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자발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강수경, 유영선 기자] 검찰이 12일 스토킹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같은 피해자에게 재차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를 구속기소하면서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청구했다. 실제 부착 명령이 청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부터 개정 전자장치부착법이 시행됨에 따라 스토킹범죄처벌법 위반도 전자장치 부착명령 대상 범죄군에 포함됐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2부(원신혜 부장검사)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모 씨를 이날 구속기소했다.

김씨는 스토킹 범죄로 실형 집행을 했음에도 종료 직후인 지난 8~9월 같은 피해자를 상대로 문자 전송, 통화시도, 직장 방문 등 재차 스토킹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에 대해 전자장치 부착 명령과 함께 보호관찰 명령도 청구됐다.

대검찰청 형사부는 전날 전국 일선 검찰청에 스토킹 범죄 처리 시 전자장치 부착 명령·보호관찰 명령 청구 요건에 해당하고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될 경우 피해자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명령을 청구하도록 지시했다.

한편 스토킹 등 범죄 피해자가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는 도중에 또 다시 범죄 위험에 노출돼 재신고한 사례가 최근 5년간 6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경찰청이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범죄 피해자 신변보호 기간 중 스토킹, 폭력 등으로 인한 재신고 접수 건수는 지난 2019년 1338건에서 2022년 7851건으로 5년 동안 6배가량 늘었다. 이 같은 2차 신고 건수는 2021년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후 크게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의 경우 지난 8월까지 집계된 재신고 건수는 6735건으로, 연말까지의 재신고 건수까지 합한다면 지난해 재신고 건수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범죄 피해자 보호기간 중 발생한 살인 사건은 지난해 5건, 미수에 그친 사건은 5건에 달했다. 또한 올해도 신변보호 중 살해된 범죄 피해자가 3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에는 스토킹으로 여성 승무원이 살해된 ‘신당역 사건’이 발생해 세상을 발칵 뒤집었다. 신당역 화장실에서 스토킹하던 여성을 살해한 전주환은 이날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전씨는 수년 동안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인 여성 역무원 A씨에게 교제를 강요하며 스토킹해 왔다. 또 A씨에게 불법 촬영물을 전송하며 협박성 메시지를 보내는 등 수백 차례에 스토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9년을 구형받았다. 그러자 전씨는 앙심을 품고 선고 전날 A씨를 살해했다.

지난 7월에는 고(故) 이은총씨가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하다 살해됐다. 이은총씨는 경찰이 지급한 스토킹 방지용 스마트워치를 상시 착용하다가 “가해자와 동선이 겹치지 않으면 스마트워치를 반납해달라”는 경찰 요청으로 돌려준 뒤 나흘 만에 스토킹 남성에게 살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는 지난 7월 법원의 2·3호 잠정조치(접근금지·통신제한) 명령을 받았지만, 이은총씨는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끝내 살해됐다.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무소속 이성만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스토킹 관련 112 신고 건수는 2만 1817건으로 집계됐다. 2020년 4515건에서 2021년 1만 4509건, 지난해 2만 9565건으로 스토킹 신고 건수는 매년 늘고 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신고는 3만건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 1~7월 스토킹 범죄 피의자 총 6309명 가운데 구속된 이들은 단 210명으로, 구속률은 3.2%에 그쳤다. 지난해 3.3%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2021년 7.0%에 비하면 오히려 절반 넘게 수치가 하락했다.

스토킹 행위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우려가 있을 경우 집행하는 긴급응급조치의 집행 건수는 증가세지만, 집행률(전체 신고 건수 대비)은 지난해 11.5%, 올 1~7월 11.8%로 여전히 낮은 수준에 그쳤다.

재판에 넘겨진 후에도 상당수는 집행유예나 벌금형 등을 선고받고 있었다. 대법원이 용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스토킹범죄 피고인 1264명 중 1심 재판에서 자유형(징역·금고형 등)을 선고받은 건 196명(15.5%)에 불과했다. 433명은 자유형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또 360명은 벌금 등 재산형(집행유예 포함)을 받았고 공소기각은 169명, 무죄 판결도 18명 등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심 판결 959건 중 징역형 등 실형이 내려진 건은 총 218건(22.7%)이었는데, 올해는 더 낮아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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