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3명 신변보호 중 살해
피의자 구속률은 ‘3%대’ 불과
신변보호 관련 예산 20% 삭감
“전담 인력 및 예산 확충해야”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동료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전주환(31)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출감된 뒤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전주환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특가법) 보복살인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천지일보 2022.09.2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동료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전주환(31)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출감된 뒤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전주환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특가법) 보복살인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천지일보 2022.09.21.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스토킹 등 범죄 피해자가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는 도중에 또 다시 범죄 위험에 노출돼 재신고한 사례가 최근 5년간 6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변보호 조치를 받는 대상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데 비해 경찰 지원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경찰청이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범죄 피해자 신변보호 기간 중 스토킹, 폭력 등으로 인한 재신고 접수 건수는 지난 2019년 1338건에서 2022년 7851건으로 5년 동안 6배가량 늘었다. 이 같은 2차 신고 건수는 2021년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후 크게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의 경우 지난 8월까지 집계된 재신고 건수는 6735건으로, 연말까지의 재신고 건수까지 합한다면 지난해 재신고 건수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범죄 피해자 보호기간 중 발생한 살인 사건은 지난해 5건, 미수에 그친 사건은 5건에 달했다. 또한 올해도 신변보호 중 살해된 범죄 피해자가 3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에는 스토킹으로 여성 승무원이 살해된 ‘신당역 사건’이 발생해 세상을 발칵 뒤집었다. 신당역 화장실에서 스토킹하던 여성을 살해한 전주환은 이날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전씨는 수년 동안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인 여성 역무원 A씨에게 교제를 강요하며 스토킹해 왔다. 또 A씨에게 불법 촬영물을 전송하며 협박성 메시지를 보내는 등 수백 차례에 스토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9년을 구형받았다. 그러자 전씨는 앙심을 품고 선고 전날 A씨를 살해했다.

지난 7월에는 고(故) 이은총씨가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하다 살해됐다. 이은총씨는 경찰이 지급한 스토킹 방지용 스마트워치를 상시 착용하다가 “가해자와 동선이 겹치지 않으면 스마트워치를 반납해달라”는 경찰 요청으로 돌려준 뒤 나흘 만에 스토킹 남성에게 살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는 지난 7월 법원의 2·3호 잠정조치(접근금지·통신제한) 명령을 받았지만, 이은총씨는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끝내 살해됐다.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무소속 이성만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스토킹 관련 112 신고 건수는 2만 1817건으로 집계됐다. 2020년 4515건에서 2021년 1만 4509건, 지난해 2만 9565건으로 스토킹 신고 건수는 매년 늘고 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신고는 3만건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 1~7월 스토킹 범죄 피의자 총 6309명 가운데 구속된 이들은 단 210명으로, 구속률은 3.2%에 그쳤다. 지난해 3.3%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2021년 7.0%에 비하면 오히려 절반 넘게 수치가 하락했다.

스토킹 행위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우려가 있을 경우 집행하는 긴급응급조치의 집행 건수는 증가세지만, 집행률(전체 신고 건수 대비)은 지난해 11.5%, 올 1~7월 11.8%로 여전히 낮은 수준에 그쳤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7일 오전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한 시민이 추모 문구를 보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2.09.1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7일 오전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한 시민이 추모 문구를 보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2.09.17

재판에 넘겨진 후에도 상당수는 집행유예나 벌금형 등을 선고받고 있었다. 대법원이 용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스토킹범죄 피고인 1264명 중 1심 재판에서 자유형(징역·금고형 등)을 선고받은 건 196명(15.5%)에 불과했다. 433명은 자유형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또 360명은 벌금 등 재산형(집행유예 포함)을 받았고 공소기각은 169명, 무죄 판결도 18명 등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심 판결 959건 중 징역형 등 실형이 내려진 건은 총 218건(22.7%)이었는데, 올해는 더 낮아진 셈이다. 강력범죄로 비화할 가능성이 큰 범죄 특성을 감안할 경우 현저하게 낮은 구속 비율 등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용혜인 의원은 “피해자 안전조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전담 경찰관은 경찰서당 1~2명에 불과하다”며 “신변보호를 받고 있는 피해자 중 스토킹이나 교제폭력 피해자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 담당 수사관이나 스토킹 전담 경찰관의 업무 과중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의자에 대한 신속한 수사와 더불어 피해자 보호 조치가 확실히 이뤄질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의 범죄피해자 안전조치는 112시스템 등록, 스마트워치 지급, 폐쇄회로(CC)TV 설치, 맞춤형 순찰, 신변경호, 가해자 경고, 임시숙소 제공 등 단계별로 이뤄진다. 앞서 경찰청은 피해자 신변 보호를 위해 스마트워치 위치 시스템 개선에 나서기로 했지만, 내년도 관련 예산을 20% 삭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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