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작가에 문 닫았다"…각국 작가 350여명 주최측 비판 공개서한

2022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모습. (출처: 연합뉴스)
2022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모습. (출처: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에 전쟁이 촉발된 상황을 이유로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팔레스타인 출신 작가에 대한 시상을 연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출신 소설가 아다니아 시블리는 당초 이달 20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산하 문학진흥단체 리트프롬이 수여하는 리베라투르상을 받을 예정이었다.

이 상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아랍권 문학을 독일 독자에게 알린다는 취지로 1987년 제정된 문학상으로 매년 해당 지역 여성 작가 1인한테 수여된다.

그런데 리트프롬은 지난 13일 돌연 시상식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 단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서 수백만 명이 고통받도록 한 하마스가 시작한 전쟁 탓"이라고 배경을 설명하면서, 시상식을 연기한다는 건 작가와 '공동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블리의 저작권 대리인은 작가의 동의 없이 시상식 연기 결정이 내려졌다는 입장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시블리의 저작권 대리인은 만약 예정대로 이달 20일 시상식이 열렸다면 시블리가 이 자리를 "이처럼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시기에 문학의 역할이 무엇일지 성찰하는 기회로 삼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세계 문학계에서는 상당한 파장이 일었다.

2017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리비아 출신 소설가 히샴 마타르 등 세계 작가 350여명이 공개서한을 보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최 측을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이 끔찍하고 잔혹한 시기에 (주최 측은) 팔레스타인 작가들이 그들의 생각과 감정, 문학에 대한 소견을 공유할 공간을 폐쇄하는 게 아니라 만들어낼 책임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독일 국내에선 시블리가 리베라투르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일부 심사위원이 사퇴하는 등 예전부터 논란이 불거진 상황이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2020년 영어로 출간된 시블리의 소설 '마이너 디테일'(사소한 세부사항)은 1949년 이스라엘 군부대가 베두인족 소녀를 살해한 실화와, 수십 년 뒤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행정도시 라말라에서 이 범죄를 조사하는 가상의 여성 언론인 이야기를 병치시켰다.

이 소설은 미국에서 미국도서상(National Book Awards)과 국제도서상(interNational Book Awards) 후보에 오르는 등 상당한 반향을 끌어냈다.

그러나 독일 진보매체 타게스차이퉁(Taz)은 "이 짧은 소설에서 등장하는 모든 이스라엘인은 성폭행범이거나 살인자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은 독살되거나 폭력적인 점령군에 의한 희생자들로 나온다"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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