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뉴시스] 이스라엘 군이 가자지구 북부주민에 소개 명령을 내린 13일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차에 짐을 싣고 남쪽으로 피난 이동하고 있다
[AP/뉴시스] 이스라엘 군이 가자지구 북부주민에 소개 명령을 내린 13일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차에 짐을 싣고 남쪽으로 피난 이동하고 있다

이스라엘 시간으로 15일 정오(한국시간 오후6시)와 함께 가자 지구 북부 주민 110만 명에게 이스라엘 군의 즉각 남부 이동 요구가 나온 지 52시간이 지났다.

만 이틀 동안 북부의 소개령 대상 주민 중 몇 명이나 집을 버리고 남부로 피난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가자 지구 통치의 하마스는 최대 도시 가자 시티 등의 북부 주민들에게 '소개하지 않으면 전투원으로 간주해 합법적 교전원칙에 따라 공격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이스라엘의 협박에 넘어가지 말고 그대로 집에 남아 있을 것을 역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50시간 경과 직전에 "북부에서 '수십 만' 명이 남부로 이동했다"고 말했으나 일방적인 주장일 수 있다. 이스라엘 군은 13일 소개 요구 당시에는 24시간의 시한을 명시했으나 시한종료 직전 연장 의사를 밝혔고 14일에는 주 철수로에 대한 6시간의 공습 중지를 통보했다. 15일에는 이 같은 인도주의적 안전 철수로를 오후1시(한국시간 오후7시)까지 3시간 동안 열어둘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 지구는 서울 크기의 55%인 365㎢ 면적이며 지중해변 남북으로 단순하게 40㎞ 길이로 뻗어 있고 이 중 소개 요구를 당한 북부의 지역은 인구는 반에 육박하지만 면적으로는 40% 정도다. 최대 도시 가자 시티에 하마스 군사 지휘부와 위장 군사시설 및 지하 시설이 산재해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 80% 정도가 북부에 집중되어 있다.

보복 공습 9일째인 15일 현재 가자 지구 전역서 2300여 명이 사망하고 1만1000명이 부상했다고 가자 보건 당국은 발표했다.

또 유엔은 전날까지 가자 지구 전체에서 집을 버리고 피난 나온 공습 난민이 100만 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 100만 명 중 일부가 13일 오전의 이스라엘 소개 '명령'에 못 이겨 남쪽으로 내려온 북부 철수 주민인 것이다.

그 수가 1만 명이 되는지 10만 명을 훨씬 넘어선지 알 수 없으나 BBC는 '110만 명이 철수를 위해 60인 승 버스에 일시에 탑승한다면 버스 1만8334대가 필요하다"는 수치로 가자 피난의 물리적 어려움을 강조했다.

이 버스들이 일시 출발을 위해 맞대어 일렬로 늘어설 경우 런던에서 맨체스터 간의 320 ㎞ 도로를 그대로 메우게 된다는 것이다.

320㎞ 거리는 가자 지구 남북 연장선 40㎞의 8배에 해당된다. 이 40㎞는 마침 서울이나 런던 시내의 최대 직선 길이와 비슷하다.

가자 지구 북부에 살고 있는 주민이 지상전 개전시 교전 희생자가 되지 않기 위해 이스라엘 요구대로 남쪽으로 철수한다면 그 피난로의 최대 길이는 북단의 베이트 하노운에서 이번 철수 경계선인 와디 가자 계곡까지의 17㎞다. 이 길이는 서울 한강변 총길이의 반 정도에 불과하지만 가자 지구는 상시 공습의 준 전쟁터다. 15일 새벽까지 24시간 동안 300명의 주민이 공습에 목숨을 잃었다고 가자 보건부는 말했다.

가자 지구서 지중해변의 남북로도 있지만 베이트 하노운에서 남부 난민촌 칸 유니스까지 이어지는 중앙의 남북관통로 살라하둔로가 거의 유일한 철수로다. 살림 짐을 가득 실은 차량으로 이스라엘의 '안전회랑 공습 중지' 시간대에 이 길을 따라 피난하면 리터 당 5㎞ 연비와 시속 35㎞로 계산해서 최소 4리터의 휘발유와 30분의 시간이 필요하다.

차량이 없어 식구들이 남부여대로 살림 짐을 등에 지고 머리에 이고 도보로 피난할 경우에는 시간당 3㎞ 속도로 15㎞ 이상의 길을 맨발로 걸어야 한다. 이때 이스라엘의 완전 포위 작전에 식수 공급이 끊겨 5시간 이상의 피난길에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할 수도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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