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선 땅굴도 대남 침투 작전
“북 개전초 땅굴 활용 가능성”
“한미 감시로 굴착 어려울 듯”
26년까지 신형장비 전력화 추진

강원도 양구군-제4땅굴. (출처: 연합뉴스)
강원도 양구군-제4땅굴.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의 땅굴이 북한의 기술 전수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사태를 통해 북한 땅굴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에선 땅굴도 대남 침투를 위한 작전 중 하나이기 때문인데, 다만 실전에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도 제기된다. 북한은 지난 1970∼1980년대 간첩이나 특수부대원의 남파(南派)를 위해 휴전선 비무장지대(DMZ) 일대에 땅굴을 파 왔다.

◆지금까지 네차례 발견된 北땅굴

미국 국무부 등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971년 9월 25일 김일성 주석의 명령에 따라 땅굴 작전을 개시했다.

‘남조선을 해방하기 위한 속전속결 전법을 도입해 기습전을 감행할 수 있게 하라’는 이른바 ‘9.25교시’라 불리는 김 주석의 명령을 통해 하달됐기 때문이다.

이에 북한에서는 각 군단별로 땅굴 작전이 수행됐고, 현재까지 약 20여개의 땅굴이 굴착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만 이는 탈북자들의 증언으로 확인된 사안이라 과장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군에 따르면 북한의 땅굴은 1974년 11월 15일 고랑포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후 1975년 3월 19일 철원에서, 1978년 10월 17일 판문점 부근에서 차례로 발견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북한의 땅굴은 서부와 중서부전선에 집중된 것으로 판단됐다.

그러나 1990년 3월 3일 강원도 양구 북방에서 4번째 땅굴이 발견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모든 전선에 땅굴이 존재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발견된 땅굴은 순서에 따라 제1, 제2, 제3, 제4땅굴로 명명됐다.

요컨대 지금까지 군이 공식 확인한 북한의 땅굴은 경기 연천 고랑포 북동쪽의 제1땅굴(길이 약 3.5㎞, 1974년 발견) 강원 철원 북쪽의 제2땅굴(길이 약 3.5㎞, 1975년 발견) 경기 파주 판문점 남쪽의 제3땅굴(길이 약 1.6㎞, 1978년 발견) 강원 양구 북동쪽의 제4땅굴(길이 약 2.1㎞, 1990년 발견)이 그것이다.

◆北땅굴 기술력엔 엇갈린 평가

6.25전쟁으로 남북이 갈란진 이후 남측 쪽으로 다수의 땅굴을 팠던 전력이 있는 북한은 땅굴 건설에 있어서는 상당한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과거 미얀마 군부 등에 장비와 기술, 인력 등을 수출한 전례도 있다.

과거 이스라엘군이 2014년 하마스가 구축한 ‘땅굴 네트워크’를 파악했을 당시 배치 형태부터 구조까지 비무장지대(DMZ) 북한 땅굴과 흡사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북한으로부터 직접 땅굴 기술을 얻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북한의 기술 수준에 대해서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땅굴 기술이 세계적 수준이라면 평양 남부 지역에도 지하철 노선이 깔려있어야 정상인데, 현재까지도 평양 남부 지역에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초 계획으로는 북한은 원래 평양 남부에도 지하철을 깔 생각이었지만, 대동강 하저에 터널을 뚫으려고 하다가 실패해서 수백 명이 죽는 참사가 발생해서 취소됐던 사실도 있다. 북한에 기술력이 존재하는지조차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발견된 4개 땅굴이 전시에 북한군 특수전부대 등의 침투에 쓰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특히 서울에서 가장 가까이(44㎞) 있는 제3땅굴로는 시간당 3만여명의 무장병력이 이동할 수 있는 등 후방을 교란시키는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고 한다.

문성묵 한국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통화에서 “유사시 땅굴을 통해 중요한 기간 시설을 파괴하거나 요인을 암살하는 식으로 후방에 대한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면서 “특히 개천 초기에 기습목표를 달성하는 데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군도 북한이 우리 측에서 이미 확인한 대남 침투용 땅굴을 지속 관리 중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이 같은 해석에 힘이 실린다. 이 때문에 북한이 파놓은 땅굴을 간과하지 않고 계속적으로 주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북한이 실전에 사용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의견도 많다. 이미 파악된 데다가 새 땅굴이라도 특정 지역 인근에서 북한군이 나타난 이상 그들이 떠난 다음에는 그 주변을 샅샅이 수색할 텐데, 그러다가 한 번 출입구라도 발견되면 끝장이라는 지적이다. 또 땅굴을 파기 위한 비용이나 여러 변수 등 효용성이 떨어진다고도 한다.

◆제5땅굴 찾기에 나선 군

군은 기존 4개 외에 아직 발견하지 못한 북한의 침투용 땅굴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제5땅굴’을 찾기에 나서는 한편, 북한의 땅굴 추가 굴설 징후를 더욱 잘 포착할 수 있는 새 감시 장비를 오는 2026년까지 전력화한다는 계획이다.

육군 등은 최신 기술을 적용한 ‘지하침투 감시 장비’를 전력화해 북한의 대남 침투용 땅굴 굴설이 예상되는 주요 축선상 지점에 배치하기 위한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일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기습공격 당시에도 ‘하마스 메트로(Hamas Metro)’라고 불리는 땅굴이 활용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도 한미 당국의 감시·정찰을 피해 대남 침투용 땅굴을 더 늘렸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군은 현재 운용 중인 지하 침투 감시 장비가 북한의 추가 땅굴 굴설 의지를 억제하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현재 운용 중인 장비의 수명주기 도래 등 노후화에 따라 이를 대체하기 위한 최신 감시 장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이번 연구개발 사업에 나서게 됐다고 한다.

군은 총 56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해 오는 12월부터 내년말까지 청음 및 수위 센서가 장착될 새 장비 체계개발을 완료한 뒤 2025년 1월~2026년 2월에는 개발·운용시험평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26년 6월에는 전력화가 가능할 것이란 게 군의 판단이다.

문 센터장은 “한미 감시자산이 살펴보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새로운 땅굴을 파거나 하는 작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더욱 세밀하게 엿보는 것은 물론 이전에 파놓은 것은 없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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