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내용 조정 필요성 고려한 조치
연말까지는 의료계와 협의 마칠 듯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매년 최소 1000명 확대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17일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의 모습. ⓒ천지일보 2023.10.1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매년 최소 1000명 확대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17일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의 모습. ⓒ천지일보 2023.10.17.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이번주로 계획됐던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 폭 발표가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정부 및 여권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9일 의대 입학정원 확대 폭과 일정 등을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발표 시점을 연기하기로 했다. 다만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방침에 대해선 유지하기로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산하 의사인력 전문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 현실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의사 수 증원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인력 전문위원회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산하에 구성된 전문위원회로 의료계, 소비자 단체, 환자 단체와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 지난 8월 31일 1차 회의를 연 이후 이날 5번째 회의를 열었고, 의사 인력 확대 등을 논의하고 있다.

조 장관은 회의에 참여한 위원들에게 “어느 때보다 의사 인력 증원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크고 사회적 열망이 높다”며 깊이 있는 논의를 부탁했다.

이어 “복지부와 의협은 총 14차례에 걸쳐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다양한 논의를 해왔지만, 의대 정원 규모 논의는 진전되지 않았다”며 “지난 4차례 (의사) 수급 추계 등 의사 인력 논의가 이어졌던 전문위에서 논의를 이어 나가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력 재배치, 필수의료 수가 인상, 의료사고 부담 완화 등 의료계의 정책 제안들 역시 정부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일치한다”며 “의사 수 부족도 회피할 수 없는 현실인 만큼, 인력 확충과 함께 추진할 정책 논의를 위해 구체적이고 실현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달라”고 덧붙였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7일 서울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열린 제5차 의사인력 전문위원회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7일 서울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열린 제5차 의사인력 전문위원회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발표 시점을 늦춘 배경과 관련해 정부 내에서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방식과 대상 등 세부 내용에 대해 의료계와 협의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 반영됐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 참석해 “현 추세대로라면 2035년 기준 2만 7232명의 의사가 부족하게 된다”며 “현재와 미래 국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의사 수의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윤 원내대표는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들은 역대 정부의 정원 확대 정책에 계속 반대해 왔고 이번에도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의료 서비스 상황을 보나, 미래 의료 수요 추세를 보나 정원 확대가 문제 해결의 대전제라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윤 원내대표는 “현재 의료계가 요구하는 필수 의료수가 개선, 의료사고 부담 완화, 전공의 근무 여건 개선 등은 정부 여당이 의료계와 언제든지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이번만큼은 정부와 의료계가 파업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연말까지는 의료계와 협의를 마치고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묶여 있는 의대 입학정원 확대 규모와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오는 2025학년도 대학입시에 의대 입학정원 확대를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확대 폭을 놓고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을 계기로 줄었던 351명(10%)만큼 다시 늘리는 방안 ▲정원이 적은 국립대를 중심으로 521명 늘리는 방안 ▲전년 대비 확대 폭을 순차적으로 늘려 이번 정부 내 3천명을 늘리는 방안 ▲의대 정원을 국립대 의대와 정원 규모가 작은 지방의 ‘미니 의대’를 중심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방침과 관련해 의사단체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지하 1층에서 열린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서 정부가 의대 입학정원 확대를 일방적으로 발표하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2020년 9.4 의정합의 정신을 위반하고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한 의료계와의 소통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를 강행한다면 14만 의사들과 2만 의대생들은 3년 전보다 더욱 강력한 투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인력 부족의 문제는 현재의 열악한 의료 환경으로 인한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하는 분포의 문제이므로, 분포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의대정원의 양적 확대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수차례 밝혀왔다”면서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대정원이 아닌 의료 인력들이 기피분야에 자발적으로 진출하고 정착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의료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여권은 물론 야권에서도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대한 우호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의대 정원 확대 방안 발표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이날 국회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모처럼 윤 정부가 좋은 정책을 발표한다고 하고 여야 모두 찬성한다”며 “국민과 미래를 위해 더 좋은 의료 인력 확보를 위한 정책 협의에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에도 공공의회를 설립한 것과 의대 정원 매년 400명씩 증가, 바이오·기초의학 분야의 의과학자 선정, 의대 공백 지역인 전남지역 의대 신설 등을 추진한 점을 언급하며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은) 세 가지가 정책 패키지로 묶여 있다”며 “의대 정원 확대는 정부 정책으로 추진하고 국립의전원 설립과 지역의사제 도입은 입법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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