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여성 민간인 다수 포함
국제 보호시설이 생지옥으로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미사일을 맞은 아랍 병원을 포함해 식량과 전기가 끊긴 채 폭격을 맞고 있는 가자지구 상황은 처참하다.
1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병원 폭발 사태로 47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7일 개전 이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3478명의 팔레스타인이 사망하고 1만 2065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앞서 전날 가자지구 북부의 알 아흘리 아랍 병원에선 책임불명의 미사일 폭격이 발생한 바 있다. 현재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이슬람 무장 정파 하마와 이스라엘은 책임소재를 두고 서로를 탓하고 있다.
병원 현장은 폭발 사고가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났지만 찢긴 시신들을 수거 중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BBC가 이날 전했다. 그중에는 어린아이와 여성들도 다수 포함됐다.
폭발이 발생한 알 아흘리 아랍 병원은 국제인도법에 따라 보호받아야 할 곳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아비규환의 모습이 그려졌다. 병원 마당에는 피에 젖은 매트리스와 함께 폭발에 이어 발생한 혼란과 화재로 남겨진 각종 의류와 개인 소지품들이 널브러져 있다. 인근 주차장에는 10대가 넘는 차량들이 불에 타 시커멓게 변했다. 폭발의 위력이 대단했는지 주변 건물들 곳곳이 파편이 박혀 있는 상태다.
병원 의사들은 피해자 중에 병원으로 피신해 온 수천명의 민간인들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실제 폭발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한 여성은 “가족들과 이곳에 오기 위해 집을 떠났다”며 “(병원이어서) 안전할 거로 생각했지만 폭탄이 터졌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 정파인 하마스에 대한 공습을 강화하자 남쪽으로 피신한 민간인들이다. 그러나 병원에 있던 일부 인원들은 대피하고 싶어도 그 자리에 남을 수밖에 없었다. 많은 이들이 노약자여서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한 목격자는 그들이 바닥에 앉아 있었을 때 큰 폭발에 휘말렸다고 증언했다.
외부 구호가 없다시피 한 상태에서 병원에는 주변 곳곳에서 모인 주민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들은 곳곳에 흩어진 시신을 수거하고 부상자들을 대피시켰다.
차마 또다시 피란길을 오르지 못했던 일부 주민들은 다시 병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한 가자지구 주민은 수십만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강제로 자신들의 집에서 쫓겨나거나 도망쳤던 1차 아랍-이스라엘 전쟁을 언급하며 “우리가 또 어디로 갈 수 있겠는가. 과거 1948년처럼 또 떠나야 하느냐”라고 반문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스라엘 보복 공습으로 알 아흘리 병원을 포함해 북부 20개 병원이 대피 명령을 받았다. 유엔은 많은 환자들의 위중한 상태, 구급차와 병상 부족 사태 등을 고려할 때 이스라엘 작전이 “현재의 인도주의적·보건적 재앙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