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인력 15만명, 건설사 94% “3년간 기술인력 못 구해” 
현장 평균연령 53세, 40세 이상 80%… 외노자 비율 15%
“현장서 3~4개 언어로 대화할 판” “근무 여건 개선해야”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건설근로자 수급현황 및 연령대별 구성, 외국인 비중 통계. (출처: 건설근로자공제회)ⓒ천지일보 2023.10.10.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건설근로자 수급현황 및 연령대별 구성, 외국인 비중 통계. (출처: 건설근로자공제회)ⓒ천지일보 2023.10.10.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건설업계가 ‘철근 누락 사태’ 등 부실 공사로 질타를 받는 가운데 근본 원인은 ‘만성적 인력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청년 유입 부족으로 고령화가 심화하고, 숙련공 부족으로 시공 품질도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건설업계는 인력난을 외국인 노동자 유입으로 해결하려고 하지만 언어와 문화가 달라 갈등이 발생하는 등 ‘급한 불 끄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족인력 15만… 문제는 ‘청년 부족’

9일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건설 현장 인력난 심화는 현재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건설근로자 수급실태 및 훈련수요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건설근로자 현장 수요인원은 176만 4396명이다. 이중 내국인 공급은 161만 1891명이다. 약 15만 2505명(9.4%)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건설사들도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가 지난 6월 20일부터 7월 3일까지 종합건설사 총 231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94%(271곳)가 ‘최근 3년간 건설 현장에서 기술인력 채용이 어려웠다’고 답했다.또 88%는 ‘인력난이 일시 현상이 아닌 고질적 문제로 남을 전망’이라고 답했다.

인력 부족 원인으로는 80%가 ‘건설산업 진입 청년층 부족’을 꼽았다. 30대 이하 젊은 세대가 건설현장 직무를 기피한다는 이유에서다. 주된 원인은 실외 작업, 잦은 주말 출근 등 사무직보다 근무환경이 열악하고 ‘워라밸’이 지켜지지 않는 점이 거론된다.

건설기능인력의 고령화 추이. (제공: 건설근로자공제회) ⓒ천지일보 2023.10.10.
건설기능인력의 고령화 추이. (제공: 건설근로자공제회) ⓒ천지일보 2023.10.10.

◆고령화, 결국 시공품질 저하로 이어져

력 수급 정체 현상은 고령화와 시공품질 저하로 이어지는 추세다.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연구센터의 ‘2023년 4월 기준 건설기성 및 건설기능인력 동향’ 보고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기능인력에서 ‘60대 이상’ 근로자 비중은 25.7%다. 이는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고치다. 평균연령 역시 51.5세를 기록하며 정점을 기록했다. 

연령대별로는 20대 5.4%, 30대 10.2%, 40대 20.9%, 50대 37.8%, 60대 이상 25.7% 등이다.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접수된 아파트 하자 신고는 2022년 기준 7686건이다. 전년 4402건보다 74.6% 급증한 수치로 지난 2009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대 규모다. 아파트 하자 신고는 ▲2018년 3818건 ▲2019년 4290건 ▲2020년 4402건 등으로 늘고 있다.

건설근로자공제회는 “열악한 근로조건, 직업전망의 부재 등으로 젊은 층의 진입 기피가 지속되면서 고령화가 심각해져 숙련인력의 대(代)가 끊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년층의 진입은 중단되고 중년층이 줄며 노년층이 증가한다면 건설현장의 숙련인력 기반이 붕괴돼 미래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며 “이는 생산물의 품질 및 생산성 저하는 물론 향후 건설산업의 지속 가능성이 불투명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 건설현장에서 열린 2019년 불법외국인고용노동척결 및 내국인노동자 생존권사수 집회에서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원들이 불법외국인 고용 반대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2.18. (출처: 연합뉴스)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 건설현장에서 열린 2019년 불법외국인고용노동척결 및 내국인노동자 생존권사수 집회에서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원들이 불법외국인 고용 반대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2.18. (출처: 연합뉴스)

◆늘어난 외노자… 언어·문화 달라 갈등

건설업계는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늘리고 있다. 다만 의사소통이 어렵고, 숙련도가 떨어지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지난 7월 발표한 ‘분기별 퇴직공제 피공제자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 수는 10만 9865명이다. 이는 전체 건설현장 근로자(74만 1698명)의 14.8%에 달한다.

건설현장의 외국인 근로자 수는 2020년 3월 7만 7047명 수준에서 2021년 3월 8만 6836명, 지난해 9만 3404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외국인 근로자 비율도 2020년 3월 12.9%, 2021년 3월 13.7%, 지난해 3월 14.1%로 커졌다.

현장 관계자들은 체감 외국인 노동자 비율은 통계보다 많으며 갈등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 건설현장 관계자는 “만성적 인력난에 현장을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부분 채웠고, 불법 체류자도 많다”면서 “외국인이 많기 때문에 현장에선 3~4개의 외국어로 소통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지만 이마저도 없어서 아쉬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4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주택재개발 신축공사 현장에 타워크레인이 세워져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울 동대문구의 한 주택재개발 신축공사장을 방문해 타워크레인 운용과 관련해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서울시, 경찰청 등의 기관이 참여한 건설현장 점검팀을 격려하고 현장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2023.3.14 (출처: 연합뉴스)
4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주택재개발 신축공사 현장에 타워크레인이 세워져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울 동대문구의 한 주택재개발 신축공사장을 방문해 타워크레인 운용과 관련해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서울시, 경찰청 등의 기관이 참여한 건설현장 점검팀을 격려하고 현장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2023.3.14 (출처: 연합뉴스)

한 시공업체 관계자는 부실시공이나 하자가 늘어난 원인으로 건설 현장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늘어난 점을 꼽았다. 그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은데 아무리 교육하고 통제해도 잘 안되는 때가 있다”면서 “문화도 우리와 다르다 보니 교육해도 일탈 행위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성유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 현장이 이미 외국인 노동자로 대체됐고, 전문 기술인력도 외국인 노동자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며 “건설 현장 안전 사고 예방과 하자 최소화를 위해 근무여건을 개선하고, 적정 임금을 제공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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