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35년만 낙마 사태에
김영훈 회장 기자회견 열고
“정부·국회, 추천 존중해달라”
“사법시스템 마비 위기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변협) 협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협회관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낙마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10.11
(서울=연합뉴스)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변협) 협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협회관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낙마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10.11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대법원장 공백이 장기화한 가운데 대한변호사협회가 대법원장 후보자 추천에 나서며 추천자에 대한 빠른 인준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김영훈 변협회장은 11일 변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께서 선택 대상 중 변협이 추천한 대법원장 후보들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주시고, 만일 그 중에서 후보가 정해진다면 동의권자인 국회 역시 최단기간 내에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켜 주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나선 이유에 대해 김 회장은 “대법원장 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지금 상시화되고 있는 재판 지연 현상이 심화돼 그로 인한 국민의 피해가 가중되는 것은 물론 향후 임기가 만료되는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에 대한 임명절차까지 중단돼 대법원 구성과 헌재 구성, 나아가 전체적 사법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는 중차대한 위기상황에 이를 것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애초 변협은 1998년 이후 지난 24년간 대법원장 후보자를 꾸준히 추천해 왔다. 그러나 올해는 별도의 후보를 공개 추천하지 않았다. 

이 이유를 두고 김 회장은 “대법원장의 경우 대법관 추천이나 헌법재판관 추천과 달리 그 추천 절차가 제도화돼 있지 않은데, 이와 같은 상황에서 변협의 대법원장 후보 추천으로 인해 사법부의 독립성 훼손 우려 표명 등 반발이 있어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나아가 변협은 대통령의 대법원장 임명권과 국회의 동의권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당시 대법원장 공개추천을 자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장 낙마라는 위기 상황에서 더는 지켜볼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변협은 지난 6일자로 전국의 각 지방변호사회 회장들에게 대법원장 후보자 추천을 요청했다. 이틀 후인 13일엔 전국 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가 개최할 예정이다. 이후 16일 오후 사법평가위원회 논의를 거쳐 후보자들을 확정해 당일 중 대법원장 후보를 공개 추천할 방침이다.

현재로선 5~6명 정도를 최종적으로 추릴 것으로 김 회장은 내다봤다.

만일 정부나 국회가 변협 추천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에 관해 김 회장은 “법조계 여론과 사회 시각까지 중립정 입장에서 제대로 된 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 기구는 수십년 동안 활동한 사법평가위 외에는 없다고 본다”며 “긴급한 상황에 국익을 위해 나선 것이니 만큼 (정부와 국회가) 존중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낙마한 이 후보자가 변협 추천 대상에 있었는지를 두고는 “변협 차원에서 거론된 후보군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국회는 지난 6일 찬성 118표 반대 175표로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부결했다. 이 후보자는 비상장 주식과 성범죄자들에 대한 감경 등이 문제로 지적돼왔다.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부결은 지난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 이후 35년 만이다. 대법원장 공석 사태는 지난 1993년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퇴했던 김덕주 전 대법원장 이후 30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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