전체 봉직의(1억 8500만원) 평균의 89.7%, 개원의(2억 9400만원)의 56.5%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지방국립대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충원율은 10%(3명)에 불과하다. 규제 완화의 구체적 방식은 내년 초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관계부처 내에서 ‘기타공공기관’ 해제 방식 외에도 정원·인건비 예외규정을 두는 방식 등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권한·책임 커진 ‘국립대병원’

국립대병원의 중환자실과 응급실 병상·인력 확보를 위해 공공정책수가로 비용을 지원한다. 수익성이 낮은 필수의료센터에 대한 보상 강화도 확대한다. 또 필수의료 분야 R&D 투자로 국립대병원의 연구역량을 대폭 강화하고, 노후화된 중중·응급 진료시설과 병상, 공공전문진료센터 등 시설·장비를 지원해 국립대병원이 지역 의료 인프라의 핵심 역할을 하도록 한다.

국립대병원의 권한과 책임도 강화한다. 국립대병원 등이 총괄·조정하는 지역 내 필수의료 네트워크도 강화해 국립대병원 등이 지역 필수의료 자원관리, 공급망 총괄, 각종 필수의료 지원사업 및 기관에 대한 성과평가 등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각 지역의 국립대병원 14곳을 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하고, 국립대병원이 없는 지역은 가천대 길병원(인천), 울산대병원(울산)을 지정했다.

16일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출처: 연합뉴스)
16일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출처: 연합뉴스)

◆의대 증원 규모·방식은 ‘미확정’

복지부는 이날 “OECD 최하위 수준인 의사 수를 늘려 필수의료 공백을 해소하고 초고령사회 전환에 대비하도록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증원 규모와 방식에 대해 정부는 “정해진 게 없다”고 했다. 2025년 입시 반영을 목표로 교육부와 일정을 소통하고 의료계와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게 복지부의 입장이다. 당초 정부는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동결된 의대 정원을 ‘1000명 이상’ 늘리는 안을 이날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의료계 반발에 연말까지 논의를 거쳐 결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역·필수의료 분야로 의사 인력이 유입되도록 유도하고, 피부·미용 등 소위 ‘돈 되는 과목’으로의 유출을 막기 위해 필수의료 수가를 인상하고 근무여건을 개선한다. 아울러 의료인의 형사처벌특례 범위 확대 등 의료분쟁의 의료인 법적 부담 완화 등 ‘패키지’로 집중 지원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정부는 향후 국립대병원 등 거점기관과 지역·필수의료 혁신 TF를 통해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만들어 신속히 추진할 계획이다. 기재부, 행안부 등 관계부처와도 법·제도 개선과 재정 투자 확대 방안을 논의한다. 복지부는 공공정책수가 등 건강보험 수가 관련한 사항은 올 12월 발표 예정인 ‘제2차 건강보험종합계획(2024~2028)’에 반영해 발표할 계획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국립대병원의 역량을 수도권 대형병원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높여 지역에서 중증 질환 치료가 완결될 수 있도록 하고 각자도생식 비효율적 의료 전달체계를 필수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는 체계로 정상화하기 위해 혁신전략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립대병원 소관 변경을 계기로 국립대병원이 필수의료 중추, 보건의료 R&D 혁신의 거점, 인력 양성·공급의 원천이 될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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